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이..그렇게 말구!...이렇게에...콩새야!"....
"더어!...다리를 더 벌리라구우!"...
"으이구우!"...
"이렇게!...이렇게 하믄 돼!"....
오늘도 담벼락에 붙어 서서 막내 오빠를 따라 깍지를 내리고
오줌을 눈다.
"자!..시이작!"...
나는 있는 힘을 다 주었는데도 줄 줄 줄.....
가랑이를 타고 뜨뜨미지근한 오줌이 흘러 내려 바지에 고이고
신발 속으로까지 흘러들어 기어이 나를 울게 만든다.
옆을 바라보니 오빠는 오늘도 오줌줄기가 벽에 한번 부딪친 다음에
주르륵!...땅에 고이고, 고인 오줌에 개미 두 마리가 익사 당하고 있다.
오빠는 무언가 성공한 듯한 얼굴인데, 나는 일그러졌다.
야단 맞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왜 나는 안 되는지 그게 더 억울하다.
밤새 고민을 했다. 결론을 얻었다.
오빠랑 똑같으면 되는 거지!. 그렇지! 아하! 똑같이 되려면
잠지를 늘이면 되는 거였다. 혼자 만지작거렸다.
조금 아팠으나 크느라 그렇구나 했다.
자고 나면 커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간단했다.
내일은 혼자 해 봐야지!
날이 밝았다. 손 독이 올라 밤새 퉁퉁 부은 잠지를 해서 뒤꼍으로
돌아가 장독대 밑에 숨었다.
새벽이라 채송화가 추운지 꽃도 안 피우고 웅크린 채 자고 있다.
휘휘....둘러보니 커다란 소금 독 밑이 좋을 것 같았다.
엄마가 아침에 열지 않는 독이 소금 독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들킬 염려가 없는 곳이고 오빠들도 모를거였다.
어제 오빠에게 콩새 소리를 들은지라 오늘은 몰래 연습을 해야 했다.
다시 다리를 크게 벌리고 소금 독 앞에 섰다.
심호흡을 했다. 배에 힘을 꽈악....주고!.....흐읍!......
잠시후의 나!...
이 글을 미소로 읽고 계셨던 분들은
이미 상상을 하고 소리내어 웃기부터 할 것이다.
그렇다.
아.............악!...아팠다. 쓰렸다.
나는 내가 곧 죽는건지 알았다
잠지가 따가 와서 비명을 질렀다.
일찍 일어난 나팔꽃이 놀랐을 터였다.
분꽃도 까만 씨를 떨어뜨렸다.
우리 퇴깽이 왜!...어디여어!.....
아버지가 제일 먼저 달려 오셨다.
엄마와 오빠들이 비잉 둘러......울고 있는 나를 에워쌌다.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알 사람은 다 안다.
그 날!
그 이른 새벽에 어찌나 지청구를 들었는지는.....
새로 태어난 내 동생은 나랑 같다.
낳던 날도 생생히 기억을 한다.
지지배네!....어이구! 나랑 같은 팔자네!...
이상했다.
나랑 같아서 그런가보다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엄마는 나만 미워했다.
보기만 하면 심부름을 시켰다.
내 키보다 더 큰 오빠들은 배 깔고 누워 있어도
나는 배 깔고 누워 있으면 안 되었다.
지지배가 어디 대낮에 배 쭈욱 깔고 누워!......
하는 짓은 꼭 머심애 짓만 할려고 그러지!..
그날은 청주 육거리 장날이었다.
이일과 칠일 그랬는데, 엄마는 항상 달력에 장날을 표시하셔서
한 밤씩 나만 아는 표시를 하다보면, 아침에 엄마의 일정을
대충은 알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둔하기 짝이 없으나 나는 내 세계에서만도
충분히 재미가 있어서 오빠들이 콩새라 불러도 개의치 않았다.
