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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가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어떤 일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직접 실천한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기존의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물론 그 결과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를 맛보며 그만둘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일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는 중년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연극이라는 무대에 도전을 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배우로 새 출발을 시작한 저자들의 자기 고백이 펼쳐진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평균 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배우들의 이야기'이다.
모두 7명이 참여한 이 책의 필진은 연출가 1명과 6명의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처음에 공익재단에서 개설한 시민연극 교실에서 출발해서, 아마추어 배우로 무대에 섰다가 본격적으로 배우로 활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기관은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50살이 넘은 이들에게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주요 활동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시민연극 교실'이었고,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 여기에 참여하여 도전에 나섰다고 한다. 그 가운데 여전히 배우의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남아서 만든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는 이들의 '인생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연극무대에 올랐다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중년들의 유쾌한 수다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자신들의 경험을 정리하기 위한 '치유적 글쓰기'를 시도해서,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필자들이 아직까지는 '무명배우'에 가깝지만, 그들의 연극무대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전업주부나 직장인으로 살다가 뒤늦게 배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이들이 펼쳐가는 유쾌한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두 6개의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는, 저자들의 경험을 순차적으로 풀어내도록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필자의 이름을 직접 기록하지 않고, 책의 앞부분에 있는 ‘인트로’의 사진과 함께 소개된 캐리커처를 글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을 하나씩 읽고, 그 글의 저자를 찾기 위해 앞부분은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이들이 만나 연극 무대를 꾸미면서, 그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표현하는 인생연구소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산하에 ‘참별난극단 B2S’를 창단하여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는데, ‘B2S’는 ‘Bravo 2nd Stage’ 즉 두 번째 무대를 축하하는 의미라고 한다. 흔히 사용하는 격언 중에 ‘늦다고 시작하는 때가 가장 빠른 시간이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직접 실천하는 정신이 담겨있다고 이해했다.
저자들이 펼쳐내는 첫 번째 이야기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꽃중년의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필자들이 처음 연극을 시작하게 된 동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에 마음 졸이며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날 너무 용감했지 뭐야’라는 제목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연극 무대를 준비하면서 첫 연극으로 삼았던 창작극 ‘강 여사의 선택’에 도전하는 과정을 각자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안은영의 연출 노트’가 맨 앞에 제시되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인 ‘세상에, 내가 연극배우?’에서는, 연극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서 분석하고 느낀 점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배우로 무대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어지는 네 번째 이야기의 ‘때로는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에서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에서 생겨난 개인적인 갈등은 물론 배역에 적응하기 위한 힘겨운 과정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연극 무대에 서버렸네요’라는 다섯 번째 항목에서 성공리에 마친 연극 무대에 대한 성과와 자부심들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이들이 이제 본격적인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극단을 만들면서, 동료들을 돌아보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건 참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돌아보면서, 오랜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알리는 것이라 하겠다. 쉽지 않은 도전을 통해 ‘늦깎이 배우’로 시작하는 이들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빌어주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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