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安民之術(3)
何謂吏胥誅求之弊아 自權姦濁亂之後로 上下惟貨賄是事하여 官爵非賄不進하고 爭訟非賄不決하고 罪戾非賄不免하니 以致百僚師師ㅣ 非度하고 吏胥ㅣ 緣文舞術하여 百物納官之際에 精麤不分하고 多寡不算하고 惟以貨賂等級而取捨之하니 以至一皀一隷도 稍有所管이면 則輒事漁奪이라
무엇을 아전들이 가렴주구하는 폐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간사스러운 권신(權臣)이 세상을 혼탁하고 어지럽게 한 뒤로 상하가 오직 뇌물만 일삼아서 관작(官爵)도 뇌물이 아니면 진급이 되지 않고 소송도 뇌물이 아니면 판결이 나지 않고 죄수도 뇌물이 아니면 석방되지 않으니, 이 때문에 모든 관료들은 이 법을 어기는 일만 하고 아전들은 법률 조문을 가지고 농간하여 모든 물건이 관에 공납될 때에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하지 않고 많고 적은 것을 계산하지 않고 오직 뇌물의 등급을 매겨 취사(取捨)의 표준을 삼기 때문에 관청의 일개 하인이나 일개 사령까지도 다 약간의 일만 맡으면 금방 토색질을 일삼게 되었다.
不特此也니 獄訟重事도 亦委猾吏之手하여 視其賄賂而曲直之하니 此誠亂政亡國之痼病也라 目今權姦已去하고 公論稍行하여 朝廷之上은 少革舊習이나 而吏胥之姦은 比前尤甚이라
이뿐만이 아니라 중대한 소송 사건도 교활한 아전의 손에 맡겨져 뇌물의 많고 적음으로 곡직(曲直)을 결정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참으로 정치를 혼란시키고 나라를 망치는 고질이다. 지금은 간사한 권신이 없어지고 공론(公論)이 차차 행하여서 조정에는 다소 구습이 고쳐졌으나 아전들의 간사스럽고 교활한 것은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되었다.
欲革此弊면 則當嚴勅具僚하고 申明贓法하고 振起頹綱하여 使朝著肅然하고 人知警懼然後에 一禁侵漁受賂之習하고 發隱摘伏하여 以得其情하고 許民陳訴하여 以察其冤이라 若有吏胥使令之徒ㅣ 或受賂하고 或漁奪하여 事覺則布一疋以上이면 悉治以全家之律하여 以實六鎭空虛之地면 則非徒一洗賄賂之習이요 亦將有助邊圉之固矣라 雖然이나 吏胥之求賄는 誠可痛絶이나 而其代耕之資는 不可不給이라
이와 같은 폐단을 개혁하려면 마땅히 백관을 엄하게 단속하고 장물에 관한 법률을 밝히고 퇴폐한 기강(紀綱)을 진작시켜 조정이 숙연해지고 사람마다 두려워할 줄을 알게 한 연후에 침탈(侵奪)하고 뇌물을 받는 폐습을 일체 금하고, 숨고 감춘 죄를 적발하여 그 실정을 파악하고 백성의 호소를 허용하여 그 원통함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 아전이나 사령의 무리들이 뇌물을 받았거나 토색질을 한 사실이 발각되어 피해액이 포(布) 1필 이상일 때에는 전가율(全家律)로 다스려 육진(六鎭)의 빈 땅으로 귀양을 보내 인구를 채운다면 뇌물에 대한 폐단을 일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변방을 튼튼히 하는 데도 도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들이 뇌물을 받는 일은 참으로 모질게 끊어야 하지만 그들이 농사 짓는 수입을 대신할 만한 재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古者에 府史胥徒는 皆有常祿하여 仰食於上이나 今之吏胥는 別無廩俸하니 若不漁奪이면 難免飢寒하니 此我國之制에 有所未盡者也라
옛날의 아전들은 일정한 녹(祿)이 있어 상부(上部)에서 받아 먹었으나 지금의 아전들은 따로 봉록이 없으니 토색질을 하지 않으면 배고픔과 추위를 면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것은 우리나라 제도에 미진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하였다.
客曰 經用不足하여 朝士之祿도 尙且裁減이온 況給吏胥之俸乎아
손님이 말하기를 “나라의 경비가 모자라서 고관(高官)들의 녹도 줄이는 형편인데 하물며 아전들의 봉급을 줄 수 있을까?”
主人曰 吾非謂減經費以給吏俸也라 但收國家虛棄之物이면 可以足給矣라 何謂虛棄之物가 今夫各司贖布及作紙를 皆散之無用之地하니 若該曹收納을 無遺면 則一歲所得이 必不下數萬疋矣라 以此爲吏胥之俸하고 而其餘는 足以有補經用이니 何不可之有아 此는 非賦外別科也니 只是轉無用爲有用矣라 經濟之士는 不可以其言之淺近而忽之也라
주인이 말하기를, “나라의 경비를 줄여서 아전의 봉급을 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에서 쓸모없이 버리는 물건을 거두어들이면 그것으로도 넉넉히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헛되이 버리는 물건이 무엇이냐 하면, 지금 각사(各司)에서 벌금으로 받는 포와 문서를 작성하는 비용으로 받는 돈을 모두 쓸모없는 곳에 흩어 두고 있는데 만약 해당 관서에서 빠짐없이 거둬 들이면 한 해에 얻는 소득이 반드시 수만 필에 가까울 것이다. 이것으로 아전의 봉급에 쓰고 그 나머지는 국가의 경비를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니 무엇이 안 될 것이 있겠는가. 이것은 별도로 백성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無用)한 것을 유용(有用)하게 쓰자는 것뿐이다. 경제(經濟)에 뜻을 둔 사람은 이 말을 천근(淺近)하다고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하였다.
