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편향적이고 부적절한 고교 노동 인권 교육 실태

[충만]

고교생에 '파업' 가르치는 서울교육청

'고교 노동인권 자료' 내용 논란

"파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키워드 5개를 적어봅시다."

"파업은 헌법으로 정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이 문제일 뿐입니다."

서울교육청이 제작해 13일 공개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 이 자료를 관내 고등학교 320곳에 배포해 노동인권 수업 때 참고 자료로 쓰게 할 방침이다. 서울교육청이 이 자료를 만든 건 지난해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의 사망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본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34.9%)이 '최저시급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은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노동관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동안 다른 기관에서 펴낸 노동인권 교육 자료들은 교재로 활용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아, 이화여대 연구팀과 일선 교사들에게 맡겨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이 노동인권 교재를 직접 만든 건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이다. 노동인권 교육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교재 내용에 상생이나 협력을 강조한 분량은 적고, 노사 간 대립과 집단행동을 강조한 분량은 많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재는 전체 24개 단원 중 6개 단원에서 노동운동의 역사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파업에 대해선 따로 한 단원을 할애했다. 하지만 기업의 긍정적인 역할이나 협상의 중요성을 별도로 다룬 단원은 없고, 단체교섭권에 대해 설명하는 단원에 일부 들어 있는 정도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이런 교육은 자칫 학생들 머릿속에 '파업은 무조건 옳은 일, 파업을 비판하는 건 나쁜 일'이라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파업이 헌법으로 정한 노동자의 권리라는 내용은 강조하면서, 불법 파업이나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재는 노사 협상 분쟁 해결의 실제 사례로 2004년 택시 회사 노조원이 분신한 사건을 들고 있다. 노조가 분신, 파업, 점거 농성을 감행하고, 사측과 고소·고발전을 하다가 가까스로 타협한 극단적인 경우를 '분쟁 해결 실제 사례'로 든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이 노동자의 기본권이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건 맞지만, 이것이 노사 간 의견이 갈릴 때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며 "(노사 협력보다) '투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학생들에게 실제 필요한 것은 수당, 근로 시간, 임금과 관련한 기본적인 개념과 해고당했을 때 권리를 찾는 방법, 모성보호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라면서 "노동조합 활동 같은 단체행동만 강조하는 건 과도하다"고 했다. 직장 내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며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단체행동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가르치는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안에 중학생용 노동인권 지도 자료를 만들고, 내년엔 초등학생용 자료를 만들어 관내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이 자료를 의무적으로 수업 시간에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교실 안팎에서 참고 자료로 쓰도록 만들었을 뿐 모든 학생이 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http://m.chosun.com/news/article.amp.html?sname=news&contid=2019021400253

서울 고교생 ‘전태일 교재’로 노동인권 배운다

아르바이트·현장 실습 등서

부당한 처우 대처 방안 교육

올해 안에 교재 제작·배포

서울지역 고교생들이 올해 안에 이른바 ‘전태일 교재’로 노동인권을 배우게 된다. 서울교육청은 직업진로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전태일 열사의 삶을 통해서 산업 현장에서 부당한 처우와 마주했을 때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최근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통해 노동인권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재 개발 지침서를 만들었다. 서울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진로직업 교육을 위한 노동인권 교재 및 안내서 개발’ 위탁연구보고서를 통해 “청소년들의 노동 권리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자신을 희생해 노동자 권리를 지켜낸 전태일의 삶을 통해 학생들이 노동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노동 인권에 대한 내용이 1%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절반 이상(62.1%)이 교과 외 시간을 통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이민호군이 현장 실습 과정에서 숨지는 등 직업계 고교생들의 현장 체험 실습과 관련해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고교생 대상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교육청은 교재 개발 지침서에 따라 만드는 전태일 일대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나 특성화고 현장 체험 등에서 자신들이 직접 겪을 수도 있는 노동인권 침해 상황을 인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태일 열사가 생전 근로기준법을 공부한 상황을 접하면서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월 시의회에서 통과된 ‘노동인권 교육 활성화 조례’에 따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일반고 내 직업위탁반에 학기당 2시간 이상(3년 간 12시간)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이러한 노동인권 교육 과정 내에서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전태일 교재를 활용하게 할 방침이다. 또 전태일 열사 동상이 있는 종로구 ‘태일다리’와 전태일기념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이행을 주장하며 분신·항거한 평화시장 등을 방문하는 체험 교육인 ‘전태일 올레길’ 순회 프로그램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전태일 교재가 완성되는 대로 노동인권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180530010026#csidxd29886b0877ae1fb79f681174169e9d

