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발명품, 철학과 에로스. 후대인의 발명품, 개똥철학과 사랑)
플라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철학을 발명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철학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었고, 플라톤은 여러 철학자들 중의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거의 모든 철학자들은 플라톤 철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세상의 거의 모든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부분집합에 불과하다.
그럼 플라톤이 발명한 철학(philosophy, 소크라테스가 처음 사용)이란 무엇인가. 플라톤은 모든 개별자들이 감각에 의존해 파악하는 세계나 사물 너머에는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뭔가(예컨대, 이데아)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 역시 감각이 아니라 관념을 통해 세계나 사물을 인식한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적 세계관’을 통해 ‘달걀이 아니라 닭이 진정한 목적이므로 달걀보다는 닭이 먼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목적론적 세계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이다. 자의적인 것을 관념을 통해 필연적인 것(ex. 달걀은 닭을 위해 존재)처럼 인식하는 게 플라톤의 철학이자 플라톤 이후 거의 모든 철학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향연은 기원전 416년경 일어난 일을 기원전 387년경 플라톤이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다. 향연의 텍스트는 구약성서나 신약성서보다 먼저 확정되었으며, 실제 경전처럼 읽혀졌다. 향연은 플라톤의 저술답게 마치 에로스의 본질이 존재하는 것처럼 서술되었다. 즉, 플라톤은 ‘향연’을 통해 에로스를 ‘발명’했다. 플라톤 이전 그리스에서는 동성애가 일반적이었으나, 플라톤은 이 책 ‘향연’에서 비교적 부정적인 뉘앙스로 동성애를 언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연’(심포지온, 잔치)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들이 ‘에로스’에 대해 토론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 ‘향연’의 하이라이트는 외국인이자 여성이자 무당인 디오티마가 에로스에 대해 했던 얘기라면서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내용들이다. 디오티마는 에로스를 설명함에 있어서 사람들이 욕망을 절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을 삶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디오티마가 주장한 내용은 불교 경전인 탄트라에 나오는 얘기와 본질적으로 똑같다. 디오티마는 플라톤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로 생각된다. 그 가상의 인물이 하필이면 외국인이자 여성이자 무당인 것은, 플라톤이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진보적인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향연의 주요 내용은 다음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