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 받는가'라는 부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다양한 자료와 조사를 기반으로 여성들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조직에서 특정 집단의 승진 기회를 제한하는 장벽을 일컬어 '유리천장'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현상이 개선되어 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에게 임금과 승진 기회는 제한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기존의 직장 문화가 남성중심의 관행을 당연시하며 지속시켜 왔으며, 여성들을 가사노동에 묶어두려는 사회적 인식도 크게 작용한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런 문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의 '문화'로 고착되어 왔기에, 누군가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불합리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많은 이들이 느끼고 알고 있지만, 저자들은 이것을 연구의 주제로 삼아 다양한 실증적 자료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저자들은 성별에 따른 차별과 함께 인종과 이주민들에 의한 차별이 일상화된 미국 사회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남녀차별’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이해된다.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차별 문화를 조망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주로 거론되는 문제는 남성과 여성들의 차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문화에 공통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속되면서 형성된 것이기에, 쉽게 고쳐질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나씩 마련하고 잇는 과정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 역시 남녀 차별이라는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여전히 그것이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책의 목차를 따라가면서 하나씩 그 문제점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이라는 제목의 1장에서, 저자들은 성별에 의한 차별이 사회적으로 성별의 역할을 규정하는 젠더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불평등'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부불노동'으로 규정하고, 사회적 역할에 남성들을 대입시키는 관습이 형성된 것이다. 이어지는 2장의 ‘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라는 항목에서, 저자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별 분업에 따른 노동의 성격과 의미를 실증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이것이 비단 미국에서의 현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도 똑같이 통용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별이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더욱 확대되면서 고착되었고, 다양한 직장에서 성 불평등이 발현되는 양상을 3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4장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업무에 따른 성별 분리가 당연시되면서,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현상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오랜 시간 그러한 것이 당연시되면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여성들에게 거대한 '유리천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5장에서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6장에서는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특히 마지막 7장에서는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직장과 가정의 병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많은 이들이 가사와 육아는 여성들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뉴스거리로 다루어질 만큼 보편적이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육아만큼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상 여기에서 거론되는 문제들은 이론이나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이 책이 지닌 특장은 다양한 실증 자료를 통해서 원인을 따지고 현상을 분석하면서 대안을 찾고자 한다는 점이라 하겠다. 현실에 존재하는 명백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실상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여겨진다. 차별의 문제에 접근할 때 대부분 심정적인 측면에서 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하여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왜 그러한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