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安民之術(2)
昔者에 越王句踐은 以五千之卒로 棲于會稽하니 可謂至弱矣나 及其十年生聚하고 十年敎訓하니 則乃能富國强兵하여 以滅勍敵이라 況我堂堂萬乘之國이니 若盡其生聚敎訓之道면 則豈無國泰民富丕變風俗之效哉아
옛날에 월왕(越王) 구천(句踐)은 5000명의 군사로 회계(會稽) 땅에 머물러 있었으니 지극히 미약하였다 할 것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백성을 양육하고 10년을 가르쳐 결국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를 강하게 만들어 강한 적을 멸망시켰는데, 하물며 우리는 당당한 만승(萬乘)의 나라이니 기르고 가르치는 도리를 다하면 어찌 국가가 태평하고 민생이 풍족하여 풍속을 크게 진흥시키는 효과가 없겠는가.
何謂進上煩重之弊아 今之所謂進上者ㅣ 非必盡合於上供也라 細瑣之物을 莫不畢獻하고 水陸之產을 搜括無遺나 而眞擇其可進于御膳者는 則亦無幾焉이라
진상을 번중(煩重)하게 하는 폐단이 무엇인가? 지금의 이른바 진상이란 것이 반드시 모두 임금에게 바치기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자질구레한 것을 바치지 않는 것이 없고, 바다나 육지에서 나는 것을 빠짐없이 긁어모으고 있으나 어찬(御饌)에 진상할 만한 것을 고른다면 몇 가지 되지 않을 것이다.
古之聖王은 以一人治天下하고 不以天下奉一人이라 雖使進獻之物이 一一皆合上供이라도 亦當減省하여 以舒民力이온 況以不急之需로 殘傷百姓耶아
옛날에 성왕(聖王)은 한 사람이 천하를 다스렸고 천하가 한 사람을 받들게 하지는 않았다. 진상하는 물건이 비록 모두 진상에 적합한 것이라 하더라도 감축(減縮)하여 민력(民力)을 수월하게 해야 할 것인데, 하물며 급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으로 백성을 상하게 해서 되겠는가.
欲革此弊면 則當令大臣及該司로 悉取進上名目하여 講究其緊歇하여 只取其切於上供不可不存者하고 而其餘不緊之物은 皆悉蠲除라 雖合於上供이라도 而數目太多者는 亦量減其數라 夫如是면 則聖上愛民之惠가 可以下究하니 而文王惟正之供이 不得專美矣라
이와 같은 폐단을 개혁하려면 대신과 해당 관서로 하여금 진상의 명목(名目)을 모두 가져다가 긴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검토하여 상납에 적합한 것만 남겨 두고 그 나머지 긴요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삭제해 버리며 비록 상납에 적합한 것이라 해도 수량이 너무 많은 것은 그 수량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는 은혜가 아래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이니, 주나라 문왕(文王)이 올바른 진상만 바치게 했던 사실이 문왕에게만 해당되는 아름다움이 아닐 것이다.”
客曰 若如子言이면 則徒知愛民하고 而不知奉上이니 非臣子之誠也라
손님이, “그대 말대로 한다면 백성을 위할 줄만 알고 백성이 임금에게 봉상(奉上)할 줄은 모르는 것이니 신하의 도리가 아니다.”
主人이 喟然嘆曰 流俗之見이 每每如是하니 此所以不能仰補聖德者也라 忠臣은 愛君以大道요 不以小誠이라 若使國家治安하고 民生富庶면 則吾君之所獲이 多矣어늘 豈以區區小物之增減이 足爲損益於吾君耶아
주인이 깊이 탄식하면서, “세상의 견식이 모두 이와 같으니, 이것이 성상의 덕을 우러러 받들지 못하는 이유이다. 충신이 임금을 사랑하는 것은 대도(大道)로써 하는 것이지 자질구레한 정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나라가 편안하게 다스려지고 민생이 넉넉하고 인구가 번성하게 되면 우리 임금이 얻는 것이 많아질 것인데, 어찌 자질구레한 물건의 증감(增減)이 우리 임금에게 그리 손익(損益)이 되겠는가?
