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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라는 용어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외국에서 대중성을 가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류’라는 어미에는 ‘~스타일’ 혹은 ‘~풍’이라는 대치될 수 있는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대중들의 취향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그것은 언젠가 바뀔 수도 있으며, 때로는 시대의 변화나 대중들의 취향에 따라 소멸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김시스터스와 BTS까지’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최근 한류의 정점에는 바로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아이돌 그룹 ‘BTS’ 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드라마와 영화가 넓혀온 한류문화의 대단원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금도 자국 문화를 자기중심에서 바라보고 민족주의와 결부시켜 평가하는 시선을 이른바 ‘국뽕’이라는 단어로 폄하하는 일각의 경향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미 ‘한류’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고, 언젠가 소멸될 지도 모르겠으나 그에 대한 다각도의 학문적 분석도 시도되고 있다. 이 책 역시 ‘한류’를 하나의 실체로 인정하면서, 그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왜 사람들은 BTS와 <기생충>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한류의 역사와 그 이유를 나름의 관점에서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대중문화의 역사를 더듬어, 문화의 유입과 외부로의 확장 과정을 거치면서 한류의 토대는 하나씩 쌓여갔다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저자는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헌과 연구 논문 등을 섭렵하여 주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책의 분량도 방대하지만, 그에 관한 주석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단 그러한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그것을 자신의 저서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필요한 자료들은 스크랩을 해서 보관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을 활용해서 간혹 필요한 글을 쓰는 정도일 뿐이다. 반면에 저자는 다양한 자료들을 서로 연결시켜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묶어내고, 그와 연관된 연구 논문과 문헌들까지 섭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을 ‘대중문화 공화국’이라고 명명하고, 대중문화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에서 결국 ‘한류’라는 현상이 이루어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토대에는 이미 좋은 환경이 갖춰진 이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후발자의 이익’을 보았다는 전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한 토대의 하나로 일찍이 미국들을 위한 방송이었던 ‘AFKN’에서 영화와 팝송을 보고 자랐던 이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적 감성의 원천이 바로 AFKN이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외국문화의 개방을 둘러싼 폐해에 대한 과거의 지리한 논쟁을 겪고, 이제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해방 직후 주둔한 미군들에 의해 이른바 ‘양키문화’가 수입된 이래로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한 실상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한류의 동력 가운데 하나는 1997년의 ‘IMF 환란’으로 꼽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던 당시 상황에서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역설적으로 ‘밖으로 나가야 산다’는 각오로 움직였기에, 해외에서 한류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나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한국인의 열정과 위험 감수성’도 한 몫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과거 부정적으로 평가되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류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배경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언급은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기에 내려질 수 있는 것이며, 곰곰이 따져보면 과연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한류가 급성장하여 자리를 잡은 이면에는, 그 성과를 함께 나누지 못한 이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류로 각광받는 우리 대중문화계의 어두운 현실, 이를테면 스태프들의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과 초장기 계약의 형식으로 착취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아이돌 양성 시스템 등의 어두운 면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가 성공하면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그 영광을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스태프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더 많은 이들이 그것을 준비하다가 좌절하여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한류’의 이면에는 그것을 위해 희생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열정과 노동력이 착취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제는 누군가의 성공 이면에 담긴 다른 이의 눈물도 보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연꽃은 수렁에서 핀다’라는 제목의 멪음말에서, 지금의 ‘한류’를 이루기까지 그 요인을 모두 9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연꽃’과 ‘수렁’이라는 대비되는 조건을 설정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그 명과 암의 측면을 아울러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한류에 대한 저자의 애정으로 보아, ‘연꽃’이 피기 위해서는 ‘수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다만 그러한 언급이 지금도 엄존하고 있는 ‘한류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아니길 기대한다. 한류라는 배경을 획득한 대중문화인들에게는 그것이 축복일 수 있겠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사라져간 누군가의 ‘피 땀 눈물’이 없었다면 그것도 존재하기 힘들었음을 깊이 자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류라는 현상이 단지 일시적인 트렌드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한류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파생한 어두운 면을 없애기 위해 대중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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