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새로 전락한 까치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0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동구 밖 나뭇가지에서 아침에 까치가 울면 그날 반가운 손님이 올 징조라는 것이다. 그만큼 까치는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고 인간에게 매우 친근한 새였다. 남도 민요 흥타령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님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 님을 기다리건만
고운 님은 오지 않고 베개머리만 적시네
견우와 직녀가 한 해에 한 번 칠월 칠석날 만날 때에 까치가 머리를 맞대어 만드는 다리가 오작교(烏鵲橋)다. 단오날 까치집을 뒤지면 콩알만 한 옥돌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작침(鵲枕)’이라고 한다. 작침은 사내가 몸에 지니고 다니면 마음에 둔 여인이 스스로 낭자를 풀고, 부인이 지니고 다니면 사나이가 잠 못 이룬다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한다. ‘
농부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뿌려 해충을 퇴치하였다. 과수원에서는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농약을 뿌린다. 산림에서도 때때로 해충 방제를 위하여 농약을 살포한다. 농약 때문에 까치가 잡아먹는 곤충이 줄어들게 되자 배고픈 까치는 사람이 농사지은 과일을 먹이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국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나주시는 배의 주산지다. 출하기 때에 배를 파먹는 까치는 과수 농가에게는 해로운 새로 나주시에서 매년 까치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까치 퇴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으나 영리한 까치를 몰아내지를 못하고 있다.
카바이드를 이용한 폭음과 과수원에 매단 스피커의 소음은 까치에게는 너무 익숙해진 구식 방법이지만 아직도 상당수 농가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망사 주머니에 냄새가 고약한 크레솔을 담아 걸어 놓지만 까치는 곧 적응력이 생겨 별로 효과가 없다. 피라미드 모양의 반사거울, 반짝이 줄, 까치 사체를 매달아 놓기 등 갖가지 방법을 사용하지만, 효과는 역시 신통치 않다. 지역에 따라서는 공기총을 이용하여 까치를 쏘아 죽이는 살벌한 방법까지 일시적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농촌에서 배척받은 까치는 도시로 진출하여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전신주나 고압 철탑에 짓는 까치집은 정전사고의 원인이 되어 한국전력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까치가 둥지를 지을 때 나뭇가지 외에 철사, 우산대 조각, 철근조각 같은 쇠붙이를 물어다 쓰고, 이러한 조각들이 전선과 접촉해 정전사고를 일으킨다.
환경일보의 보도(2023.10.31.)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최근 5년(2018~2022) 동안 잦은 조류 정전 방지를 위해 해마다 까치를 130만 마리 가까이 포획(사살)하고도 정전 피해는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조류 정전 건수는 모두 326건에 달하였고, 피해 가구는 20만 9,000가구에 달했다. 한전은 조류 정전 방지를 위해 5년 동안 1,647억 원을 지출했는데, 둥지 순찰과 철거에 1,571억 원, 까치 포획 보상금으로 수렵단체에 총 76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죽은 까치 한 마리에 6천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 포획한 까치 주검 사진 (출처: 한국 전력)
까치는 영리한 새로서 대략 6살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치는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으며, 복잡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수 있다. 까치는 도구를 사용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며, 무리와의 협력 관계에서도 뛰어난 지능을 보인다.
▲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조류 퇴치기
까치가 도시에 있는 건물 외벽이나 베란다에 둥지를 틀지 못하게 하려고 사람들은 뾰족한 침이 촘촘히 박힌 조류 퇴치기를 설치하곤 한다. 한겨레 보도(2013.7.14.)에 따르면, 인간의 이런 노력에 반격하듯 까치가 조류 퇴치기를 물어다가 집을 지은 사례가 발표되었다. 네덜란드 생물다양성 연구센터와 로테르담 자연사 박물관은 공동 연구를 통하여 유럽의 까치가 인간이 만든 철침을 사용해서 다른 천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둥지를 짓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 철침 148개를 이용하여 만든 까치집 (출처: 네덜란드 생물다양성 연구 센터)
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 인공적인 재료를 가져다 사용하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관찰되었다. 까마귀가 철조망을 뜯어다가 둥지에 썼다는 첫 보고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둥지는 미국 캔자스에 있는 철조망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까치를 포함하여 까마귀, 비둘기 등의 조류가 못, 나사, 주사기, 뜨개질바늘 등을 물어다가 둥지를 짓는 데 쓴다는 보고는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까치는 오랫동안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새다. 1964년에 조류 학회에서 ‘나라 새 뽑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공개 응모에서 까치는 총 22,780표 중에서 9,373표를 차지하여 1위를 차지하였다. 2003년 조사에 ㄸ면, 전국 지자체 250개 중에서 97곳이 까치를 상징새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치의 인기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는 1978년에 까치를 상징새로 지정하였다가 2003년에 취소하였다. 김천시는 2009년에 상징새를 까치에서 왜가리로 바꾸었다. 창원시는 2010년에 상징새를 괭이갈매기로 바꾸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까치 대신 기러기, 백로, 따오기, 원앙, 소쩍새 등으로 상징새를 다양화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에 다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몇 개를 남겨놓았다. 미물(微物)인 까치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전통이며,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생명 존중 사상이었다. 그러나 한반도 생태계에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던 까치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