서울시교육청, 만화로 보는 노동인권교재 발간

서울시교육청은 만화로 보는 노동인권교재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꿀팁-이지의 알바 24시'(이하 노동인권 꿀팁) 교재를 개발해 서울시내 중·고등학교에 보급한다고 1일 밝혔다.

학생들이 노동인권의 가치와 노동권리를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화형식으로 풀어낸 교재다.

6부로 구성된 노동인권 꿀팁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세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이지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노동인권을 알게되고 가게를 노동인권 친화적 사업장으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교사들이 노동인권교육에 이 교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워크북 형태의 '노동인권 OX' 퀴즈도 담았다.

교재개발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윤주 서울성일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졸업 후 노동자가 되지만 학교에서는 정작 학생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나 인권에 대해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며 "이번에 개발된 '노동인권 꿀팁'은 학교현장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하고자 자료를 찾던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노동인권 꿀팁을 교재가 아닌 웹툰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kjh7@

http://news1.kr/articles/?3140625

첫 고교 노동인권 교육교재 편향성 논란

교육당국이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노동인권 교육교재’(사진)를 만들었다. 각종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신선한 교수법으로 주목도를 높였지만 좌편향식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고등학생의 노동인권 인식을 높이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14일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노동인권 교재를 만든 건 처음이다. 교재는 거대한 ‘노동권’ 담론을 벗어나 다양한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노동의 한 축으로 다뤘다.

고교생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교수법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쇼미더인권’이란 단원에선 노동인권에 대한 생각을 랩으로 지어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1970년대 근로자의 인권을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가상으로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게 하는 단원도 있다.

다만 교재의 일부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성화고용 교재 152쪽에는 노사단체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이르는 절차를 21줄에 걸쳐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파업 한번 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는다.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부당하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http://news.donga.com/3/all/20190214/94097293/1

서울교육청의 ‘노동인권교육’교재를 우려 한다

노동자는 갈등론적 관점으로만 가르쳐도 되나

뒤틀린 세계화 이해, 한일관계 왜곡, 전태일 따라 하기로 점철된 인권교육은 이제 그만

‘올바른(?) 노동관’만 가르치면 ‘인권’교육인가

아래 노동인권 자료는 전 서울시내의 고교에 배포된 교재이다.

올바른 노동관을 가르치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노동인권 교재는 총 24장 48차시로 구성되었으나 올바른 직업관이나 상생, 화합과 기능적 사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공정무역으로 세계화를 가르치고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을 이해하게 한다. 경력 단절여성이야기와 조선시대 여성까지 불러내어 여성인권을 가르치고 강제 징집된 노무자 이야기로 한일관계에 골을 깊게 파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전태일을 거의 ‘노동자의 신(?)’으로 격상시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내용이 빼곡하다.

