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모임
그림민담 193. <북 치는 소년> 196. <올 링크랑크>
참석 : 망고 알모 반디 곱단 진달래 영옥 코난 명아
모인 날 : 12월 12일 오전 10시
발제 : 곱단, 코난
후기 : 코난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인데 함께 읽으면서 감상을 나누다 보면 다시 생기가 도는 것 같아요. 참 신기하죠. 서빈 샘이 보내 주신 아름다운 케이크 위의 꽃처럼 서로 둘러앉아 2023년 마지막 민담 읽기 모임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먹을 것을 가져와 바깥 음식을 먹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책방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니까요.
196. <올 링크랑크>
-유리 산을 오르다 미끄러지지 않는 사람을 사위로 들이겠다는 설정 자체가 딸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 아닌가.
-유리산 안의 탐욕스러운 난장이 올 링크랑크와 딸의 아버지는 같은 존재.
-누군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이야기는 늘 불쾌함을 남긴다.
-유리 산에 빠져 난장이의 하녀가 된 공주가 자력으로 유리 산 밖으로 나와 아버지와 구혼자에게 가는 건 시대의 한계로 보인다.
-진정한 자립과 독립은 경제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순서일 텐데 이미 난장이 수염을 잡고 유리산 밖으로 나올 사다리를 구한 공주가 또 다른 난장이들(아버지와 구혼자)에게 간다는 결말이 허망하다. 계약 결혼처럼 하녀가 되어 난장이에게 잡혀 살던 공주가 또 다른 계약 관계의 대상에게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발제자 곱단의 질문처럼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인간 욕망의 겉과 속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곱단 발제문 일부
없던 유리 산을 만들어 놓고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사위로 맞겠다는 왕의 속뜻은 무엇이며(내 딸 안 줄 거야!)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다고 도전하는 구혼자의 무모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설마 제가 유리산에서 미끄러지기야 하겠어요?) 구혼자가 떨어지면 도와주겠다고 같이 따라나서는 공주(여튼 길을 나선 건 잘한 거여) 둘이 아주 사랑해서? 그렇다면 공주가 미끄러졌을 때 구혼자는 왜 공주를 구하지 않은 걸까?(사랑이 아니라 왕의 사위가 되고 싶었던 거니까)
193 <북 치는 소년>
마녀의 마술에 걸려 유리산에 갇힌 힘센 왕의 막내딸이 북 치는 소년의 도움으로 마법에서 풀려나지만 소년이 부모에게 잠시 돌아가 기쁜 소식을 알리려다 기억을 잃는 바람에 들판에서 홀로 소년을 기다리던 공주가 다시 그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북 치는 소년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고 공주 또한 적극적으로 지혜롭게 자신의 사랑을 되찾는 사람이다.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한 과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녀를(부모를) 불길의 목구멍으로 던져야 한다.
-성취할 수는 있으나 성장하기는 어려운 법인데 두려움 없이 길을 나선 소년과 자기 의지를 가지 된 공주는 성장하는 기쁨까지 누린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나 길은 모르는 소년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부모를 만나자 공주를 잊는다.
-길을 모르는 자들은 익숙한 길(부모)을 만나면 습관처럼 그 길로 되돌아가게 되는 걸까.
-<파우스트>를 다시 읽고 있는 알모가 떠올린 “인간의 활동력은 쉽사리 느슨해져 그를 자극하도록 악마의 역할을 하도록 하여라” 문구처럼 소년의 활동력은 부모에게 돌아가는 순간 너무 쉽게 느슨해지고 공주는 다시 그를 일깨워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다.
<군소 이야기> <넙치> <어부와 아내> <나무꾼과 선녀> <얼음 처녀> 등 연상되는 여러 이야기와 호크니가 해석한 그림까지 읽으며 마지막 모임을 알차게 마무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