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선물
설 연휴 전날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습니다. 너무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기도 포천에서 13년차 가구 배달을 하고 있는 김태영이라고 합니다.
2008년 이 일을 처음 했을 때는 정말이지 고객의 갑질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택배기사를 자기 집 심부름꾼 정도로 생각해야 했다고나 할까요. 폐가구 수거해서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려달라는 건 기본이었고 가구 치운 자리 깨끗이 청소해 놓고 설치해 달라는 집들도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서 자기 집 장롱을 1층까지 내려놓으라고 할 떄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3층부터는 고객이 사다리차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배송비 받았으니 알아서 올려놓으라고 할 때도 많았습니다. 어느 하루 아내가 도와준다고 일터에 따라 왔다가 그런 모습을 보고는 꼭 이런 일 해야만 하냐며 펑펑 울었더랬습니다. 물론 격려와 위로의 말을 건네며 작은 정성을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며칠 건너 한두 명의 고객이 폭언과 고압적인 자세로 고된 노동에 지친 배송 기사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어느덧 13년이 흘렀습니다. 가구 배송이 가구회사에서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구전문택배업체에서 분담한다는 걸 고객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되었고 더는 예전처럼
하대하지는 않습니다.
힘든 일 한다며 음료수도 챙겨주고 먹을 것을 싸주기도 하고 항상 다정하게 말을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는 일이 더 많습니다.
지난 23일, 설 연휴 전날 고객님께 받은 선물 또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배송을 하기 위해 통화를 하니 평일에 사람이 없어서 토요일에만 받을 수 있다는 집이었습니다. 달력을 살펴보니 설 연휴가 껴서 2월 둘째 주에나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배송이 너무 늦어질 것 같으니 문 앞에 조립해 놓으면 어떻겠느냐는 제 제안에 그리하라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배달하고 있는데 그 고객님으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습니다. 종이 가방에 고구마랑 물이랑 넣어 문고리에 걸어놨으니 꼭 챙겨가라는 문자였습니다.
늦은 오후 그 집 문 앞에 철제테이블을 조립해 놓고 종이가방을 챙기는데 종이가방에 메모지 한 장이 보였습니다. 꽤나 긴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직접 쓴 예쁜 글씨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오늘도 수고가 많으세요ㅎㅎ
명절을 앞두고 주문해서
오래 걸리겠구나,,하고 체념했는데
집에도 없는데 설치하러 와주셔서
너무너무 x100 감사드려요!! ㅜ_ㅜ
덕분에 집이 더 이뻐질 것 같아요 ㅎㅎ
출출하실 때 드세요!!
명절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 2개)
000-0000-0000
송 ** 드림
가방을 열어보니 직접 구운 군고구마와 음료수 그리고 핫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음료수와 먹거리를 받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런 편지를 받는 건 13년만의 처음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설 전날의 감동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딱 생각난 것이 여성시대였습니다. 배송일 나가는 날엔 거의 의무적으로 듣는 여성시대를 듣습니다. 힘들게 일하는 배송 기사님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며 이 글을 씁니다.
추신: 혹시라도 이 글이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제가 받게 될 상품을 그분께 모두 전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분께 이렇게라도 감동에 대한 성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글을 보냅니다.
참 그분의 편지는 제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답니다.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서 힘들 때마다 읽어보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서요.^^~
첫댓글 어제 여성시대 방송입니다. 편지의 주인공과 전화인터뷰 한 내용은 토요일 오전 10시 여성시대 3부에 방송예정입니다.
멋져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상인 고맙습니다
와~ 송00고객도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았겠네요. 우리세상이 그래도 살만한건 이렇게 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다음에 여성시대 편지 보낼땐 "만약 제 편지가 방송된다면 제가 받게 될 상품을 순천 사는 정성권씨에게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쓰십시요. 제 글에 늘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준데 대한 성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ㅎㅎㅎ
내일 열시에 여성시대 들으시면 그분 목소리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ㅎㅎ
설날 선물 잘 받았습니다. 윤아 아빠의 열심히 사는 모습이 설날 선물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생기길 기도합니다.
그분한테 설 선물 받고 여성시대에서 선물 받고 이중으로 선물 받았어요 ㅎㅎ
세상은 아직 따뜻한 분들이 있어 살만한 것 같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사는 일이 결국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임을.......... 저도 드럼 세탁기 필요한데 ㅋㅋㅋ 옵션이라고 있는 세탁기가 이불 넣었더니 힘이 없어 못 돌아가데요 ㅋㅋㅋㅋ 할 수 없어 그 큰 이불을 손빨래 했지 뭐에요 ㅋㅋㅋ
중고 가게에 가서 드럼하나 사서 세탁기 앞에 놔 그럼 드럼세탁기 ㅋㅋㅋ
따뜻한 글을 읽으니 맘이 훈훈합니다.^^
고맙습니다
늦게 읽었지만 참 아름다운 일이 있었군요. 세상살이 그래도 살만 하네요.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숙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