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이철원 * 실패 / 이정록 실타래 뭉치하고 백옥 실패 하나씩 갖고 태어나지. 그 실마릴 놓치지 않으려고 빈주먹 옹송그리고 탯줄 벌겋게 우는 겨. 엉키고 꼬이는 실마릴 요모조모 풀다 보면 그 끝자락에 무슨 값나가는 옥패가 나올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어. 그냥 실마리 푸는 재미지. 뭔 횡재하려고 욕심부리면 안 되는 겨. 뭔가 나오겄지 언젠간 나오겄지 하고 견디는 거여. 실 꾸러미 속에 아무것도 없다 해서 생긴 말이 실속 없다는 말이여. 실속 없는 게 그중 실속 있는 겨. 다 살고 나면 빈손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돼. 실패가 없으니 다시 감고 맺힐 일도 없잖아. 너 한 번 더 살아봐라. 하느님이 욕이야 하겄어? 실속 챙기려다 실 뭉치에 갇힌 놈들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하는 겨. ![]() * 한숨의 크기 / 이정록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때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