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김용건 혼외자는 1:1?…졸부들 쓰는 '상속 꼼수'
[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17:03 수정 2021/08/06 18:39
[김남준의 稅로보다]
서울 강남에서 임대업을 하는 자산가 A씨. 최근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별한 부인 사이에 아들과 딸을 이미 두고 있지만, 이후 만나던 여성과 또 다른 자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존재도 모르던 동생에게 재산 준다고 한다면 기존 자식 반발을 살 것이 뻔했다.
A씨의 고민을 들은 자산관리 전문 PB(프라이빗 뱅커)는 은밀한 제안을 했다. A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수령자를 A씨 기존 자식으로 한 종신보험을 들면 혼외자에게 갈 상속 재산을 일부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 김용건(76)씨와 39세 연하 여성의 혼외자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혼외자 상속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법상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출생자와 혼외자 차별 없이 똑같이 나눠야 한다. 김씨의 사례에 대입하면 첫째아들 배우 하정우(김성훈)씨와 둘째 아들 차현우(김영훈) 워크하우스컴퍼니 대표, 김씨 혼외자 모두 원칙적으로는 1:1:1의 비율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혼외자에 대한 법적 차별은 과거 호주 승계에서 있었지만 이마저도 2005년 폐지했다.
김씨가 사전에 증여하거나 유언장을 통해 기존 자식에게만 재산을 따로 물려준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혼외자식은 유류분(遺留分) 반환청구소송을 통해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일종의 한도가 있다.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만 요구할 수 있다. (민법이 정한 유류분 비율은 배우자나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
보험 이용해 우회 상속 ‘꼼수’
이처럼 어찌 됐든 자산의 일부를 혼외자식에게 줘야 하다 보니, 일부 자산가는 A씨 사례처럼 혼외 자식에게 재산을 주지 않기 위해 맞춤형 보험 상품까지 이용한다고 한다. 한 자산관리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수령인을 지정할 수 있는 데다, 보험금 자체는 유산으로 나누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암암리에 상속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사망보험금은 '재산분할' 대상인 상속 재산에서 빠진다고 본다. 방민우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사망보험금은 수익자의 고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청구나,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이어 “다만 보험료를 피보험자가 직접 냈다면, 그간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사전 증여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이 있는 부분인데다. 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가 사실상 알기 힘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3세대 상속 위한 전용 보험 상품까지
보험까지 동원한 상속은 원래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수단으로 먼저 등장했다. 원칙적으로 보험금도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세금을 피할 순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피보험자인 부모가 자신의 종신 보험에 보험료를 직접 냈다면, 나중에 자식이 받는 최종 보험금도 상속세 과세에 포함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내는 대상을 바꾸면 상속세를 일부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사망하면 자식이 보험금을 타는 종신 보험의 보험료를 할아버지가 내는 것으로 계약을 구성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사망하면 손주가 보험료를 내도록 계약자를 바꾼다. 이때 그동안 할아버지가 냈던 보험료에 대해서만 손주가 상속세를 낸다. 나중에 부모가 사망하고 받는 최종 보험금은 손주 고유 재산이 되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할아버지가 10억원의 보험료를, 손주가 3억원의 보험료를 냈고 나중에 15억원의 보험금을 탔다면 10억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면 된다는 얘기다.
이때 납부하는 상속세도 일부 아낄 수 있다. 할아버지가 부모에게 증여하고 부모가 이를 다시 손주에게 증여하면 결론적으로 상속세를 이중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부모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세대생략 상속’을 하면 부모가 자식에게 상속할 때 내는 상속세율의 30%만 할증해 부담하면 된다.
실제 자산관리업계에선 이런 ‘꼼수 상속’을 위해 강남권의 VIP 등 고액 자산가를 위한 전용 상품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이 경우 단순히 보험을 통한 우회 상속뿐 아니라 전반적 자산 승계 계획도 전담해 짜주고 있다. 자산관리업계 관계자는 “소득보다 자산이 중요해진 시대다 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이런 상품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현실”이라면서도 “가끔은 가진 것을 한 푼이라도 뺏기지 않으려는 '졸부'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