● 편리하나 염려스러운 교재

이 교재에서는 다양한 노동인권 문제를 제시한다. 어떤 노동인권침해 상황이 존재하는지,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한다. 본 교재가 제시하고 있는 노동인권의 침해 상황이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어서 청소년의 아르바이트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대처 등 참조할만한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이미 기존의 일반 사회교과에서도 충분히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교사들의 업무 중 교재연구에 투입할 시간을 절감해주는 데는 기여했음을 인정한다. 교수학습 평가 전략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교수학습 방법을 동원하여 노동운동과 노동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교육과정에서 다뤄지는 공통 과목과 일반 선택과목, 창의적 체험활동의 동아리 활동, 자율 활동, 봉사활동 심지어 진로활동에 이르기까지 전 교과, 전 영역과 연계 가능하도록 교육과정 핵심 역량과 교수학습 전략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교과와의 연계는 물론 교사들이 기술하기 번거로워 하는 성취 기준 제시, 학습 목표 기술과 교수학습 과정안 작성 그리고 학생활동지, 읽기 자료, 학습 자료, 학습지 까지 포함시켜 별도의 고민 없이 수업시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형태의 친절한 교재 형태 제작되었다. 업무에 치여 수업 준비 부담에 힘겨워 할 교사들에게 환영받을만한 배려 깊은(?) 교재임은 칭찬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그래서 우려된다. 통합적 수업 혹은 융합적 수업, 인권 역량 강화 수업. 그럴듯한 명분을 제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업을 위한 재료가 될 것이기에! 노동인권 주제로 ‘수업연구’를 하는 교사에게는 좋은 점수가 주어지고 수상도 이루어진다면 이 교재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색다르게(?) 재미있어 보이는 수업에 길들여진다면 우리 아이들의 생각은 언더도그마에 고착될 것이고,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전 국민의 노동자화’ 틀게 갇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노동의 의미, 직업의 의미, 외눈으로 보게 하기

교재의 여러 부분에서 노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기득권층의 억압과 착취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된 계급으로서의 노동자만 존재한다.

우리의 행복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에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여 끝까지 노력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를 위해 건강하게 노동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실현한다는, 직업과 직장의 긍정적 의미는 이 책에서 가르치고 있지 않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모두 앞으로 ‘노동인권 지키기’에 골몰해야 하는 처절한 노동자의 삶만이 예약되어있다. 진심으로 어떤 것이든 가능하며 꿈꿀 수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가르치는 교재라면 노동자 뿐 아니라 기업가의 인권과 윤리도 가르치는 시각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온통 노동자만 존재한다면 이 교재가 유용하기도 하겠다.

● 여성 노동의 문제는 노동 유연성의 문제이며 계급사회의 시대문제 일뿐

이 교재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을 언급하며 성차별을 강조한다. 경력 단절 경험 규모와 사유를 보여주는 통계를 제시하며 가사와 노동의 이중고를 치르는 여성이야기가 등장한다. 주로 가사와 육아 등의 이유로 인해 경력 단절과 실직을 경험하는 여성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실업률 통계를 보면 오히려 여성의 실업률이 더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실업률 통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유연한 노동시장일수록 실업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경력 단절이나 실업의 경우, 이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계 지어 보아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은 간과한 채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적인 문제로만 접근하려는 제한된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다른 단원에서는 조선시대의 여성인권을 다루며 또 한 번 ‘페미니즘’에 접근하려 한다. 가사 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노동의 현장에서 힘겹게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모습을 조선시대를 통해 조망한다. 조선시대 여성의 노동이 힘겨웠던 것은 그것이 단지 여성이어서라기보다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오는 신분의 문제였고, 근대화되지 못한 전형적인 신분제 사회의 인권문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남성들 역시도 그 시대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던져져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여성의 인권문제만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

●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긍정적 역할은 지워버린 노동자 교육

노동조합이 왜 만들어져야 했는지, 노동조합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파업 등의 극단적인 상황전개는 모두 노동력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읽히게 기술했다. 게다가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파업, 태업, 직장폐쇄를 가르친다. 협상의 중요성은 별도로 가르치지 않고, 단체교섭권에 대해서도 스치듯 설명할 뿐이다. 합의가 결렬 될 때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직장 폐쇄 역시 기술하나 이러한 극단적 방법들이 몰고 비용은 설명이 누락되어 있다. 파업이 노동자의 기본권이라 해서 언제나 합법이거나 권장해야할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교재는 파업, 태업 등으로 사회가 지불해야할 비용, 그리고 소비자의 막대한 불편 등에 대해 언급하기보다 노조파업 같은 갈등이 가져온 변화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갈등 미화’식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노조의 ‘분쟁해결 사례’로 2004년 택시 회사 노조원의 분신사건을 들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 존중을 위해 분신도 불사하는 권리 교육이 생명의 존중 교육 보다 더 중요한 교육일까.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인권교육인지 대답해야 한다.

