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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발효음식이 다채롭게 발전한 나라도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끼니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가 대표적이며, 간장과 된장 그리고 고추장 등의 장류도 풍부한 식단을 구성하도록 하는 발효음식들이다. 이밖에도 새우를 비롯한 어류를 소금에 절여 만든 각종 젓갈도 발효식품이며, 소금이나 간장 혹은 된장 등에 절여 만든 각종 장아찌도 여기에 목록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식단에서 발효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적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발효음식이 건강한 식생활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표출되고 있다. 물론 발효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양한 미생물이기에, 덩달아 그에 대한 효능과 건강과의 관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현대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발효 음식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으며,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발효와 그것을 돕는 미생물의 작용과 효과 등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이며, 주로 섬유질로 구성된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들에게 식량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왜 채식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강조하는지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과거에는 매우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했지만, 영양과 위생이 강조되면서 역설적으로 미생물들의 종유가 크게 감소했음을 전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미생물의 역할과 의미 등에 대해서 이론적인 고찰을 제시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저자가 접한 다양한 발효 음식의 종류와 특징 등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미생물의 작용에 따라 식재료가 발효될 수도 부패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인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생물들에게 영양분과 거처를 제공해왔고, 그 대가로 미생물은 병원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부 미생물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밝혀진 바 있지만, 대체적으로 미생물들의 역할과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저자는 미생물에 대한 이론적 설명으로부터 구체적인 발효음식과 미생물과의 관계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후반부에 제시된 발효 음식들의 경우, 발효 원료의 종류에 따른 큰 분류를 행하고 있다. 치즈로 대표되는 유제품의 경우 ‘미생물 발효의 정석’이라는 제목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음으로 ‘절임을 만들어볼까’라는 항목에서는, 김치가 포함된 채소와 과일을 원료로 한 다양한 발효 음식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발효 음식을 찾아다니며 답사도 하고, 각각의 발효 식품들이 지니는 특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김치 등도 소개되어 있지만, 주로 서양의 발효 음식을 중심으로 논하고 있다. 동양의 경우에는 저자에게 친숙하게 느껴진 듯, 주로 일본의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취하게 하는 발효 :곡물’이라는 항목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는 발효주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의 막걸리도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콩류와 씨앗’도 다양한 방식으로 발효 음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콩발효’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낫토를 접한 저자의 경험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청국장을 비롯한 다양한 콩 발효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식 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까지 아우르면서, 그것을 토대로 한 일본의 한상 차림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히고 있는 저자가 한국의 된장과 고추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생선을 포함한 육류를 다룬 ‘죽지 않는 고기’ 항목에서는 서양의 소시지와 베트남의 어장(피쉬소스)를 포함한 다양한 발효음식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 역시 한국의 젓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아마도 저자가 아직 충분히 접해보지 않은 탓이라고 여겨진다. 이처럼 다양한 발효음식들을 소개하고, 마지막 항목인 ‘일상에 적용하기’라는 제목을 통해서 현대의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도록 권유한다. 이 책에는 주로 저자가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다뤄지고 있지만, 발효 음식이 풍부한 우리의 경우 자기에게 맞는 식단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도 좋으리라고 여겨진다.
물론 식생활의 변화로 자극적인 발효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미생물이 함유된 발효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미생물의 효능을 강조하는 특정 음료의 광고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저자는 사람들이 해롭다고 알고 있는 헬리코박테리아조차도 인체에 유해한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고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그것이 유해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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