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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 바보의 고민” (일명 / 어디에 가서 물어 봐야 한단 말인가?) 오늘이 정월 대 보름이라는 날이다. 오곡밥에 오색 나물에다 부름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새벽이 되면 액을 때운다고 해서 호두랑 땅콩이랑 그리고 잣을 까며 내 부름 사라는 말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무슨 악귀를 내 쫓는다고, 잣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그리고 농부들은 논두렁 밭 두렁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밤이 되어 중천에 둥근 달이 덩그렇게 떠오르면 아이들은 쥐불 놀이라고, 솜방망이에 불을 댕겨서 떠 오른 달을 처다 보며 액을 물리치고 안녕을 빌기도 하고 그리고 설에 띄우든 연을 이날에는 액과 함께 날아가라고 공중에 띄워놓고 줄을 끊기도 하는 날이다. 그리고 아낙들은 이날의 음식을 장만 하느라고 오래 전부터 애써 준비를 해 온다. 이렇게 부산하게 지내는 날일 뿐더러 소위 인간들에게 닥칠 수 있는 화를 미리 막는다는 의미에서 불로서 미리 액땜을 하는 날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인륜대사의 중요한 날인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다. 팔월 한가위라는 추석 대보름날은 연휴로 법정 공휴일이다. 달력을 보니깐, 금년에도 토⋅일을 합쳐서 연 닷 세가 법정 공휴일로 되어있다. 그리고 또 설날과 같이 고향을 찾는다고 민족이 대 이동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데 어째서 정월 대보름 날은 단 하루도 법정 공휴일이 안 된 것일까? 정월 대보름에도 같은 둥근 달이 떠오르기는 마찬가진데 왜? 법정 공휴일도 아니고 그리고 민족의 대 이동도 없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설날에도 그리고 팔월 추석 대보름날에도 술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데 왜? 이날은 그것도 없느냐,는 말이다. 술이 없어서 공휴일이 안 된 것일까? 아니면 날씨가 그 때보다 추워서 그런가? 이런 것은 어디에 가서 물어 봐야 한단 말인가? 아무튼 나는 또 고민에 싸여진다. 머리를 싸 메고 또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제는 고민을 하는 것에도 지쳤다, 한두 해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술도 없는 이 날, 무엇이 좋아서 흥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이 날은 악귀를 쫓는, 액땜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술이 있어서는 안 된단다. 그레서 아침 상에도, 점심상에도, 저녁상까지, 아니 아홉번을 먹는다는 날인데도 술은 한번도 없으니, 아니, 악귀를 쫓는 다고 하는 무당의 푸닥거리 굿상에도 부처님에게 올리는 공양상에도 술이 있고 술을 금기시하는 기독교에서 까지도, 부활절에는 포도주라도 주는데, 그 뿐인가, 설날에도 팔월 대보름 날에도 있는데 또 젯상에도 고사상에도 빠지질 않는 것이 술인데, 어째서 이 날은 없단 말인가? 이런 것은 어디에 가서 물어 봐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굳지여 마신다면 못 마실 일도 아니다. 그러니까, 나가서 몰래 사서 마시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내 형편은, 호주머니 속엔, 백 원짜리 동전 두개 하고 십원 짜리 세 개가 전부다. 모르는 사람은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러나 사실이다. 요 몇일 전의 일이다. 외출에서 막 돌아 와 보니, 집사람이 목을, 꼭 약 먹은 병아리 같이 외로 틀고 처량스런 모양으로 앉아서 고민에 싸여 있질 않은가, 그레서 나는, 그레도 일생에 생사고락을 같이 한 사람인데, 무엇 때문에 이렇듯 깊은 상념에 싸여 있는지, 궁금 할 뿐더러, 이 사람이 누군가, 이 험한 세상에, 둘도, 아니 반에 반도 더 없는 아내인 동시에 친구이며 따라서 협력자이며 또한 위로자이며 어떠면 저 세상에까지 가서도 만나야 하는 이승에서 유일하게 만난 동반자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런 관계의 깊은 인연을 맺은, 그러니까 소위 남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레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상념에 싸여 있느냐,고 그리고 흰소릴 쳤다. 내가 여기 있질 않으냐,고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일이지만, 평상시 같으면 “당신이 알 일이 아니라”고 했을 텐데,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아주 슬픈 표정으로 급하게 돈 이십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구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레서 죽을 맛으로 고민을 한단다. 