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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면서, 과연 어떤 형식일지가 궁금했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고 이오덕 선생의 남긴 뜻을 잇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저자는 외래어와 한자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그러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중(言衆)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글을 쓸 때 의도적으로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저자와 같은 이들의 노력에 대해서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 13살의 아들이 시 형식을 통해 저자에게 냈던 수수께끼를 풀다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한국말 사전’을 염두에 두고 있던 저자에게, 구체적인 우리말 표현들을 시 형식의 수수께끼로 만드는 작업은 흥미로우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6행으로 이루어진 운문 형식으로 각각의 단어에 깃든 의미를 담아내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생각하여 찾게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단어에 담긴 사전적 의미는 물론, 그로 인해 상기되는 다양한 형상과 감정 등을 함께 표현해야만 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작업이 저자가 만들고자 하는 ‘사전’의 뜻풀이를 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164개의 단어들을 모두 9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항목과 연관되는 단어들에 관한 내용을 시로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보리 국어사전’에는 수수께끼를 ‘빙 돌려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놀이’라고 풀이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수께끼를 낼 때는 직설적인 설명보다는, 비유적이고 때로는 상징적인 내용들을 통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만 들어서는 정답을 바로 맞히기 쉽지 않고, 여러 가지가 연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문제를 낸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책의 정답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저자가 구분하는 9개의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푸르다, 집, 몸, 느끼다, 생각, 삶터, 이웃, 놀다, 우리 등. 처음에는 정답을 보지 않고 맞히려고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아 우선 문제를 보고 정답을 찾아보았다. 정답을 보자, 문제로 낸 내용들이 어느 정도 수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명사나 동사에 대한 설명들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지만, ‘라’나 ‘톡톡’ 같은 의성어나 ‘곧’이나 ‘막’ 등의 표현에 대해서는 쉽게 정답을 떠올리기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그에 해당하는 수수께끼의 내용도 저자의 주관적인 풀이였다고 생각했다. 평소 언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문득 독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단어장과 그에 걸맞는 뜻풀이를 해본다면,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가 될 것이다. 아마도 아이와 함께 이 책의 문제들을 내고 풀어보도록 하는 것도 표현력을 기르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우리말 표현들을 수수께끼로 풀어내고, 그 정답을 찾는 이 책의 내용들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말 표현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한 저자의 노력들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국어사전이 아닌 한국말 사전’을 만들고자 하는 저자의 목표에, 이 책의 기획과 집필 과정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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