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의 심상
사람은 누구나 좋은 얼굴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관상을 잘 믿지 않는 사람도 누가 "당신 관상이 좋다"고 하면 금세 입이 헤벌레 벌어지곤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 때의 일입니다. 청년 김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 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습니다. 당시엔 인맥과 재물이 없으면 출세 할 수 없는 시절 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 보라고 권했고, 김구는 ‘마의상서’라는 관상책을 구해 독학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연마한 그는 거울을 갖다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았습니다.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 횡사할 액운이 다 끼어 있었으며 최악의 관상 이었습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 때마침 장탄식하던 김구의 눈에 책의 마지막 구절이 들어왔습니다. 얼굴 잘 생긴 관상(觀相)은 몸이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얼굴보다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올커니!." 김구는 무릎을 쳤습니다.
용기를 얻은 그는 책을 덮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심상을 만들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는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훗날 상해 임시 정부를 이끄는 민족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김구가 읽은 마의상서에는 이런 일화가 전해 집니다.
이 책을 쓴 마의 선인이 길을 걷다가 나무하러 가는 머슴을 만났습니다. 그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마의 선인은 머슴에게 “얼마 안 가서 죽을 운명이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게” 라고 일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머슴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습니다. 그때 나무껍질이 계곡물에 떠 내려 왔습니다. 머슴은 나무껍질 위에서 개미떼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고는 측은한 생각에 껍질을 건져 개미들을 살려 주었습니다. 며칠 후 마의선인은 그 머슴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 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작은 선행이 그의 관상과 운명까지 바꾼 것입니다. 머슴에게서 개미 이야기를 들은 마의선인은 크게 깨닫고는 마의상서에 글을 남겼습니다. 김구가 읽은 마지막 장의 심상이 그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턱을 깎고 새 눈썹을 만드는 성형으로 자기 얼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진면목은 마음에서 나온다. 남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을 가지려면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 심성이 착하고 남을 돕고 배려하면 얼굴이 부드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에 배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에서 유명한 관상가를 만난 그는 자기 관상을 한 번 봐 달라고 청했습니다. 관상가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말하기 민망스럽지만 당신은 빌어먹을 상이오." 관상가의 말을 들은 배도는 타고난 운명을 어쩔 수 없다면 남에게 좋은 일이라도 하고 죽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배도는 길에서 그 관상가를 다시 만났습니다. 관상가는 배도를 찬찬히 살피더니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오. 당신의 상이 바뀌었소. 당신은 이제 정승이 될 상이오." 실제로 배도는 훗날 벼슬길에 올라 정승이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의 관상을 보는 것보다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낫고, 사람의 말을 듣는 것보다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낫고,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낫다.' 얼굴보다 말을, 말보다 행동, 행동보다는 마음을 보라는 당부입니다. 좋은 마음이 좋은 얼굴을 만듭니다. 반면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악한 인상으로 바뀔 것입니다. 운명이 바뀝니다.
= 옮겨온 글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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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소리와 관상에 대한글을 잘 읽으면서 머물다 가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참 좋은글
새로히 마음을 길러야 겠씁니다
인생의 변화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