그 때, 만약에 내가 술이 조금이라도 취하질 않았더라면, 이런 시험에 걸리질 않았을 텐데, 그런데 그 날도 나는 약간이 아닌 좀 혀가 꼬부라지려고 하기 일보 직전이라, 그레서 흰소리로 쳤던 것이, 그레서 나는 그깠것을 가지고 뭘 그렇게 상심해 하느냐,고 흰 소릴 쳤든 것이 지금의 내 주머니의 사정을 말해 주는 동기가 됐든 것이다. 그러니까, 마침 비상금으로, 저 세상엘 갈 때라도, 노자로 보태 쓰려고, 네 쪽으로 착착 접어서 지갑 저 안쪽에 깊숙이 꼭꼭 숨겨 놓았든, 모 은행 발행 일십만원 권 수표 두 장이 생각이 났든 것이다, 나는 그 때, 이런 비상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으로 본연의 의미에서 멀리 벗어난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든 것이다. 그레서 선 듯 내 주었든 것이 탈이 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돈이 전분데, 돌아 오질 않는 다는 말이다. 물론 반환 청구를 하질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 하는 말이, “내가 언제 반환 한다고 했느냐,”는 대답이니, 아니 그 뿐이 아니다. “당신 또 있는 그 비상금을 쓰지 무슨 남자가 치사하게 자기 부인에게 준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느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기에게 가지고 간 돈은 언제 줄 것이냐,”는 말도 잊질 않았다. 이렇게 나오니 나는 할 말을 잃고 말 문이 막혀 버렸다. 먼 산만 처다 볼 수 밖에,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이 사람의 행각은, 내게 있는 이 비상금을 어떻게 알았는지, 순전히 이 돈을 압수를 하려는 연극에 불과 했든 것인데, 그것에 그만 나는 속고 말았던 것이다. 하여튼 비상한 머리다. 그러니깐, 지난 정월 초 하룻날이다. 이 여자 내가 세뱃돈이다, 기분이다 하면서 쓰는 돈을 보니깐, 자기에게서 가져 간 돈만을 가지고는 계산에 안 맞아 들어가니까, 의심을 하고 있던 참에, 그만 내가 술이 엉망으로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니까, 슬며시 내 지갑 검사를 했든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그냥 빼면 절도가 되니까, 기다리고 있다가 이 보름 명절에 또 분수 없이 쓸 것을 예측하고 이런 연극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은 순전히 막내 며느리가 살짝이 귓속 말로, 비밀이라고 하면서 들여 준 말이다. 그런데 짐작 하건대 이것 역시 막내가 스스로 내게 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집사람이 시킨 일 같았다. 그러니 더 비위가 틀리고 막내녀석 보기가 민망 할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분수 없이 쓰는 내 탓에 있기도 한데, 그레서 할 말을 잃고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듯 이렇게 끙끙거리기만 했든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였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이 됐든 것이다. 그러니까, 새벽이 막 밝아 오나 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다른 때 같으면 요에다가 세계 지도나 그리면서 잠에 들어 있을 손주 녀석들이 우루루 몰려서 내 방으로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이 녀석들이 온 이유는, 호두하고 잣을 까 달라는 것이다. 땅콩은 그런 대로 지들이 깔 수가 있지만, 호두하고 잣은 그렇지가 못했을 테니, 그럴 수 밖에, 그레서 나는 마땅한 연장을 찾는 다는 것이, 작은 망치하고 뻰치를 찾아서, 호두는 그런대로 망치로 깔 수가 있었는데, 그런데 잣은 뻰치로 찝으니까, 그냥 으깨지고 말아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서슴지 않고 입 속에다 넣고 어금니로 꽉 물었다. 그런데 어금니로 무는 순간, 찌그럭 하고 깨지는 소리가 나기는 났는데, 그런데 그 소리는 잣이 깨지는 소리가 아니라 내 어금니가 부러지는 소리가 아닌가, 그러면서 어금니가 시큰 하고 저려 왔다. 이라고는 그 놈 하나가 겨우 성한 놈인데, 잣 때문에 드디어 그 수명을 다 했던 것이다. 무척 저려 왔다. 그러니 어쩌랴, 어린 손주 놈들 앞에서 신경질을 부릴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수선을 떤다는 것도 무색한 일이고, 나는 시린 쪽 뺨에 손을 대고 쩔쩔 매다가 욕실로 들어가서 한참을 눈물을 흐리고 나니, 조금은 가라 앉는 것 같아서, 그레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침상을 받으니 오곡밥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산해진미 진수성찬인들 맛은 고사하고 제대로 먹을 수가 있었겠는가, 말이다. 