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약 열흘 가량 늦은 첫눈이 낭만적이지 않게 폭설로 내리는 바람에
경기도 남부지역은 큰 피해가 생겼다고 한다
경기도와 근접해 있는 이곳 당진 지역은 날씨가 사납기는 했지만
적설량은 그리 많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인간들로 하여 생긴 우주 오존층의 파괴가 예측 불허의 기상 이변을 나타내며
지구의 삶을 괴롭히는 재앙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에 실감을 느낀다
11월의 마지막 주말(11/30)에 철원의 DMZ(비무장지대) 민통선 탐방을 가기 위해
촌놈이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한다
우리집의 눈소식
방송에 나오는 서울, 경기도의 눈소식
집을 나서며 멀리서 들리는 낯익은 울음소리를 쫒아갔더니
겨울의 진객(珍客) 고니가 들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대단위 무리를 이룬 기러기들도 분주히 날고!
전철을 타기 위해 온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삽교호 관광지의 공원에서 단풍놀이를 잠시 즐겼다
아산만 바닷길로 불어오는 겨울 바람도 곁들여 마셔 봤고!
입동이 지난지도 꽤 오래건만 따뜻했던 날씨는 아직도 단풍을 붙들고 있다
온천 휴양과 관광의 도시 온양온천이 이제는 하루 생활권이 되면서
장날이면 서울 사람들이 시골장을 보러 많이 내려 온다고 한다
오늘이 마침 '가던날이 장날'인 온양 장날이다
1호선 전철을 타고 평택을 지날 무렵 창밖으로 펼쳐진 들판을 내다보니
어제 하룻 동안 양지쪽으로는 많이 녹았지만 적설량이 아직도 상당하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한강을 건넌다
강 가운데의 섬은 노둘섬!
내일 아침 버스 탑승지인 합정역에서 내려 오늘 밤 숙박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온양에서 10시 40분 전철을 탔는데
합정역에 내리니 시간은 어느덧 2시가 가까워져 있어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시켰고! ㅎ
옛날 '은방울 자매'가 부르던 '마포종점'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마포!
높은 빌딩과 현대식 주택들이 꽉 들어차 있어 촌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짐을 덜어준다는 대형 교회도 보이고!
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녀봐도 숙박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공인 중개사 사무실에 들려 물어보니
숙박을 하려면 신촌으로 나가야 된다는 대답을 듣고 다시 전철역으로 들어갔다
탑승장 유리에 씌여진 정감어린 시들이 옛향수를 불러온다
우선 다음 정거장인 '홍대삼거리역'으로 이동하여
젊은이들의 밤문화가 찬란하다는 홍대 거리를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도로옆에 웬사람들이 모여있나 들여다 봤더니
일본 가수가 와서 노래를 부른다는데 모여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차이나'들이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거의가 타국 인종들이었다
도로명칭도 좀 야릇하다
함께 걷는 길이 아닌 '끼리끼리 길'이라는구먼!
도로변에 단풍나무가 많아 울긋불긋하기도 했지만
키큰 은행 나무도 가로수 역활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청래 의원의 현수막에
"국정 농단 민생 농단 윤석열 OUT!"라는 글자가 바람에 펄럭인다
생각잖게 홍대 삼거리에서 오색 단풍 구경을 하고 신촌으로 옮겨 간다
신촌 로타리
숙소를 정하긴 했는데 입실(入室)이 6시부터라
기다리는 시간을 메꾸기 위해 신촌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슈퍼마켓이 아닌 '술퍼마켓' 간판이 눈길을 끄네!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는 어딜가나 현수막이 걸려있다
못난 대통령 부부가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국민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좋으나
왠지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설치물들은 국민들 정신 건강에 좋을리 없을 것이다
연희동의 세브란스
이제는 교회들도 대형화 돼서 엄청난 건물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소상공인들의 작은 상가들을 억누르는 대형 마켓이 생겨났듯
이제는 교회도 대형화 해서 보다 큰 하느님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신촌로를 걸어 연세 대학을 구경하고 지나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니
길거리 가수가 열심히 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원!"
차츰 신촌의 밤이 깊어가기 시작한다
내일의 행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TV를 켜니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하고 있었는데
별 흥미없는 내용이라 끄고 잠을 청해보지만 정신은 자꾸 말똥말똥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