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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라는 부제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한 가지 주종만을 고집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와인도 즐기면서, 그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간혹 와인을 소개한 책자들을 접할 때면, 책 속에 사용된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들로 인해서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에서부터 전문적인 내용까지 잘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이 나에게는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다.
과거 저녁 뉴스의 앵커로 활동했던 저자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쉬운 와인 관련 도서'를 쓰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내며 풀어내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기자의 신분으로 프랑스 특파원을 역임한 덕분에, 그곳에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세계 곳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그곳의 와인들을 접하면서, 마침내 와인에 관한 책을 집필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벽히 좋아하는 주종도 아니다. 간혹 누구로부턴가 와인을 선물로 받게 되면, 지인들과 더불어 마시는 정도이다. 술자리에서 간혹 술의 특징과 역사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지인들이 특별한 술이 생기면 나에게 가져와서 함께 마시기를 청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모르던 주종이나 제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별히 주종을 가리지 않기에, 내 경우에는 보통 맥주나 소주 혹은 막걸리를 반주로 애용하는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와인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점점 좋은 술을 찾아, 결국 고가의 와인을 찾게 된다는 사람들의 충고도 특별히 와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의 한몫을 했을 것이다. 주변에 와인에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어, 간혹 좋은 와인을 들고 와서 함께 마시면서 그들의 품평을 듣는 것도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와인의 종류와 품목들을 알게 되었고, 각각의 제품이 생겨난 과정 등에 대해서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와인에 대해 폭넓게 안내하려는 것이 저술 목적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대체로 고가의 명품 위주로 소개된 와인들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함께 소개된 대중적인 와인도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라벨을 확인하면서 와인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와인을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저 술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로부터 초대를 받아 좋은 와인을 마실 기회가 생기는 것도 거절하지 않겠지만, 그에 대한 답례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애주가로서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만큼은 이 책을 통해서 얻되, 앞으로도 그저 맛있고 저렴한 주종을 즐기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전체 4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1부는 '와인의 깊은 세계'라는 제목으로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고 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원료와 제조법의 차이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와인에 대한 정보가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레드와인은 껍질째 넣고 으깨어 압착시켜 그대로 발효시켜 만드는 반면, 화이트와인은 압착한 포도즙을 사용하여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레드와인은 1차로 발효된 포도즙을 다시 압착한 뒤 오크통에서 2차 발효를 시키고, 일정 기간 보관한 후에 다시 병에 넣어 발효되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 상품으로 출시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샴페인과 귀부 와인, 아이스 와인과 로제 와인, 보졸레 누보와 아마로네 등의 와인 종류 혹은 제품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와인을 증류시킨 코냑 등 브랜디의 제조 방법과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레드 와인의 종류와 제조사, 그리고 그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소개한 2부의 제목은 '붉은 포도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이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포도 품종과 와인의 제조법, 그리고 다양한 와인에 얽힌 역사 등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이외의 유럽 각지의 포도 품종과 그로부터 제조되는 와인들, 그리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으로 전파된 사연들과 그곳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와인의 전통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와인에 대해서 가지 궁금하게 생각했던 내용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해소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주로 청포도로 만드는 화이트와인의 세계에 대해서, ‘청포도의 깊은 풍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샤르도네와 리슬링 등 화이트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 품종을 소개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레드와인에 비해서 그 서술 분량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와인을 대표하는 것이 레드와인이라고 생각되고, 제품의 종류와 포도의 품종도 상대적으로 더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이해된다. 대체로 와인의 품명은 제품을 생산하는 포도의 품종을 취하거나, 그것을 만든 와이너리의 명칭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에 와인을 마신다면, 병에 붙은 라벨을 보고서도 원료의 품종이나 생산지 그리고 그 제품의 특징에 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정도로 이 책에서는 와인의 세계에 대해서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으로, 와인에 첨가된 무수아황산과 코르크에 관한 정보들은 물론 다양한 정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실시하는 디캔팅과 라벨을 읽는 법, 그리고 오래 된 것 정도의 의미를 갖는 ‘빈티지’라는 용어가 와인의 생산 연도를 가리키는 것에서 왔다는 정보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흔히 음식 궁합이라고 설명되는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에 대한 내용은 물론, 와인 등급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와인 업계의 판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조만간 아내와 함께 집에 보관해 둔와인을 마시면서, 이 책의 내용을 직접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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