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주소
양창식
누군가 흘리고 간 낡은 우산
그 우산살에 오래죈 생각이 접혀 있다
군데군데 녹슨 생각은
이미 감각이 퇴화하고 있는지
버려진 길고양이처럼 비실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갈 곳 없는 생각들은
거리에 머무른다
노숙자처럼 신문지를 깔고
역겹게 시큼시큼한 냄새를 풍기면서
으슥한 귀퉁이 쪽에 바람막을 치면서
용량을 고집하는 세상
반짝이지 않는 진부한 생각들은
휴지통으로 보내지고
생각의 고령화라는 명목으로 수난 받는다
삼삼오오 생각들은
주인이 다시 찾을까 노심초사 하지만
운 좋게 소환하는 경우는 끌려가기도 하는데
어쩌다가 부름을 받는 경우란
버린 주인이 아차 싶거나
어느 날 복고풍 물결이 밀려오거나
생각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있거나
옛사랑에 목매는 서글픈 이가 있거나
오늘도 거리에 버려지는 생각들은
정신줄 놓고 가다가 이리저리 부딪치고
심하면 앰블란스에 실려가기도 하는데
용량이 넘치는 세상은 병상조차 모자란다니
양창식 시인
2009년 《정신과 표현》 등단
2018년 《시와 편견》으로 재등단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전)
시집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노지소주』, 『생각의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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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편견 서정시선 071 양창식 시집 『생각의 주소』 중에서 표제시-생각의 주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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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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