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산이 뜨거운 해를 업어 치기 해 부렸다.
남산공원 입구에서 옹기종기 염소수염을 쓰다듬던 흰머리에
구부정한 할아방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폐점시간이 임박한 생선가게는
꽁치 대가리.갈치 대가리. 닭대가리들이
제멋대로 나뒹군다.
이러한 날 할망구들은 도대체 워디에서 무엇을 하고
할아방들만 이를 잡듯이 고독을 하나 하나 잡고 있었을까 ?
늙어서 까지도 할아방 들은 바깥 어른 노릇을 하느라
대단히 노고들이 많으시다.
남자에 얼굴은 이력서, 녀자에 얼굴은 청구서라고 했는디
늙으막에는 할아방들에 얼굴이 청구서이고
할망구들에 얼굴이 이력서인가부다.
휴우~~~~~저으기 걱정이 된다.
쥐새끼들을 싹싹 잡아 죽이자구 절규하던
더벅머리 쥐약장시도 보이지 않고
좀약장시. 고무줄장시. 수세미 장시. 머리핀 장시.
그리고 천원짜리 호박을 딱 2 개 놓고 팔던
구부정한 할머니에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쯤 이 별이 빛나는 여름밤에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텅빈 저자거리에는 반달하나가 전봇대에 걸려있다.
아하 !!! 이제 알겠다.
남산공원 입구에 왜 ? 할아방들만 옹기종기 고독을 잡고 있었는지......
휴우.......젠장.....!!!
좁은 터널을 지나듯 시장구석 골목을 돌아
굴속같이 좁은 주점에 기어 들어갔다.
일어서면 머리가 천정에 와 닿고 뻗으면 손바닥이 벽에가 닿는
전형적인 60 년대 주점이다.
오늘낮동안 시장에서 보았음직한 사나이 하나가
중절모를 뒤집어 쓰고 술한잔에 고단함을 풀고 있었다.
김도깡 이보다 더 의리가 있어 보였다.
케케한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에 까만 쉐모 구두를 신은
이 시대에 보기 힘든
그야말로 의리로 똘똘 뭉친 사나이다.
구태여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아도
동작 하나 하나에
지나간 세월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이 시대에
보기 힘든 협객이다.
술잔이 오고 가고 젓가락으로 술상을 두두리며
거나하게 노래를 불렀다.
비단이 장수 왕서방 명월이 한테 반해서 ~~~~~~~~~~
비단이 팔은돈 명월이 한테 다 주어도 ~~~~~~~~~~
띵호와 ~~~~~ 띵호와 ~~~~
돈이가 없어도 띵호와 ~~~~~~~
노래 소리가 때에 쩌들은 현광등 불빛을 타고 시장골목으로 울려 나간다.
이런때는 파바로티 형님께서 오신다 해도 맥을 못출것이다.
70 이 된 주모도 끝장내게 장단을 잘 맞춘다.
걸직한 목소리 하나 하나....
케케한 몸동작 하나 하나 .......
그야말로 움직이면 움직이는대로
동작 하나 하나 법문 아닌것이 없고 예술 아닌것이 없다.
나는 앞으로 30 년이 더 걸려도 저 동작
저 목소리를 터득하기 힘들것 같다.
명월이 한테 반해서 ~~~~~~~
돈이가 없어도 띵호와 ~~~~~~~~~~~띵호와 ~~~~~~~~~~~~~~~
왕서방 기분 타게져 띵호와 ~~~~~~
그때 주모는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하던 장단을 뚝 멈추고
주름 잡힌 눈가에 잠시 우수가 고여온다.
아마 그 주모가 왕년에 명월이 였었는지도 모른다.
남자에 얼굴은 이력서이고 녀자에 얼굴은 청구서이다.
하지만 할아방에 얼굴은 청구서 이고
할망구에 얼굴은 이력서이다.
그날 나는 이력서도 쓰지 않았고
주모도 청구서를 발행하지도 않았다.
카페 게시글
♠나의 자작글♠
중앙시장 보령집에서 !
이쑤신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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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27 16:4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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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걸진 입담에 시장통의 자잔한 우리 사는 냄새 언제나 이웃하는 저 소리들 사람들
우리 어렸을적 어려웠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힘들고 먹는 것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정은 있었지요. 그때의 어른들의 잔잔히 넘치는 정이 그립습니다. 옛 생각이 납니다. 편안히 쉬어갑니다.
이쑤신장군님!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장군님 아이디를 말하자 평소에 웃지 않던 사람도 크게 웃더군요 ㅎㅎ 그런 아이디를 생각한 분이라면 평소에도 밝은 생활을 하시는 분 일거라 생각해 봅니다
ㅎㅎㅎㅎㅎㅎ 글이 넘 재미있어요~ 이거 좀 가져가도 될까요 ~ 답이 있지전엔 안가지고 갈께요 ~ ㅎㅎㅎ 어쩌면 이리 자세히 보셨을까요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