昔者에 舜作漆器하니 羣臣爭諫이라하니 是使天子之貴도 尙不得用漆器矣라 以子言觀之하면 舜朝之臣은 可謂不愛其君矣라 然而帝舜은 爲天下之聖主하고 虞臣은 爲天下之良弼이니 嗚呼라 此豈可與流俗碌碌之輩로 商議其得失耶아
옛날에 순(舜)이 칠기(漆器)를 만드니 여러 신하가 말리며 간하였다고 하니 이것은 천자의 귀(貴)한 몸도 오히려 칠기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대 말대로 한다면 순임금 시대의 여러 신하들은 임금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순임금은 천하의 성주(聖主)가 되었고, 순임금의 신하들은 천하의 어진 신하가 되었으니, 아! 어찌 세상의 변변치 못한 무리들과 그 득실을 논할 수 있겠는가?
何謂貢物防納之弊아 祖宗朝는 防納之禁甚嚴하여 凡百貢物은 只使百姓直納于官하고 百司之官은 亦奉上意하여 不爲胥吏所瞞하여 無刁蹬阻隔之患이라 故로 百姓不困於貢物焉이라
무엇을 공물 방납(貢物防納)의 폐단이라고 하는가? 역대 임금들은 방납을 금지한 것이 매우 엄하여 모든 공물은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직접 관(官)에 공납하게 하고, 해당 관청의 관리 또한 임금의 뜻을 받들어 아전들에게 기만당하지 않아 농간질이나 실상을 모르게 하는 폐단이 없었기 때문에 백성들이 공물 때문에 시달리지 않았던 것이다.
世道寖降하고 弊習日滋하여 姦猾之隷와 桀黠之吏가 私備百物하여 愚弄官司하고 阻當百姓하여 雖持精美之物이나 終抑不納하고 必納私備之物然後에 索其百倍之價로되 而邦憲頹廢하여 不能禁戢이 爲日已久하여 國用不加毫末하고 而民閒已空杼柚矣라
그런데 세도(世道)가 점점 낮아지고 폐습이 날로 불어나 간활(姦猾)하고 엉큼한 아전들이 모든 것을 사사로이 준비해 두고 관청을 우롱하고 백성을 가로막아 백성은 비록 정미(精美)한 물건을 가져왔더라도 끝내 억제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반드시 자기들이 준비해 둔 물건을 선납(先納)한 후에 백성에게 백배의 값을 요구한다. 국법이 퇴폐하여 그것을 막을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되어 나라에서 쓰는 것은 조금도 증가되지 못하고 민간은 이미 살림이 텅 비게 되었다.
近來에 雖欲革此나 而未得其要하여 只令百姓自納하고 而不設適用之策이라 百姓之不能自備者久矣온 一朝聞防納之廢나 無計辦出하여 不免還持高價하여 私貿于曩日防納之徒라 被他深藏固靳하여 價倍前日하니 防納之名은 雖廢나 而防納之實은 反甚矣라
근래에 와서 비록 이것을 개혁하려 하나 그 요점을 알지 못하여 오직 백성에게 스스로 납부하게만 하고 알맞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백성이 공물을 스스로 준비할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되었는데 하루아침에 방납이 철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공물을 마련할 길이 없어 할 수 없이 비싼 값을 준비해서 옛날에 방납하던 무리들에게서 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그들은 깊이 감춰 두었다가 그전 값의 배를 요구하기 때문에 방납의 이름은 없어졌으나 실제로 방납의 폐해는 더 심하게 되었다.” 하였다.