남들은 액을 쫓아 낸다는데, 나는 불러 들인 꼴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혹시, 이 놈의 악귀가 쫓겨 나면서 해 꼬질 한 것은 아닐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귀신은 나가면서 꼭 무슨 일을 저지른다고 하는 말도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심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이런 것은 어디에 가서 물어 봐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나물만 씹으면서 맹숭맹숭한 기분으로 무료하게 지내고 있는데, 마침 막내 녀석 내외가 찾아 왔다. 이 녀석들 들어서자 마자 나를 보더니, 아빠(이 녀석은 나이가 삼십이 가까운데도 아직까지 나를 부를 때, 아빠라고 부른다.) 어디 아프세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이 있을 날에 술도 못 마시고, 그리고 압수당한 그 아까운 돈을 생각해 보니, 이제는 내가 약 먹은 병아리 꼴이 되어 있게 됐으니, 그러니 내 꼴이 마치 병자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지 엄머한테 듣고는 아니 오늘 같은 날 술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며, 그리고는 하는 말이 오늘 같은 날 아빠가 한잔을 하시고 흘러 간 노래 한 곡을 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여튼 이 집에서 집사람의 말을 꺾을 사람은 이 녀석밖에는 없으니까, 일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귀가 확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눈도 확 띠는 것이, 비닐 봉지에서 수주 세 병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만 함성이 터질 번 했다. 이렇게 해서 결국에는 술이라는 것을 또 마시게 됐다. 그리고는 한 가닥 뽑기 시작을 했든 것이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 ~”을 한 곡 뽑으면서, 그리고 또 “닐닐리야, 닐리리야, 니나 노~ ~ 얼씨구 좋다, 봄 나비는 꽃을 찾아서 이리 저리 날아든다 ~ ~ ………..청사 초롱에 불 밝혀라 잊었든 낭군이 돌아 온다,…………..”를 목을 빼고 길게 뽑는데, 갑짝이 머리를 때리듯 떠오르는 생각이, 언제적 일인지, 이제는 뽀얀 안개 속으로 살아진 먼 옛날도 낡은 옛날로 살아진 옛날에, 우리 어머니가 불러 주시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든 달아,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은도끼로 찍어 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 삼간 집을 짓고 우리 부모 모셔 다가 천년 만년 살고 지고,”를 불러 주시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눈에는 어느새 뜨거운 이슬이 매쳐지며, 아득한 추억이 더듬어지면서, 그리고는 꿈 속으로 그려 보는 저 세상의 어머니가 떠 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마 우리 어머니도 이 때, 이 노래를 부르시며 당신의 어머니를 그려 보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이런 아스라하게 지나간 추억이 떠 오르는지, 이런 것은 어디에 가서 물어 봐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렇게 정월 대보름이라는 날을 맞이하고, 그리고 어느새 둥근 달이 그 얼굴을 중천에 떠 오르면서 아이들이 쥐 불 놀이 하는 모습을 TV화면으로 감상 깊게 그리고 추억으로 더듬어 보고 있는데, 생각이 떠 오르는 한 절의 마음을 여기에 실어 봅니다. 둥근 달빛 푸르름에 고향 찾아 나선 밤기러기 나는 길을 밝혀 주려나 입춘 추위 쌔다해도 解土에 내리는 시냇물엔, 상큼한 바람 되어 버들가지, 파란 움을 틔우고 개구리는 기지개를 편다. 서산에 기우는 달 빛 봉당 밑에 기어드는데 산유화는 언제 피려나 새벽닭 울음 소리에 홀로 남은 새벽별 님의 사랑 전해 주려고 저~ 달빛 지기 전에 새벽 별이 반짝일 때, 내 사랑 전해 주길, 연분홍 물감 아름답게 펼치며 동쪽 하늘에 떠 오르는 용광로 열기 같은, 태양의 붉은 빛 내 가슴, 내 사랑 님의 가슴에 심어 주고파 향긋한 아침의 이슬로, 소리 없이 내려 앉네, 글 쓴이 / 횡설수설 정월 대보름, 떠 오른 저 둥근 달 같이 올 한해도 저렇게 맑고 밝게 지내시길 기원 드립니다. |
첫댓글 선생님모습에 웃고 울었습니다. 대보름에도 귀밝기 술이라고 있는데 그건 안드셨나보네요. 그나저나 남은 어금니마저 없어지셧으니 어쩐대요. 올한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글을 읽다보니 삶의 향기가 느껴집니다,,행복하신 모습보기 좋아요,,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한해에는 더더욱 행복하십시요...()...
아고~~ 시간 없어서 다 못 읽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요
글이 아주아주 맛있습니다. 풍류도 즐길 줄 아시는가 봅니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선생님의 아기자기한 삶이 적셔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