곳곳에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내용이 넘친다. ‘고용의 유연성’은 빠진 파업과 투쟁 속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노동자의 노동운동으로써 파업이 가져다준 성공적 사례만 배운다. 이 세상에 노동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해고가 자유로울 때 새로운 고용이 창출된다. 노동자의 노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더 나은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이 선행돼야 하며, 그 고용은 기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역할, 기업의 소중함은 가르치지 않고 노동의 역할만 강조하는 교육청의 노동인권 교재는 이 자체만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하겠다.

● 국가는 언제나 정의롭다?

실업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국가에서 실업자를 도와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는 단원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 카드를 주고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게임을 하게 한다.

구조적 실업이든 마찰적 실업이든 실업을 벗어나는 데는 정부의 지원이 강력한 대안이 된다고 말한다. 예상 가능한 반론도 언급한다. 많은 세금을 내야할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 반대자들이 매우 몰인정한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서슴없다. 몰인정한 납세자들은 자기들이 내는 세금으로 왜 실업자를 도와줘야 하느냐, 세금이 아깝다 그런 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실업자는 어떻게 먹고 사나요’라는 읽기 자료에서 사회안전망을 제안한다. ‘대단한 유혹’이라는 캐나다 영화를 소개하며, 영화에 나오는 한 마을 주민 120명은 모두 직업이 없었지만 8년간이나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다시 취직할 때까지 국가가 그 사람들 거의 완벽하게 지켜줬다고 한다. 그러나 그 120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 지역을 제외한 다른 국민들이 얼마나 열심히 세금을 갖다 바쳤을지는 말하지 않는다. 실업탈출을 가르치는 단원에서 모든 것을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것만이 최선인 것처럼 가르친다. 결국 타인의 힘에 기대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이 인권교육이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착한 무역(?)으로 세계화하자고?

세계화는 악당이 된다. 청바지, 스마트폰, 커피, 신발 운동화 등이 생산된 곳으로부터 세계 여러 곳으로 유통되는 과정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는 더욱 착취당하고 가난해진다고 말한다. 세계화가 부의 불균형을 전 지구적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한 때는 최 빈곤국 중 하나였다.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노동을 해야 국가가 전반적으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절하게 가난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며 그리고 부강한 나라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재는 경제 불균형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이런 세계화가 각 나라의 노동시장에 주는 긍정적 영향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든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라야 다음 단계의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거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기회나마 가져 볼 수 있음을 말하지 않는다. 애초에 노동을 경험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은 계속되는 빈곤에서 마약이나 매춘 등이 범죄에 연루되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침묵한다.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숙련된 노동자가 생겨나고 보이지 않는 일자리들도 생겨 날수 있을 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빈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말하지 않고 주변부와 중심부의 착취 구조에만 고착화된 시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해묵은 종속이론이 부활한다!

특히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빈곤국가의 아동 노동 착취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탈빈곤이 불가능 하다면 아동노동의 착취만이 문제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국가가 전체 빈곤한데 아동 노동착취 해결만을 위해 ‘착한 무역(?)’을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공정무역. 이것이 사실 장기적으로는 특정 작물로만 수요를 집중시키고, 보이지 않는 일자리는 사라지게 하는 등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 반쪽짜리 설명 ‘강제징용’, 외교 경색은 덤인가?

