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 권 오 영 이상한 새가 며칠째 눈 위에 앉아 있다 산 그림자를 쪼아 먹는 새는 끄떡끄떡 바닥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베란다 유리로 내다보는 산은 새를 품기 위해 그 자리에 오래 있어 줘야 할 것처럼 보인다 사흘째 눈 내리던 날 골똘히 앉아 자신의 깃털을 뽑는 새에게 궁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나는 너를 여기서 바라보고 있을 거야 궁리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지키기 위해 궁리와 여기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거리를 두는 동안 거리감을 느낀 궁리도 여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궁리가 번역되지 않은 문장으로 읽혔지만 끄덕끄덕 푸드득 콕콕 만으로도 의미를 알 수 있었고 그런대로 소리와 몸짓만으로도 내용이 이해되었다 읽혀지는 방식이 서툴렀을 때의 궁리는 내가 아는 새들이 아니었으므로 이상했고 신비로웠고 날마다 궁금해졌다 누군가가 이상한 새를 품기 전 품어버린 궁리가 여전히 끄덕이고 있다 품는다는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에야 알았다 궁리는 그 자리에 나는 여기서 궁리를 생각한다 |
첫댓글 궁리라는 단어가 주는 야릇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어떻게 할까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뭔가 손을 댈수 없어서
더욱 깊이 궁리를 하다가 궁리라는 새이름으로 마침표를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