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 찾아보기 박명철기자<아름다운동행>
‘아름다운 소비자운동’은 사회적 기업들과의 친숙한 만남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고, ‘세상을 맑게 하는 자본’으로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25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생겼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이들 기업은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여기 소개하는 6개 기업들은 이 물음에 대답해줄 것이다.
# 문턱 없는 밥상
문턱 없는 밥상. 민족의학연구원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유기농 비빔밥 한 그릇이 1,000원이다. ‘민족의학, 유기농 식사, 착한 소비’가 생명을 되살린다고 주장하는 연구원이 가난한 이웃에게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려고 차린 것이다. 실제 한 그릇 단가는 4,700원 정도. 그런데 제값을 낼 형편인 일반 직장인들도 밥값을 1,000원만 내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는 2,000~3,000원 정도로 밥값을 올리라고 하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 그 돈조차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그릇의 원가를 알리는 표지판도 떼어버렸다. 무언의 강요처럼 비칠까 싶어서다. 연구원은 문턱 없는 밥상에 어떠한 문턱도 만들고 싶지 않다.
# 삶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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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 삶과환경. 회사 이름만큼이나 직원들의 삶의 환경을 생각한다. 급여 수준이 높고 휴무제도를 잘 갖추고 있어 덩달아 경쟁업체의 근로조건도 향상되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스스로 포기해 사회적 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역마다 지원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말로 지원이 필요한 곳이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걸음 나아가 이 업체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전단을 아파트 단지 등에 돌린다. 수거한 음식물쓰레기의 양에 따라 수입이 비례하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반길 일이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 전주 전통문화사랑모임
전주 교동 한옥생활체험관. 한지를 만드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활기가 넘친다. 이 체험관은 전주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숙박과 음식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일 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공공디자인과 농촌 컨설팅을 하는 공공작업소 ‘심심’, 연주단 ‘달이 앙상블’, ‘전통술 박물관’, 자연적인 먹을거리를 연구하는 ‘효소 사업단’, 고령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할머니 공방’ 등이다. 전통문화를 상품화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다목적 사업으로,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해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다.
# 페어 트레이드 코리아
2007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정무역회사. 공정무역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걸맞게 기업 형태를 ‘시민주식회사’로 정하고 여성환경연대, 원불교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47명이 참여해 초기 자본금을 모았다. 취급 상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이 불가한 제품이 우선. 공정무역을 하면서 국내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20곳에서 생산된 수작업 친환경 물품을 들여온다. 생산지가 주로 오지나 내륙이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 등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도 분명 있지만 ‘착한 거래’를 통해 인간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열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생명살림 올리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는 현대 사회를 ‘맥도널드화 사회’라고 규정했다. 모든 것을 규격화해 대량생산하고 보급하는 맥도널드의 획일주의 방식이 전 세계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도전하는 버거가 바로 올리버거다. 우리 콩 두부를 제조 판매하던 청주YWCA가 청소년들에게 콩비지로 만든 콩버거를 만들다가 반응이 좋아 아예 회사를 차렸다. 가장 큰 특징은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쓴다는 것. 단, 빵은 전남 순천에서 갖다 쓴다. 유정란과 우리 밀을 재료로 한 빵은 청주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리버거는 청주시민들만이 즐길 수 있다. 가격은 2,300원.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것 치고는 싼 편이다.
# 씨토크 커뮤니케이션
씨토크는 ‘보고(see) 말한다(talk)’는 뜻. 영상통화기술로 청각장애인의 눈과 입이 되려고 한다. 청각장애인이 인터넷 영상통화를 이용해 수화통역센터에 연결하면 원하는 사람과 삼각통화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를 먹고 싶은 청각장애인이 씨토크 전화기로 수화통역센터에 전화를 걸면 센터는 원하는 피자집을 연결한다. 청각장애인이 피자 크기, 토핑 등을 지정하면 통역사는 음성으로 피자집에 주문 내용을 전달한다. 피자집 주인의 말은 통역사가 청각 장애인에게 수화로 알려준다. 장애인들은 “무엇보다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은 7,000명 정도. 앞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시행도 검토 중이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을 소개한 책
‘한국의 보노보들’
안치용 외 지음
도서출판 부키 펴냄
1000원짜리 웰빙 식당, 동네사랑방 같은 병원…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따듯한 자본주의!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한다.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이 소외된 이웃과 공연을 한다. 시민운동가가 엄마의 마음으로 친환경버거를 만든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이웃과 환경, 문화와 고용, 참살이와 장애인을 생각한다. 침팬지가 무한경쟁을 좇는다면 보노보는 상생을 추구한다. ‘한국의 보노보들’은 250개가 넘는 우리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36곳을 찾아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으로 젊은이들과 창업 예비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 있는 이에게 희망찬 도전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