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
노창호
어느 지인이 40여년 동안 해왔던 건설업이 이토록 힘들어 본것은 처음이란다.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왔던 김씨 아주머니도 이렇게까지 손님이 떨어져 본적이 없단다.
석바위 지하상가에서 오랫동안 옷장사로 살아왔던 오여사님도 요즈음 세상 같아서는 점포세와 운영비 벌면 다행이라고 푸념을한다.
이토록 모든 사업이 힘들어 할 때 의왕에 앉아계신 그 분만 아무일 아닌데! 왜들 이 난리야? 라고 몽통을 부리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입춘 한파와 연일 이어지는 폭설로 시골 살이 마져 힘들어 하니, 모두가 한결 같이 어려움 속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날 홀연히 길을 떠나 웃음 나눌 기회를 만들어 본다.
현재 기온 -7°C로 어제 보다는 조금 따스한 날로 현재 바람은 4m/c이지만 자월도 바다 풍속은 7m/s의 기상예보가 조심스러운 날!
08:30분 코리아피스호는 연안부두를 출발하여 미끄러지듯 인천대교의 웅장한 다리밑을 통과하여 순항을 하고있다.
내가 살았던 마리나베이 아파트가 윤슬에 실려 수많은 은빛 나비를 날리듯 황홀감에 휩쌓인체 멀어져 가고, 가끔 커다란 파도가 고속정의 이물에 부딪쳐 희뿌연 작은 물방울을 허공으로 날릴 때, 방울방울 빛 반사가 눈부시도록 곱게 날리고있다.
오늘 동행하는 34명 지인들의 얼굴에 맑은 미소가 자월도 바다 파도에 실려 달맞이바다역에서 하선을 한다.
들에 덮혀진 흰눈이 아침햇살 머금은 눈부심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득채워 발걸음을 가볍게 띄운다.
마을길 어귀 지나 고운 백사장 모래 묻혀 긴 발자욱을 그려가며, 참대나무 숲을 지나 한무리 참새떼를 날리니, 또다시 산등성을 향하여 오른다.
아차싶어 앞마당 눈 쓸고있는 한남자에게 다가서 목섬 가는 길을 물으니, 지금 진행하고 있는 길은 다른 마을을 우회하여 멀리 돈다 일러준다.
뒤돌아 보니 일행 모두 고개 넘어 그 끝 보이지 않고,
소리쳐 보니 메아리 져 울리는 소리는 저 멀리 반짝이는 수평선 넘어 묵묵히 사라져 갈 뿐이다.
일러준 길을 따라 허겁지겁 마을 어귀돌아 고갯마루 이르니, 저멀리 바다 한가운데 띄워져 파도를 놀이 삼아 부르고, 다가서는 거대한 파도를 짓굳게 쪼개 포말로 뿌리는 외로운 목섬과 연육 테크가 보인다.
일행 보다 일찍 도착하여 눈으로 덮힌 계단길을 조심조심 밟고 흔적없는 그 길에 나만의 발자국을 그려 간다.
다시 되돌아 정자에 이르니 일행들이 뒤이어 도착하고, 한 여인이 눈길 넘어져 손목 고통을 호소하니, 조그마한 나무조각 두개 만들어 손수건으로 팔목 묶어 고정시킨 후 일행에게 국사봉 오르는 길 일러준 후, 아쉬움 남기는 길을 되돌려 채비를 하려 할 때 한대 서 있던 승용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반가워 다가서니 방금전 서울에서 내려와 이곳에 집짓고 산다는 남자분이 의아한 눈빛을 건넨다.
환자 발생으로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니, 환자를 빨리 태우라 하여 함께 자월도 선착장까지 바래다 주니, 너무 반가운 도움에 감사한 인사를 드린다.
어느듯 시침은 정각에 이르고 있다.
한가한 선착장은 고요함이 흐르고, 인적없이 호젓한 공간에 남겨진 두 남녀는 해변길 따라 보건소를 찾는다.
보건소 대신 눈에 띄는 119의용소방대.
진통제라도 구해 볼까 하는 심정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 쾅쾅대는 소리에 무응답이다.
시간이 흐름 탓인지 진통이 조금 가라 않는것 같다는 여인의 소리가 급박했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의 장골 해수욕장이 바로 앞 시선으로 들어온다.
예약한 자월식당을 찾으니, 옆 모퉁이길 돌아 간판이 보인다.
자월도는 고려시대 귀양 보내던 작달막한 섬에서 유래된 자달섬이라하였고,
용비어천가에서는 죠콜섬(召勿島)라하여 말을 키우던 섬으로 지금도 고사리골(古寺谷)에는 馬城의 흔적이 남아있다.
검은 달빛(紫月島) 으로 보인다는 의미를 담은 섬으로 小勿島 또는 照笏島라는 이름도있었다.
국사봉(國事峰) 올랐던 일행이 한둘 모여든다.
정상에서 보였던 사면 해양의 아름다움에 취하였던 화기애애한 소리가 식당안을 가득 채우고있다.
그들 이야기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소이작, 대이작, 승봉도와 덕적도 본섬 및 작은 군소 섬을 상상해 그려가며, 오늘 뜻밖 아쉬움을 날려보낸다.
모두 즐거워하고 만족한 웃음 나눔을 하니, 어려운 이시기에 큰일 치루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그러자! 잊지말자 이 웃음을!
어두운 그림자 밑으로 볕들 날 있듯이 언젠가는 좋은 날이 또 오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21명 떠날 라오스 여행 이어 새싹 돚는 삼월 봄바람에 또다시 배 띄워 보자! 인천 앞 바다 섬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