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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슬이’라는 개의 입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구슬이는 ‘수년 전 슈퍼집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나’ 동동이네로 보내져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새끼를 엄청나게 낳은’ 엄마개 방울이에 대해 소개하면서, ‘어쩌면 동네에서 마주치는 개들이 거의 다 형제자매일지도 모른다’는 소개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한밤중에라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여기저기서 동네 개들이 ‘열심히 대답해‘주는데, 그 이유를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인 입장에서는 그 소리가 단지 소음으로 여겨지기에, 조용하라고 핀잔을 줄 뿐이다.
구슬이와 함께 사는 가족은 아빠와 할머니 그리고 5살의 동동이까지 모두 셋이다. 아침이 되어 출근을 하는 아빠와 유치원에 가는 동동이가 집을 나서고, 할머니까지 볼일을 보러 외출을 하면 구슬이는 텅빈 집에서 혼자서 가족들을 기다린다. 할머니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산책을 나가고, 그 길에 길가의 풍경들을 관찰하는 구슬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시간이면 동동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에, 동동이가 보이면 반가워 냅다 달려가곤 한다. 목줄을 이기지 못해 종종 넘어지곤 하는 동동이를 보며, 구슬이는 달리기가 서툰 ‘인간의 아이는 참으로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동동이와 함께 신나게 노는 모습이 연출된다. 간혹 아무데나 실례를 하기도 해서, 가족들의 꾸중을 듣고 베란다로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동동이가 구슬이 곁으로 살며시 와서 함께 잠을 자는 것으로 내용이 끝난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하는 내용이기에, 저자는 <나는 개다>라는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반려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애완동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지금은 함께 사는 동물이라는 뜻의 ‘반려동물’이라고 일컫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완(愛玩)’이 아끼며 즐긴다는 뜻이라면, ‘반려(伴侶)’는 함께 살아가는 짝을 의미한다. 그래서 결혼한 부부를 '반려자'라고 표현하고, 불교에서 함께 수행하며 정진하는 이를 ‘도반(道伴)’이라 일컫기도 한다. 단지 사람의 입장에서 키워지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라는 입장을 강조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구슬이가 바로 그러한 반려동물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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