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원, <동시마중> 86호 - 며칠 전 강기원 시 '우는 허물'에 이어 오늘도 강기원 시인의 시 '웃는 석류'를 순남이에게 보냈다. 미국에 사는 순남이와 나의 시간대는 다르기 때문에 늦은 오전이나 오후쯤에 순남이와 시 이야기를 나누는 때가 많다. 오늘도 그랬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원천이 되는 것이니 쉽지 않겠지만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삶의 방법이겠다"는 순남이의 말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카톡 수다를 떨었다. 순남이 덕에 매일 시를 읽게 되었다. 얼마 전 헤아려보니 순남이에게 보낸 시가 2천 5백 편쯤 되었다. 매일 읽은 시 중 마음에 남은 시를 보냈으니 나는 아마 2만 5천 편은 읽었겠지, 말했더니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되겠다며 웃었다. 생각해보니 순남이에게 시를 보내며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다. 순남이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시를 좋아하고 잘 아는 친구였다. 나는 순남이가 좋아하는 시가 왜 좋은지 몰랐고 공감할 수도 없었기에 그런 순남이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순남이에게 시를 보내기 시작한 건 순남이가 미국에서 우리말로 된 시집을 마음껏 읽을 수 없는 환경일 것 같아서였다. 2013년 10월 11일 정유경 시인의 '지는 해'를 처음 보내고 매일 시를 읽고 보낸 게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읽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도 이제 "시를 좋아한다" 말할 수 있다. 고맙게도 매일 함께 시를 읽어준 순남이와 시친구들 덕분이다. 고맙게도 모든 것이, 넘치도록 충분하다. 며칠 전 읽은 최승자 시인의 싯구처럼 "어느 날 죽음이 내 방 문을 노크한다 해도/읽던 책방을 황급히 덮지는 말자"('환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