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이라고
비 내리는 차창에
손가락으로 쓰다
さよならと梅雨の車窓に指で書く(素逝sosei)
비 또한 사랑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비는 세상을 적셔 만물이 자라나게 한다. 또 비는 마른 땅만이 아니라 마른 가슴도 촉촉이 적신다. 비는 사랑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비오는 날은 하늘과 땅, 음과 양이 물로써 통하는 날이니 비오는 날은 시내 모텔 방이 꽉 차는 날이다. 노래 가사처럼 사랑은 빗속에서 다가와 빗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비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에 반응하는 자는 아직도 사랑하기에 늦지 않다.
그녀와 헤어진 후 떠나가는 비행기 창 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창에 부딪혀 맺히고 이내 흘러내린다. 비는 세상에 내리고 두 사람의 마음에도 흘러내린다. 그녀가 날 부르는 소리의 입자가 빗방울로 유리창에 부딪히며 눈물로 흘러내린다. 내 마음에도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내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의 차가운 얼굴과 손을 어루만진다. 뿌옇게 된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안녕이라고 쓴다.
‘사요나라(さよなら)’는 우리말로 헤어짐의 안녕이지만, 원래 어원은 ‘그럼’, ‘그렇다면(さようなら、それなら)’의 의미가 있다. 즉, 사요나라는 ‘그럼, 안녕’이 줄어서 된 것인데, 그냥 안녕이라는 말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그럼...’으로 마치고 떠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럼, 내일 또...’가 될 수도 있으리라. 또 생각해보면 우리의 안녕(安寧)도 부디 편안히 잘 지내라는 인사말이고, 중국어의 안녕인 짜이쩬(再見)도 다시 보자이다. 굿바이(good bye)도 ‘신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god be with you)’이 줄어서 된 말이고, 다시 보자(see you again)도 많이 쓴다.
헤어지는 마당에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원망의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사요나라’를 ‘사고나라’로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한 때 사랑한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미련 없는 사랑, 후회 없는 이별은 없다. 이별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안녕이라는 글을 창에 쓰지만, 그 안녕이란 말이 관계의 단절이 아닌 희망과 기원의 말이기에, 그 마음 하나 붙잡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요나라.......
첫댓글 그래서 "우리가 머물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이라고 말하나 봅니다....우리네 삶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아름답고 싶을 거예요^^ 비오는 저녁 잔잔히 미소짖게 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 하고 말 뒤를 올리면 너무도 반갑지만 안녕!!하고 말 뒤를 내리면 눈물나요...이별은 싫어요ㅠㅠ 이별없는 곳에서 살고시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