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동물 진정제 ‘자일라진’(xylazine)을 기존 마약에 혼합 오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현지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자일라진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수의사들이 말·소 마취제나 고양이 구토 유발제로 널리 쓰는 동물용 의약품이다. 1962년 개발됐으며 상표명은 ‘럼푼’(Rompun)이다. 미국에서는 ‘트랭크’(tranq) ‘좀비 약’(zombie drug) 등 속어로 불리며 ‘말 마취제’(anestesia de caballo)라는 이름도 있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일라진을 펜타닐 등 기존 마약에 섞어 주사로 투입할 경우 팔다리 등에 ‘괴사 딱지’로 불리는 부스럼 조직이 생긴다.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여러 시간 동안 정신을 잃기 때문에 성폭행·강도 등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만약 아편류 마약과 섞어 투약했다면, 과량 투여 시 해독제로 쓰이는 ‘널락손’(naloxone) 등 표준 응급 치료 방식이 제대로 듣지 않을 우려도 있다.
금단증상 역시 매우 강한데 실제 자일라진 혼합 마약 중독자였던 브룩 페더(38)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상처가 뼈까지 번져 1년 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금단증상을 이겨내지 못했고 여전히 남은 팔다리에 해당 마약을 주사하고 있다.
NYT는 지난해 6월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미 50개 주 중 36개에서 유통되는 마약에 자일라진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90% 이상이 자일라진 함유 건이었다. 뉴욕시에서도 마약 샘플 중 25%에서 자일라진이 나왔으나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더 크다.
다만 자일라진은 미국 내 규제 약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때문에 매번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마약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