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잘 키운 도서관 하나, 열 대학 안 부럽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제는 제주의 대표적인 도서관을 두 군데나 들러서 책을 대출받아 왔습니다. 중간 고사가 끝났는데도 책 읽으러 온 학생과 시민들로 열람실은 매우 붐비었습니다. 도서관 구역 안에 산책로도 있고, 운동 시설도 설치되어 머리를 식히기에도 충분합니다. 근사한 시설을 갖춘 도서관에 올 때마다 내 고향 아산의 청소년들이 생각나 미안하고 안스런 마음을 갖습니다. 그래서 어제밤에는 아산시청 홈페이지에다 '아산에 도서관을 지어라'는 내용의 시민제안을 남겼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안이 접수되었다는 문자를 받긴 했는데 접수만 되었다는 건지 실제로 검토를 하겠다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제 주거지에서 가까운 '한라도서관'인데 작년 4월경에 개관해서 시설이 무척 깔끔하고 새롭지요. 도서 열람 및 대출, 강연 등을 주기능으로 한 도서관이라 시험공부하는 일반실은 거의 없어서 불만스러운 점도 있지요. 그런데, 이런 도서관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열람실 위주의 도서관이 이미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 67만 정도의 제주 도내에 공공도서관이 열다섯 군데가 있고 시내에는 큼직한 도서관이 세 군데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갯수는 모르지만 사설도서관도 더 있습니다. 요즘은 딴 짓을 하느라 뜸하지만, 한 동안은 매주 책을 빌리러 '한라도서관'에 가곤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초청강연이 열려서 만화가 박재동 선생 말씀도 여기서 들었고, 며칠 뒤에는 시인 김용택 선생을 만나게 됩니다. 조금 설레는 마음입니다. 격주로 영화 상영을 하고, 다른 문화행사도 제법 자주 열립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제주 아트센터'가 올 4월에 개관되어 무료 또는 1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트센터는 '제주 문예회관'과 더불어 문화 예술 활동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주대와 한라대에는 별도의 공연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올해에 관람한 각종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등이 그럭저럭 스무편이 넘습니다. 이번 주는 월부터 금까지 스케줄이 꽉 잡혔습니다. 목요일만 관람료가 1만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료입니다. 오십 평생동안 관람한 횟수보다 올 한해에 즐긴 것이 훨씬 더 많으니 인생을 잘못 산 것인지, 아니면 아산땅이 메마른 건지 헷갈립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우당도서관'인데 이곳은 개관한지 25년쯤 됩니다.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손때 묻어 정겹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은 일반 열람실이 널찍해서 시험공부(?)하기에도 좋고 인터넷 시설, 도서열람실 등도 충분합니다. 한층 반가운 것은 주변에 수영장, 평생교육센터, 국립제주박물관, 요즘 유행하는 원조 올레길 등이 나란히 자리를 잡아 휴일 하루를 보내기에 너무 흡족스럽습니다. 어제는 우당도서관을 거쳐 박물관을 돌면서 다섯 시간이나 즐거움을 맛보고서 제 아이를 포함한 아산의 청소년들이 다시 한 번 생각났고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했습니다.
아산 발전을 위한 많은 방안이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교통, 통신, 상하수도, 전기, 가스 같은 기반시설등도 중요하고 산업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신정호 같은 녹색시설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아산을 위한 가장 시급하고, 엄중한 투자는 도서관을 포함한 문화시설을 키우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제밤 시청 홈페이지에 '호텔보다 더 멋있고, 시청보다 더 품위있는 도서관'을 짓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음 달에 회원님들이 오시면 잠시 짬을 내어 도서관을 비롯한 문화시설을 제가 안내할 참입니다. 아산에 정말 100년이 지나도 남을만한 도서관을 짓는데 힘을 합칩시다. 마음 같아서는 온양역 앞에서 '도서관 건립을 위한 1만명 서명운동'이라도 펼치고 싶은 생각입니다.
'잘 키운 도서관 하나, 열 대학 안 부럽다.'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첫댓글 몇해전에 아산시민모임이 중심이 되어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해, 흡족하지는 않지만 아산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시민운동 10여년동안 가장 소중한 성과로 저는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꼽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마을도서관 코디네이터 교육을 했는데 홍보도 않했는데 50여분의 시민들이 참석해,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시민들은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아산에는 그동안 공단이나, 신도시, 도로 건립에는 많은 관심을 가진 대신 도서관등 삶의 질과 관련된 사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만들었다 해도 도서관이 아닌 독서실이었습니다.
이제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지만 놀이터처럼 편하게 들를수 있는 도서관들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아산시에도 적극적으로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제안하겠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서 얼굴을 뵙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에 걸리네요. 돌아오는길에 제주 4.3 항쟁 기념관을 들렀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제주도민들의 아픔과 우리의 굴곡된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어 뭉클했습니다. 다음에 제주도 갈때는 꼭 뵙도록 하겠습니다.
할 일 많으시니 건강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십시요
관리 잘 하고 계시죠?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12월 초 제주에 가기로 했다는데 ~~ 이것 저것 바쁜일이 계속 겹쳐서 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윤 선생님! 건강 잘 챙기세요.
개인택시님, 반갑습니다. 건강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함께 오시면 좋을텐데....
올 초에 시간이 나서 책이나 읽을까 하여 도서관을 찾았는데, 아산에는 다닐만한 도서관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