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고 지쳐 잠든 엘리야를 천사가 흔들어 깨우면서 말합니다.
"일어나 먹어라."
엘리야가 깨어 보니 친절하게도 구운 빵과 물 한 병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습니다. 뜨겁게 달군 돌 위에 있는 빵과 천사가 가져다 준 물은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엘리야는 먹고 마신 뒤에 다시 눕습니다. 천사가 다시 와서 그를 흔들어 깨우며 말합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그는 힘을 얻어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릅니다. 엘리야는 그 곳에서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다시 가야할 길과 해야할 일에 대해 듣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매일 먹고 눕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8월이 시작되면서 병이 걸리는 바람에 그저 자고 먹고 미사하는 일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는 말씀은 정말 큰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사실 저는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 힘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영적인 전투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환호하고 만족하는 것들에 대해 "그것은 '우상숭배'이고 '오류'입니다. 그건 신앙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봉사와 기도의 방식에 대해서는 그건 죄이고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라고 말해왔습니다. 온 힘을 다해 강론과 강의를 준비했고, 글을 썼고, 수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많은 열매와 기쁨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대와 비난도 받았습니다.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회개하고 새 삶을 찾는 놀라운 체험도 있었지만 어떤 이들은 비난과 모욕을 넘어 신부를 본당에서 쫓아내고 싶어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알려주고 만나게 해주는 사제'가 아니라 '자신을 인정해주고 만족시켜주는 사제'를 찾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사제를 '예언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능인'으로 길들이기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화답송을 기쁘게 노래하며 오늘도 '가야할 길'을 갑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저는 이렇게 좋으신 주님을 여러분도 맛보고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언제나 응답하시고, 모든 공경에서 구원하시고, 더 크게 사랑하도록 힘을 주시는 주님을 알기를 바랍니다. 치유해 주시고, 새롭게 해주시고, 죄와 슬픔, 내적 공허와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는 주님을 알기를 바랍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 속 '군중'의 신앙 '수군'거리고 '의심'하는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중은 딱 거기까지밖에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배를 채워주고, 기적을 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여 자신들을 만족시켜주는 그런 예수님 말입니다. 이들의 믿음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라는 말씀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그들의 지식과 경험, 이해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예수님을 향한 기대와 희망은 '십자가'에서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눈 앞에 적을 물리치고 자신을 구하기 보다는 용서하고 희생하는 '사랑' 앞에서 완전히 돌아서게 됩니다.
이들은 믿음의 여정을 위한 '생명의 빵,' 희망을 주는 승리의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영적인 삶을 위한 빵' 곧 '자신을 쪼개어 생명을 주는 사랑'으로의 초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늘의 복음을 이해한 사람은 제2독서, 에페소서의 말씀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에페 4,32 - 5, 2)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사랑의 선물인 '생명의 빵'을 이해한 사람은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라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결코 '군중의 신앙'으로 남지 맙시다. 세속적인 성공과 자기만족을 위한 신앙, 필요할 때만 예수님을 이용하는 일을 멈춥시다. 아버지께 마음을 열고 편견없이 말씀을 받아들이고, 생명의 빵을 받아 먹읍시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신앙이 아닌 사랑과 생명의 관계로 들어가는 멋진 믿음을 청합시다. 사랑받은 사람만이 구원받고, 품에 안긴 사람만이 변화된다는 사랑의 진리를 잊지 맙시다.
우리의 영혼을 기르시고 가야할 길에 힘을 주는 생명의 빵을 받아먹읍시다. 그럭저럭 살지 말고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읍시다.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묵주를 쥐고 '빛의 신비' 속에서 예수님을 빛이자 빵으로 만나는 은총을 청합시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그를 위해 스스로 음식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행하셨고, 그렇게 행하십니다. 이 놀라움을 새롭게 행합시다. 생명의 빵을 경배하면서 그렇게 합시다. 왜냐하면 경배는 놀라움으로 삶을 가득 채우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은 나를 위해, 여러분을 위해, 우리를 위해, 우리 삶에 들어오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또한 우리 삶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 일, 일과, 고통, 고민, 많은 것들을 그분께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께 모든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처럼 우리와 내밀한 관계를 맺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바라지 않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주님께서 바라지 않으시는 것은 바로 빵(밥)이신 주님께서 곁들임 요리(반찬)로 밀려나시는 것, 소홀하게 취급되고 한쪽으로 내팽개쳐지는 것, 혹은 단지 우리가 필요할 때만 당신을 부르는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