客曰 當今之弊는 止此而已乎아
손님이 말하기를 “지금의 폐단은 이것뿐인가?”
主人曰 奚止於此아 田不改量하여 而陳荒之地도 未免於收稅하고 釋敎尙存하여 而游手之民이 未返於田畝하고 不時之需를 悉辦於市人하니 而市人剝膚橫侵之毒이 濫及於坊內하여 而坊內竭髓하고 無名之稅ㅣ 濫觴於列邑하여 而徵斂ㅣ 反重於貢賦하며 從母之法이 不用於良女하여 而良民盡變爲私賤하고 宂官ㅣ 尙多하여 而浮費尙廣하고 民戶漸縮이나 而郡邑太多하니 今世之弊를 若欲盡言이면 吾恐日力之不足也라 由今之道하며 無變今之政이면 雖堯舜在上하고 臯夔在下라도 亦將無益於治亂이라
주인이 말하기를,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田地의 정확한 측량이 실행되지 않아서 묵은 땅에서도 세금을 받고 있으며, 불교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놀고 먹는 승려가 논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불시(不時)의 수요를 모두 시장에서 마련하기 때문에 시정 사람들은 껍데기가 벗겨지고 있고, 엉뚱하게 당하는 침해의 해독이 동내에 넘쳐들어 동내의 백성이 골수까지 마르고 이름도 모르는 잡세(雜稅)가 모든 고을에 남발되어 징수가 공부(貢賦)보다 더 무거워지며, 종모법(從母法)이 양민 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양민이 사천(私賤)으로 바뀌고, 필요 없는 관리가 많아 낭비되는 경비가 아직도 많고, 백성은 줄어드는데 군읍(郡邑)만 너무 많게 되었으니 오늘날의 폐단을 다 말한다면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랄 것이다. 지금 하는 방도로만 하고 지금의 정치를 바꾸지 않는다면 요순(堯舜) 같은 임금이 위에 있고 고기(臯夔)와 같은 신하가 밑에 있더라도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데에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不過數年하여 民必魚爛而土崩矣라 抑有大可憂者焉하니 度今民力컨대 如垂死之人이 氣息奄奄하여 平日支持도 亦不可保온 脫有外警起於南北이면 則將必若疾風之埽落葉矣니 百姓已矣라도 宗社何依아 言念及此하니 不覺慟哭也라
몇 해가 못 가서 민생(民生)은 생선같이 뭉개지고 흙처럼 무너질 것이다. 특히 크게 걱정되는 것은 지금의 민력(民力)이 거의 죽게 된 사람이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것 같아 평일에도 유지하기 어려운데 만일 외침이 남ㆍ북(南北)에서 일어난다면 회오리바람이 낙엽을 쓸어버리는 것처럼 될 것이니 백성은 그만두더라도 종사(宗祀)가 어디에 의탁하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나도 모르게 통곡이 나온다.” 하였다.
客曰 子言誠是也라 但忠臣輔君은 當以祖宗爲法이라 若用子言이면 無乃近於變亂祖宗之法度耶아
손님이 말하기를 “그대의 말이 참으로 옳다. 그러나 충신이 임금을 보필하려면 조종(祖宗)을 법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대의 말대로 한다면 조종의 법도를 고치자는 뜻에 가깝지 않은가?”
主人曰 噫嘻라 流俗之見은 每每如是라 此不措一策하고 坐而待亡之術也라 程子有言曰 生民之理有窮엔 聖王之法도 可改라하니 大抵法久則弊生하나니 弊生則當改라 易曰 窮則變이요 變則通이라하니 是故로 我太祖開國하고 世宗守成하여 始制經濟六典하고 而世祖承業하여 乃制經國大典하니 此皆因時而制宜니 非故變亂祖宗之法度也라 當今之弊ㅣ 假使悉出於祖宗之法이라도 亦當以世祖爲法하여 稍變前規하여 以立常久之道라 況乎非必祖宗之法이요 多出於權姦之手온 而乃欲遵守를 若先王成憲者는 何耶오 此乃設淫辭而助之亂也온 反以我爲變亂祖宗之法度耶아 <栗谷全書 卷之15>
주인이, “아, 유속(流俗)의 견식은 언제나 이와 같다. 이것은 한 가지의 정책도 써 보지 못하고 앉아서 망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정자(程子)의 말에, ‘생민(生民)의 길이 궁색할 때는 성왕(聖王)의 법이라도 고쳐야 한다.[生民之理有窮, 聖王之法可改]’ 고 하였다. 대체로 법이 오래되면 폐단이 생기고 폐단이 생기면 고쳐야 하는 것이니, 주역(周易)에,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窮則變變則通]’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태조(太祖)가 개국(開國)하고 세종(世宗)이 수성(守成)하여 《경제육전(經濟六典)》을 처음으로 제정하였고 세조(世祖)가 업(業)을 이어 《경국대전(經國大典)》을 제정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시대에 따라 알맞게 제정한 것이지 함부로 조종의 법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 지금의 폐단이 모두 조종의 법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역시 마땅히 세조(世祖)를 본받아 전규(前規)를 약간 바꾸어서 떳떳하고 오래갈 수 있는 도리를 세워야 할 것이다. 하물며 선대의 법도 아니고 대개는 권간(權姦)의 손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을 선왕(先王)이 만들어 놓은 법인 양 준수하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것이야말로 궤변을 만들어 난(亂)을 조장하는 것인데, 도리어 나를 보고 조종의 법도를 어지럽힌다고 말하는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