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의 위기와 치유, 성장
최근들어 중년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IMF상황 속에서 중년가장들의 조기퇴직은 소위 "고개 숙인 남자"라는 사회적 신조어를 형성하며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고, 일부 계층들의 한정된 이야기라고 하지만 중년여성들의 탈선과 방황의 모습들은 한국사회의 중년의 문제가 한가정,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얼마 전 통계청의 인구발표에 의하면 21세기를 바라보는 한국인구의 주축이 바로 중년(40세~60세)이고 전체 인구중 35%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늘어나는 중년의 교인들을 위해 어떠한 목회적 돌봄과 상담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는가? 중년이 살아야(건강한 자기 개념과 활동적 사회참여)가정이 살고, 가정이 살아야 사회와 국가가 건강한 나라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점에서 필자는 중년의 위기와 치유의 이론과 실제를 여러분과 함께 잠깐 생각해 보고자 한다.
클라인(Melanie Klein, 심리학자)은 중년의 무의식적 에너지를 우울함(Depressive Position)이라 하였다. 즉 중년의 심리적 과제는, 젊음 상실의 우울, 젊음의 활발함을 잃어감에 대한 상실감의 우울, 이에 따른 심리적 반응의 과제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중년기의 위기의 근원이라 지적하고 있다. 비오스트(J.Viorst)라는 학자도 "상실감의 불안과 위협"이 중년기의 위기의 근원을 이룬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중년의 시기에는 연로한 부모와의 사별, 장성한 자녀들과의 이별 등 그동안의 인간관계의 끈이 상실되는 시기이며, 동시에 직장이나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현실적 한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꿈의 끈이 상실되어지는 경험들을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분노와 우울감의 시기"라는 것이다. 스위스 정신치료가 융(C.G.Jung)은 수많은 중년기 환자들과의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중년기의 이 우울함과 분노의 에너지가 인간의 삶을 좀먹는 파괴의 에네지로도 혹은 우리 의식의 각성과 성숙을 촉구하기 위한 성숙의 에너지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즉 인간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이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위기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그 에너지는 새롭게 "자기"를 발견하는 창조적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즉 중년의 위기는 삶을 보다 풍요롭고 성숙하게 인도해 주기 위한 하나님의 영적 초대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년기를 성장과 치유의 창조적 시기로 보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몇 가지를 제안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 중년기에는 위기감의 증후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이때 겪는 우울의 감정이나 분노, 상실감의 고통들과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즉 당신의 감정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중년에 들어서면 육체에 대한 돌봄을 본능적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그만큼 돌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감정도 꾸준한 노력과 관심, 돌봄을 필요로 한다.
둘째, 이때 가장 필요한 도움은 친밀함의 관계이다. 배우자나 친구, 교회의 신앙의 동료들과의 친밀함의 관계는 중년기의 위기적 감정들을 성숙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자원임을 명심하라. 중년의 삶이란 함께 삶의 여정을 축하하고, 괴로움의 현실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친구관계를 목말라 하고 있다. 서로에게 삶의 우물터가 될 수 있다는 관계의 축복에 눈을 떠야 한다.
셋째, 진정한 자기의 발견을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진정한 만남이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때 만나는 하나님은 자신의 고통과 위기 가운데서 직접 대면하고 씨름하여 만난 체험의 하나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만 중년의 삶은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드려다보는 자신과의 화해, 이웃과의 화해, 꿈의 재조정 등의 과정을 무리 없이 위기감을 극복하며 성장과 성숙으로 이끌 수 있다.
넷째, 건강한 중년의 삶은 건강한 공동체 의식과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책임적 자아가 될때 완성됨을 알아야 한다. 현대의 이단은 개인주의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년의 삶은 삶의 애환들을 겪으며 때로는 생존의 이유로, 때로는 삶의 상처들로 인하여 이웃과 공동체를 잃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으로 자신이 이룩한 자신만의 동굴을 은신처로 삼아 도피하고 만족하는 잘못된 개인주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음을 주변의 많은 위기의 중년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개인주의의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우리 삶의 이야기 모형으로 남겨 주어서는 안된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서 함께 이 소풍길을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우리에게 이 소풍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화답하기 위해서 우리도 이 개인주의라는 이단의 유혹의 손길에서 벗어나 함께 부르는 우리들의 노래,이야기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여러분의 중년의 삶의 노래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