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안 받아봤지만 상은 가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받으면 좋지만,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그 상이 정말 받을만 했나, 스스로에게 묻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그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다음 문제는 그 상에 상응하는 '다음'에 대한 걱정으로 또 흔들린다. 그러다 하던 짓도 못한다.
공모전도 많고 이런 저런 상이 많은 문학계에서도 상에 대한 공론이 심심치 않다.
연말, 여러 방송국에서 다투어 상을 준다. 어떤 경우는 나눠먹기식 상이라는 게 빤히 보인다.
가끔은 정말 박수를 쳐줄만 한 수상자들도 있다.
만날 받을 수 없으면서도 다다익선, 자주 많이 받으면 좋고 제외되면 때마다 마음 아픈, 賞!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
홍석천씨의 글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상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그의 심경이 전해져 와 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글을 옮겨본다.
다음은 홍석천 글 전문이다.
마침내,,,2022년의 마지막날이다. 어제의 나는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사람만나고 웃다가 졸다가 먹다가 그러다가 문득, 시상식이 떠올랐다.
연예대상 연기대상 무슨 상 무슨 상.... 시골 학창시절 조회 때마다 받던 이 상 저 상…결국엔 별 감동도 못 받았던 상인데. 어른이 되고 연예계에 들어와 30년 가까이 연말에 상 받은 적이 없는듯하네. 열심히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재능이 부족했는지 열정이 부족했는지 인간성이 별로였는지 운이 없었는지 아니면 별별 부족함으로 이 연말에 상 한번 못 받아보고 심지어 그런 행사에 한번 제대로 초대도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네. 갑자기.
1등에 대한 욕심보다 행복한 3등이 되도 되라고 나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왔는데 아주 가끔은 1등도 하고 싶어지네. 연말이라 그래. 누구와 비교하며 살지 말자 그랬는데. 턱시도입고 트로피 들고 가족들에 팬들에 멋진 감사 인사하는 동료들이 부러워지네,,,,연말이라 그렇겠지.
나도 참 바삐 살고 일 열심히 하고 진심을 다하고 있는데. 아직도 한참 부족한가봐. 그냥 갑자기 엄마아빠한테 죄송해서 그래. 이거저거 다, 많이... 멋진 아들 보여주고 싶었는데… 부끄럽지않은 아들이고 싶었는데 …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연말이라 그래 그냥 그래….
내일부터 새해엔 계획된 것들을 더 잘해야 하고 더 달려야하고 더 진심을 바쳐야 해.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더 많이 웃고 더많이 울고 더많이 행복해야해. 방법은 내가 찾고 그 길은 내가 만들어 가야해 혼자서가 힘들면 손내밀어야해. 함께 가야해. 힘들면 힘들다고 뗑깡도 부려야해 감추지 말아야 해. 나서기도 해야 해. 바보가 되기도 해야해 자신감도 되찾아야해. 그래도 나쁜 인간은 되지말아야해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간절히,,사랑하며 살아야해. 나 자신을 내 가족을 내 주위를. 내 인생을. 그래 그렇게 살자. 2023년 그런 마음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트로피없는 인생이지만 삶은 트로피보다 더 가치 있는 작은 기쁨들로 가득차 있으니까. 2022년 마지막날 새벽.
첫댓글 짠 하게 와 닿는 글입니다. ^^ 등수는 누가 매기는 건지.
받으면 기쁘고 등수 안에 못 들면 또 여러 가지 생각들에 잠을 설치고... 문학 판과 다를 것 없네요.
평소에도 짠했어요. 소수자에 속한 설음이 있는지 잘 울더라고요.
SNS에 이 글을 올렸다고 기사가 올랐기에 읽어보니 공감도 가고 짠해서요. ㅎㅎ
@이복희 잘 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