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호령하는 동장군이 온난화에 밀려 얼씬도 못하더니
갑자기 찬바람이 일며 온화했던 만추의 가을을 밟고
설마했던 서슬퍼런 동장군이 기회다 싶었는지 느닷없는 행차를 했다
원래 애초에 이맘때면 서리도 내리고 밖에 내놓은 물은 얼기 일쑤이며
유리창에는 성에가 끼는 엄중한 시절이었는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이었는지
동장군은 아직까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동지도∼ 수능도 다 지난 다소 엉뚱한 시기에 눈을 부릅 뜬 것 같다
추위가 몰아치는 늦가을까지 꼬장꼬장했던 꽃범의 꼬리!
"원래가 이런놈은 아니었는데...!"
오상고절(五霜高節)의 하나로 당당한 대우를 받는 국화는
고결한 선비를 상징하는 꽃으로 양반들이 사랑한 꽃이다
벼를 베어 내어 드넓어진 벌판의 장쾌함도 좋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넓은 하늘을 가로지른 흰구름의 일편단심의 긴 마음도 좋고 또 좋았다
이제는 5월의 여왕이 아니라 겨울 장미도 낯선 얼굴이 아니다
뭐니뭐니해도 겨울 벌판의 소란스런 손님들은 기러기들인데
근래에 떼를 지어 나는 모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 난 규묘로 커졌다
밤은 누구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던가?
깊은 밤을 준비하는 노을의 절박함이 가야산 능선으로 찾아들었다
하루를 지배하는게 태양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어둔 밤을 밝히는 달님을 슬그머니 띄워 놓은 창조주의 깊은 속내를
범인(凡人)들이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