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으로 후닥닥 만들어 내 어딘가 허름하고 잡스러운 그 무엇을 가리켜 말할 때 ‘허접스럽다’란 단어를 쓴다. ‘조잡(粗雜)하다’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허접하다’가 뜻밖에 많이 쓰인다. ‘허접스럽다’보다 훨씬 허술하고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 강하다. “미국에 가니까 텅 빈 주차장에서 양철로 3일 만에 촬영 세트를 뚝딱 만들어 내더라고요. 처음엔 기분 나빴죠. 허접하게 만든 것 같았거든요.” “여름이 다가오면 강원도의 시원한 바람과 밤하늘 가득 빛나는 별들과 함께 흰색 천의 허접하지만 소중했던 스크린 위에 반복되던 영화들이 기억난다.”
“이번 디도스(DDoS) 공격 코드의 수준이 상당히 허접하다” “허접한 작품성을 얄팍한 상술로 포장해 판매하던 방식은 이제 쉽게 통하지 않는다” 등에서도 ‘허접하다’가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는 대상을 가리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명사 아래에 붙어 그러한 느낌이나 요소가 있다는 뜻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스럽다’는 미흡성(未洽性)의 어감을 가지는 말로, 가령 ‘행복하다’에 대해 ‘행복스럽다’는 조금 덜 행복하다는 어감을 가진다(『훈민정음 국어사전』). 그렇다면 ‘허접하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