客曰 欲革此弊면 當出何計오
손님이, “이 폐단을 개혁하려면 어떤 계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主人曰 達人은 臨事而善謀하고 隨時而適宜하니 豈拘於常故者之所能耶아 余見海州貢物之法은 每田一結에 收米一斗한데 官自備物로 以納于京하니 民閒只知出米而已하고 刁蹬之弊는 略不聞知니 此誠今日救民之良法也라 若以此法을 頒于四方이면 則防納之弊ㅣ 不日自革矣라
주인이 말하기를, “일에 숙달한 사람은 일을 당해서 잘 생각하고 때에 따라 적당하게 처리하는데, 관례(慣例)에 구애받는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해주(海州)의 공물법을 보면, 논 1결(結)마다 쌀 한 말을 징수하는데 관청에서 스스로 비축해 두었던 물건을 서울에 바치기 때문에 백성들은 쌀을 내는 것만 알고 농간하는 폐단은 전혀 모르고 있으니 이것이 참으로 오늘날의 백성을 구제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이 법을 사방에 반포하면, 방납의 폐단이 머지않아 저절로 개혁될 것이다.”
客笑曰 子言은 誠闊於事情矣라 我國郡邑之實者ㅣ 莫海州若也온 安能使八道郡邑으로 皆效海州之爲耶아
손님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의 말은 참으로 현실에 어둡다. 우리나라의 고을이 해주만큼 충실(充實)한 곳이 없는데, 어찌 8도의 고을로 해주를 본받게 할 수 있는가.”
主人曰 若無變常規면 則誠如子言矣라 若使大臣及該司로 悉取八道圖籍하여 講究其人物之殘盛과 田結之多寡와 物產之豐嗇하여 更賦其貢物而式均其苦歇하고 至於貢物之不切於國用者는 量宜蠲減하여 必使八道郡邑之所辦出을 皆如海州之一結一斗然後에 乃頒其令이면 則何不可行之有아
주인이 말하기를, “만약 지금의 통상 쓰는 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진실로 그대의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신과 해당 관서로 하여금 8도의 도적(圖籍)을 모두 가져다가 그 인구의 줄어들고 불어남과 전결의 많고 적음, 산물이 풍부하고 박한 것을 강구하여 공물을 다시 부과하되, 그 경중(輕重)을 균등하게 하고 국용(國用)에 절실하지 않은 공물은 양을 적당하게 삭감하여, 반드시 8도 고을에서 마련하는 방법을 모두 해주의 1결 1두와 같이 한 연후에 그 법령을 반포한다면 어찌 행하지 못할 염려가 있겠는가.
何謂役事不均之弊아 今之所謂正軍․保率․羅將․皁隷諸員의 凡百應役之類는 或立長番하고 或分二番하며 或分三番으로 至六七番하니 或不堪侵暴而逋竄하고 或稍得安業而自保하니 同是赤子로 有何彼此而使憂樂不同耶아
무엇을 역사불균(役事不均)의 폐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 이른바 정군(正軍), 보솔(保率), 나장(羅將), 조예(皂隷) 등 모든 역(役)에 응하는 부류는, 혹은 장번(長番)을 서기도 하고, 혹은 2개 번으로 나누어 세우기도 하며, 혹은 3개 번에서 6, 7개 번으로까지 나누어 세우기 때문에, 어떤 이는 침포(侵暴)를 감당하지 못하여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생업(生業)을 편안히 하여 자신을 보전하고 있으니, 같은 적자(赤子)로서 어찌 피차의 차별을 두어 그들로 하여금 괴로움과 즐거움이 다르게 한단 말인가.
爲今之計를 大臣與該司가 量度裁制하여 絶長補短하여 務使一切之役으로 皆得番休迭息하여 均齊方正하여 無有甚苦甚歇之弊면 則流亡을 可以還集하고 而民無投屬厭避之計矣라
지금의 계책으로는 대신과 해당 관서가 잘 헤아려 법제를 제정하여 긴 것을 잘라서 짧은 것을 보충하고 일체의 역사(役事)를 모두 순번에 따라 쉬고 번갈아 쉬게 해서 고르고 바르게 하여 누구는 몹시 괴롭고 누구는 수월한 폐단이 없게 해야만 도망한 자를 다시 모을 수 있고 백성은 가속(家屬)을 버리고 기피하려는 계책을 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