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혼자 열올라서 길게 쓰는 글입니다.
영화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4만 명이 든 족구왕도 참 맘에 든 영화지만 그 이상의 관객이 다이빙벨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다이빙벨이 어떤 장비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영화의 내용을 상당히 많이 적어서 스포일러라고 쓰긴 했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언론을 접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대단할 것도 아닌 장비였는데 괜히 시간만 빼앗고 아무 성과 없이 물러났다고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다이빙벨이라는 영화 상영을 반대했다는 기사들로 결정타를 맞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영화에서는 다이빙벨이 효과적일 수 있는 장비라는 믿음을 가진 채 진행됩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다른 구조 방법에 비해 성과가 보이는 장면도 있고요.
다이빙벨의 내부를 보여주는데 내부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의자에 앉으면 잠수했을 때도 잠수사의 다리만 물에 잠기는 형식입니다.
확실히 저체온증에서 어느 정도는 잠수사를 보호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무게가 상당해서 조류에도 영향을 덜 받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실제 잠수 중 촬영 장면에서도 조류의 영향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기를 계속 주입하는 방식이라 휴식과 음식섭취도 가능합니다. 그런 장면도 다 나와요.
다이빙벨을 이용해서 잠수했던 잠수사들의 호평도 나오지만 이건 개인 주관이니 빼놓죠.
어쨌든 다이빙벨이라는 장비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과 믿음이 생기더군요.
충격적인 건 다이빙벨이 우수한 장비라는 걸 입증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 효과적일지 어떨지도 모르는 장비를 박대하고 현장에서 몰아내는 해경의 모습입니다.
골든 타임 때 구조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해경을 성토하는 유가족들과 해경청장의 대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다이빙벨 장비를 투입해서 구조하기로 해경청장이 약속하는 모습도 그대로 나오고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약속을 어기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하나의 장비가 아주 획기적일 수는 없어도 분명 구조에 도움은 될 수 있었을 텐데
해경은 그 작은 도움을 묵살해버리고는 별다른 구조도 하지 않습니다.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고 나서, 생존자가 아닌 시신을 찾아야할 때에나 투입을 허가하죠.
이종인 씨는 몇번 자비로 구조에 나서려 하지만 해경의 방해로 골든타임을 다 놓치고 맙니다.
그 사이에는 잘 아시다시피 기껏 가져간 바지선도 빼라고 위협하고, 무시하는 해경
그러면서도 구조는 하지 않는 해경과 유착된 사람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기사로는 봤지만 과장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다이빙벨이 실린 바지선을 해경순찰선이 들이받는 장면도 나오고요.
다이빙벨 장비의 공기 주입 호스가 절반만 잘려 있는, 증거는 없지만 의심은 가는 장면도 있습니다.
게다가 진입이 원할한 부분이 아니라 잠수사들의 진입이 어려운 스팟으로 다이빙벨을 유도하는 장면도 있죠.
유가족들 입장에서 이종인 씨의 다이빙벨은 갑자기 나타난 구세주로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이종인 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가 어떤 박해를 받았는지 알 수 없었죠.
유가족은 결국 사랑하는 내 새끼를 잃고 말았습니다.
잠시 구세주라 생각했던 이종인 씨를 비난한 건 결과론에만 입각했지만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무대인사 때 이상호 감독은 '이제 대부분의 유가족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고 그에 대한 비난을 거두셨다'고 하셨습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정부의 발표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결정한 것은 해경에 과실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해경은 꼬리 한 명, 피해자 하나만 처벌을 당했을 뿐, 죄에 대한 벌을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꼬리는 사법처리하면서 윗선은 징계만 받는다는 어이 없는 발표도 나왔죠.
(http://www.ajunews.com/view/20141016090653147)
이것이 책임을 지는 방법인가요?
최소한 해경 내라도 수사권을 가지고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태를 만든 장본인인지 밝히고 처벌해야 합니다.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이 구형됐더군요. 판결은 어떨지 모르겠고 이준석 선장에게는 분명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선장이 주범입니까?
카르네아데스의 널빤지 운운할 일은 아니라도 긴급피난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었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선장으로서 무능했다는 건 분명하지만요.
그에게 모든 책임을 몰 수는 없습니다. 침몰의 죄는 그에게 있어도 구조를 못한 죄는 그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유병언이 주범입니까?
선주가 배를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컨트롤했을까요? 전 그것도 의문이네요.
그런데 온 국민에게 사탄으로 지목받더니 사이비종교의 교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이고 뭐고 깡그리 무시당하더니
조선시대도 아닌데 무슨 삼족을 멸하듯 온 가족이 다 풍비박산이 나버렸네요.
결국은...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그의 사망 의혹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에게도 침몰의 죄는 있을지 몰라도 구조를 못한 죄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구조를 하지 못한 건 죄가 아닐지 몰라도
구조해야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구조를 방해한 건 죄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인입니다. 그것도 조직적, 집단적 살인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이 조직적으로 자행된 살인의 실체를 찾고 처벌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이 뜻을 가진 남자가 46일을 단식했을 때,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수십 개의 행사에 참석해야 했던 외국의 교황은 그를 몇번이고 안아줬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지척의 거리에 있는 그 남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정치도 좋고, 경제도 좋습니다. 오른쪽도 좋고, 왼쪽도 좋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족을 잃은 사람은 종북좌빨이고
전원이 대리운전하는 시민에게 폭행을 가한 가해자입니까.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도 눈앞의 생명들을 구조하려 하지 않은 자들이
수사권 없이 자신들의 폐부를 드러낼 것 같습니까?
반드시 수사권만으로도 가진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세월호특별법이 만들어진다고 이런 억울한 죽음이 사라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원인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힘들어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똑바로 바라봐주는 일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보기 힘든 영화를 보는 것이 똑바로 바라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감압챔버도 준비하지 않은 구조는 처음부터 구조가 아니였던게죠..
그거 하나때문에라도 전 다이빙벨은 필요한 장비였다 생각합니다
다이빙벨 너무 보고싶은데...
보고나면 또 절망속에 살아갈꺼 같아..
끝까지 못볼꺼 같아 두렵기도 하네요...
아직도 잊지못하고 잊을 수도 없는 세월호..
올해 정말 사고란 사고는 다 겪어보는
대한민국에서 사는게 참 고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