(콩새는 오빠들이 잡기가 제일 쉬운 새임..삼태기에 부지깽이를
받치고 바닥에 쌀을 조금 뿌려 놓으면 콩새가 날아와서 주워
먹다가 삼태기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아당기면 잡힌다.)
오줌누는 방법을 따라 하려던 나는 그때부터
다른 오빠들에게도 콩새로 불렸다
"엄마! 나두 가!"...
"나두! 데리구 가!" 엄마의 손을 잡고 매달렸다.
"안돼!..짐 많아서 니 손 못 잡구 다녀! 너 시장에서 번데기 장사가
업어 가두 나는 몰러!"...
"그래두 델구 가! 엄마 치마 붙잡고 다닐께에!"
"길 안 잃어 버릴께에!"...
"얘가!...오늘은 고집 부리네!...그러엄!...오늘으은...
엄마가 꼭...시장 가서 고무 잠지 사 오께!
집 잘 보구 동생 잘 보구 있어 알았지!"
"정말이지, 진짜지! 어!"
"엄마 또 그짓말 하면 안돼!"...
"어! 알았어! 오늘은 꼬옥 사 오께!...얼른 가서 고무 잠지 사 오께에!
"응"..............."알았어!"
"꼭 사 와아!"........
엄마가 미소를 짓고 시장엘 가셨다.
해가 질 무렵까지 신작로를 바라보며 싸리문을 들락날락..
내 소꿉친구인 옆집 오빠에게 자랑을 했다.
엄마가 시장에서 고무 잠지 사다 준다고 약속했다고...
툇마루에서 발장난을 하며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만 지루해지자
봇도랑에서 옆집 오빠랑 물고기를 잡는데 신작로에 버스가
보이는 게 아닌가!
물고기 주전자를 팽개치고 버스를 향하여 뛰었다
엄마가!...엄마가 드디어 버스에서 내렸다.
다 들 머리에 커다란 보따리를 이고서...
동네 아주머니들도 우르르 내렸다.
버스 뒤꽁무니에서 새카만 먼지와 흙먼지가 같이 춤을 추고는
벌써 출발한 버스를 향해 달리기를 했다.
엄마아!..........사왔어? 어! 사왔어?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흔들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묻는다.
"얘가 뭘 사왔냐고 묻는겨!"
나는 내게 한 말이 아닌데도 냉큼 대답을 했다.
"엄마가유우!...어빠랑 같은 걸루유우!..시장서 사다 준댔어유우!"......
그 커다란 보따리가 머리에서 아주머니랑 같이 움직인다.
"얘가 뭔 소리여어..시방!"
나도 아주머니를 따라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커다랗게 웃으신다. 머리에서 보따리가 흔들거린다.
사 왔다는 대답을 안 하시고는 커다랗게 웃기만 한다.
야속했다. 미웠다.
엄마를 주먹을 크게 쥐어 한 대 때리고는 집으로 와 버렸다.
엄마가 뭐라뭐라 그러는 소리가 들리고,
뒤에서 여러 아주머니들이 박장 대소를 한다.
"그럴 줄 알았어!"
"이!....씨이!"......
돌멩이를 걷어찼다.
입을 앙 다물었다.
그 날 이후에도 엄마는 여러 번 그 방법, 즉 "고무 잠지" 사다준다는
핑계를 시장 가실 때마다 썼고, 다녀오실 때마다 변명도 다양하였는데,
기억 나는 몇 가지로는...번데기 장사가 다 사갔다는 둥,
시장 늦게 가니까 다 팔렸더라는 둥,
아저씨가 아픈지 안 나오셨다는 둥,...그래도, 나는 그때마다
따라가려던 엄마의 손을 놓고는, 그 재미있는 시장구경을 포기했다.
지금도 재래시장을 한바퀴 도느라면 혹시라도 내가 찾던 물건이 있나
기웃거리며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정말로 시장엔 있다고 믿었으니까!...
첫댓글 참 이상하다.14명이나 조회했으면 댓글이 있을텐데 왜? 아무도 댓글을 못다는걸까?아님 안다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