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갔다 두 개의
길상호
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베어 묶어 둔 빗줄기가
뒷마당에 다발로 쌓여 있었다
금낭화는
네 개의 유골단지를 쪼르르 들고
꽃가지가 휘었다
뒷산에서 잠시 내려온
아버지와 큰형과 둘째형과 똥개 메리는
대화를 나눌 입이 없고
서로를 무심히 통과하면서
물웅덩이마다 둥근 발자국을 그려 놓았다
나는 먹구름과 함께 발뒤꿈치를 들고
그 집을 나왔다
봄비를 데리고 잠을 잤는데
봄이 벌써 반 이상 떨어지고 말았다
쌍둥이
아픔과 슬픔처럼 닮아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상현달과 하현달은 어둠의 방향이 다른데도
엄마는 매번 똑같은 옷을 두 벌 샀다
그럴 바에야 그림자를 입고 다닐 거예요.
그때부터 우린 서로 달라지는 게 목표가 되었다
동생이 폭식을 즐기면
나는 거식이 즐거웠다
동생이 심장에 불을 가져다 놓으면
나는 배꼽에 얼음을 채워 놓았다
참다못한 엄마는 우리를 사진관에 데려가
하나의 액자 속에 나란히 앉혀 사진을 찍었다
플래시가 터지고 빛이 돌을 묶어 놓는 동안
나는 몰래 한쪽 눈을 감았다
너는 도대체가 말을 듣지 않는구나.
엄마가 나의 감은 눈을 킬로 긁어낼 때
불구의 형제가 하나 더 태어났다
이도 저도 아닌 것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사람이 걸어갑니다, 꽃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발자국이 있고요,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 주교도 아니고 신도도 아닌 안개가 손들을 모으고 누워 있습니다, 밤인 것 같다가도 낮이 되고요, 밤잠을 자야 하는지 낮잠을 자야 하는지 시계는 침을 뱉습니다, 병원에 가서 놀아야 하는지 놀이터에서 앓아야 하는지, 테이프로 붙여 둔 건 과거인지 미래인지 현재인지, 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끊어야 하는지, 우는지 웃는지 당신은 멀리 있습니다, 우리라는 말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