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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평범한 연애 이야기가 흥미를 느끼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이 책에서 설정된 감정세포라는 흥미로운 발상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혼자서 생활하는 직장 여성인 유미, 그리고 직장 동료들인 우기와 루비와 바비, 그리고 이리저리 얽힌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내는 에피소드들이 무척 현실감있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그것을 극복하기도 한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그들의 행위들이 너무도 유치하게 생각되지만, 정작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러한 유치함이 너무도 소중한 기억으로 공유될 것이다. 연인의 자그마한 행동이나 무심한 움직임에도 상처를 받고, 때로는 별거 아닌 행동에도 위로와 위안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뇌속 세포들의 역할로 인해서 규정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지만, 읽어가면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의 설정도 절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던 남녀가 상대편이 연애에 빠지게 되자 질투를 느끼게 되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출판사 편집장과의 미팀을 하는 것으로부터 9권의 내용은 시작된다. 유미에게 마음을 둔 편집장은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무뚝뚝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여기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세포들이 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미의 세포들'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세포들의 활동이 더 많이 소개되고 있다. 마침내 책을 출간하면서 유미는 작가로 데뷔하게 되고, 남자친구인 바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떡볶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 역시 새로운 에피소드를 이끌어가기 위한 작가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일상을 펼쳐내는 세포의 활동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9권의 중반부에서는 작가가 연재를 잠시 멈추겠다는 공지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고, 후반부에서는 유미와 바비가 만나는 장면에 대한 과거 회상 장면이 따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도 역시 세포들의 활동이 길게 이어지면서, 반복되는 듯한 내용으로 인한 작가의 고충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아마도 새롭게 연재가 시작되더라도, 나로서는 처음처럼 기발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두 사람의 애정에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의 전개로 보아, 새로운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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