교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강제 노동자들 강제 징용했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보상도 거부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부분을 연구한 두 나라 학자들에 따르면 이 교재에서 ‘강제징용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러한 자료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특히 일본이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고 자금을 통제했다는 역사적 기록을 제시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과서에서 말하는 대로 일본이 강제징용 노동자들에게 일체 보상을 하지 않고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것은 반일 감정을 충동질하고 일본에 대한 적개심 내지는 반감만을 조장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교재에서 언급하는 [국민징용령] 서술은 마치 1939년부터 징용이 실시된 것처럼 보이게 하나 실제로 강제동원은 1937년부터 ‘모집’이나 ‘관알선‘의 형태로 이루어 졌으며, 계약이 만료되면 조선으로의 귀국 여부가 선택 가능했다고 하니 이 교재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조건적 강제동원인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식량의 경우 일본인과 조선인에게 동일한 분량이 지급되었으나 일반적으로 조선인이 일본인에 비해 대식이어서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종전 직전, 그러니까 1944년 말경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 후 일본전시통제체제나 암시장까지 기능을 못하게 되자 식량공급이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며 이 또한 일본인, 조선인에게 모두 같은 문제였으니 조선인에게만 식량을 제한하였던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임금 차별 관련한 부분도 일본인보다 조선인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받는 사업체도 많았고, 평균이 낮더라도 일본인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조선인도 많았다고 한다. 임금체계가 성과급이었고 그 단가가 민족 간 차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변론서에서 지적한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이유는, 숙련도에 기인한 것이지, 민족적 차별에 의한 것이 아님에도 민족 차별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오해의 소지를 유발할 수도 있다.

본 교재에서 강제징용 노동자 등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결국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할 내용들을 훨씬 많이 언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한일 외교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내용으로만 기술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전태일, 전태일, 또 전태일

과거의 전태일이 현재의 시대의 노동 감독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함으로써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현대 오늘날의 노동 조건에 대해 질문하는 형식으로 단원을 구성했다. 드라마 ‘시그널’의 모티브를 이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를 다시 언급하며 다시 소환. 사실 ‘전태일 평전’은 전태일 본인의 의지 에 의해 분신했다는 버전과 누군가 전태일에게 불을 붙였다는 버전, 두 가지가 존재한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본 교재에서는 전태일을 노동자의 영웅으로 추켜세우기 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당시의 노동조건과 근로기준법을 연구한 학자에 따르면 전태일이 노동자로 살았던 당시의 근로기준법은 1960년대에 만들어 졌으나 당시의 사업구조와 근로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이상적 기준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켜지기 어려운 근로시간과 유급휴가 그리고 가산 임금 기준 등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크게 격분한 전태일이 1970년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당시의 기업주나 근로감독관이 처벌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실재로 당시의 근로기준에 따른 노동자 급여 수준으로 볼 때 전태일은 결코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전태일이 노동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불사한 행동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24개의 단원 중에 3개의 단원이 전태일이라는 한 인물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은 분신까지 실천한 노동자가 마치 노동운동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를 두고 갈등해결의 방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을 인권교육이라고 부르라하고 있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자신을 불사른 선택이 감수성이 예민하고 판단이 아직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상적인 이야기만 떠들며, 분신한 노동자를 투사로 떠받들고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권 교육보다 우선해야 하나. 어떤 것이 진정한 인권교육인가.

과거의 전태일을 현대로 소환하는 듯한 기술 방식, 청와대에 청원하는 방식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증적 요법을 가르치는 교실에서의 학습만으로도 모자라, 또 노동 현장을 체험하자는 체험학습 형태로 전태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활동을 까지 추가했다. 노동 문제를 결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가르칠 수 없는 교재다.

본 교재의 표지에는 ‘창의’와 ‘혁신미래’를 지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인권 교육’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미래 사회에 뛰어들 할 청소년들에게 그 목표가 바람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혁신이란 기업가 정신과 맞물려 있다. 그럼에도 기업과 함께 나아가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척점에서 억압받고 갈등 상황에 처해있는 노동자만을 강조하고 기업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 인권만 가르치는 교육이 미래 사회를 대비할 청소년들의 혁신과 과연 어울릴까.

이 나라가 이 교재로 다져지고 배운 학생들로 가득 차게 된다면, 노동자들만의 천국에서 대화는 없고 타협과 협상이 불가하면 분신으로라도 해결하려드는 나라가 된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침묵할 수 없는 이유이다.

조윤희(부산금성고 교사)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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