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익어가는 계절
🦜 보릿고개
청보리 익어가는 초여름의 샛바람 장단에 어깨춤을 추며 초록빛 물결에 몸을 뒤척이는 보리밭 이랑 사이로 ~
밭 고랑과 두둑을 넘나들며 흙향과 풀빛이 빚어내는 생생(生生)한 보리 내음에 흠뻑 취해 보고싶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보릿고개 이야기는 가난한 시절을 살아가던 한 여인의 혹독한 가난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기에 금방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파란 보리밭에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기까지 어머니 세대들의 속은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어머니에게 보리밭은 가난했던 시절 보릿고개 너머 곡식이 여물어 가는 희망이자 믿음의 상징이었다.
풀내음 물씬 풍기는 초(初) 여름이면 달리 군것질 할 것이 없었던 우리 어린 시절엔 삘기를 뽑아 먹고 아카시아꽃도 먹고, 송홧가루 등 새순을 먹고... 자연(自然)은 먹을 것 천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시절이 가난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追憶)으로 행복했던 낭만(浪漫)이 아로새겨져 있다.
청보리 밭에서 실려 오는 샛바람에 몸을 맡기면, 금방 이라도 노고지리 된 것처럼 한껏 가슴 부풀어 오르고,
보리피리 입에 물고 목동이라도 되는 양 봄을 노래하기도하며 눈 오는 날의 강아지 처럼.., 보리밭 이곳저곳 천방지축 뛰어다녀 보기도 한다.
그러다 종다리 따라 하늘을 향해 힘껏 돌팔매질 해보며 입이 고프면 연둣빛 보리알을 한 움큼 입에 넣고 봄을 그렇게~ 씹어 볼 일이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리밭 옆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익어가는 보리 이삭을 모닥불에 올려놓고 호호 불어가며 두 손바닥으로 싹싹 비비면 '초록빛 보리알'만 빛이 난다.
그것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고 이게 바로 '봄을 씹는 맛' 이라며 마냥 좋아하며 얼굴과 온몸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행복 하기만했던 동심(童心)어린 시절...
그때 내 고향을 푸르게 색칠하던 보리밭의 잊혀저간 날들이 가슴속으로 밀몰려드 몰려드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그저 먼~하늘만 바라본다.
🍃~🦜
= 톡으로 받은 글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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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상에서 보리밭 가요소리와 청보리 익어가는 계절에 대한글을 잘 읽으면서 머물다 가네요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보리밭에 들어갔다가 보리가시에 왕창 찔려 엄청 고생한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도회지로 변한 내 고향의 그 보리밭을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