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었다. 시를 읽다보니 시인의 삶이 궁금해져 산문집도 샀다. 시 전체에 흐르는 이미지는 공, 허, 텅빈 같은 낱말들이다. 노자, 장자를 외치며 삶에 통달할 만도 한데 힘들 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시인은 시를 쓴다. 시는 대체적으로 짧지만 한참 생각을 머물게 한다.
동네 서점인 알모책방에서 한달에 한번 시를 읽는다. 둘째주 수요일 오전. 8~10명일 때도 있고, 이번에는 책방지기까지 4명. 시 길라잡이는 늘 한결같은 엄혜숙 선생님이시다. 사람이 적으면 적은대로 좋다. 밀도있게 감상을 나누기 때문. 시를 읽는 시간은 명상하는 시간과 비슷.
요즘 힐링 소설, 빌런 없는 소설이 유행한다하지만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쓸쓸하고 공허한 시는 의외의 위로를 주기도 한다. 시인의 통찰과 위트와 언어감각은 덤.
따듯한 풀빵 같은 그러나 끝내
먹지는 않고 손에 쥐고 있을
따듯한 풀빵 같은 이 운명은
누가 내게 주는 것일까
#빈배처럼텅비어 #최승자 #한게으른시인의이야기
#알모책방
첫댓글 후기 고마워요.
나는 지금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더 젊었을 때 읽었다면 피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나이드니 시도 문학도 더 깊게 다가오네요. 나이드는건 서럽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맛난 빵. 발사믹. 올리브유. 핑크 소금. 커피.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들 덕에 더 귀한 시간이었어요.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