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여수 걷기 순례 마무리 글
다짐: 이번 순례는 다짐을 지키기 힘들었습니다. 제 다짐은 같이 가는 아이들에게 잘해 주자였는데 제가 얘들과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항상 왜 저러지 하는 생각과 어떻게 제가 말을 들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거 같아요. 다짐으로 적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 화가 다짐을 지키지 못 하게 한 거 같아요. 그냥 잘걸. 아니면 내가 참았으면 다짐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전 잘 대해주자가 아닌 무시하자&이해해 보자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전 얘들과 몸으로 싸운 건 빼고 말로 싸울 땐 끝만 약간 찝찝하게 남는 싸움을 했던 거 같아요. 아쉽긴 했는데 앞으로도 남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다짐은 계속 같고 살아야 할 거 같아요.
질문: 전 이번 순례에서 질문에 답을 찾았습니다. 제 질문은 친구에 존재 이유와 어떤 친굴 만나야 할까? 였는데 예전에 저희끼리 동창회에 관해서 얘기했는데 그때 든 생각이 나중에 우리가 만날까?였는데 그게 지금 초등, 중등 때 친구가 꼭 필요할까? 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왜냐면 어른들은 초등, 중등 때 친구와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분명 그 당시엔 정말 사이좋게 지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전 이번 순례에서 친구에 존재 이유를 질문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친구는 필요하더라고요. 그건 당연한데 그러면 어떤 친구와 만나야 할까로 바뀌더라고요. 질문 두 개는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전 이게 2일 차에 바로 답이 오더라고요. 바로 나와 잘 맞는, 서로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나만 생각하는 사람과 만나면 정말 힘들어요. 경험하면 알겠지만 그렇게 되면 짜증이 나거든요.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고 잘 맞는 친구를 사귀는 걸 연습해야 할 거 같습니다.
배움:제가 순례 가서 배운 건 바로 나와 다른 사람과 생활하기였습니다. 전 빨리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준비도 일찍 끝내고 확인하는 부류였는데 늦게 준비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어 그냥 저희가 다 달랐던 거 같아요. 걷는 속도 밥 선생님 하는 속도 심지어 잠잘 준비하는 속도까지 말이에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맞춰보자고 해서 모두가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근데 다 같이 하니까 안될 거 같았던 협동이 되더라고요. 저 혼자 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텐데 함께여서 성공한 거 같습니다.
10일간에 여정: 학교에서 출발할 땐 전 그렇게 이순례를 기대하지 않았어요. 얼른 걷고 돌아오자 이런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나쁘진 않았어요. 같이 화투 치고 영화 보고 얘기하고 놀았습니다. 싸우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나머지 3이랑 평범하게 지냈던 거 같아요. 내년에도 이렇게 이 애들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내게 순례란: 전 순례가 딱 뭐라고 단정 짓진 못했어요. 그때마다 느껴지는게 달라서 그런 거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 순례는 나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순례였던 거 같아요. 힘들면 소중한 걸 생각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내게 소중한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 될 수도 있었죠. 근데 전 제가 가장 소중한 거 같아요. 소중한 걸 생각하면서 주위에 모든 게 나로 시작되는 거잖아요. 내가 없으면 그게 마음속에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런 게 이번 순례에 내가 느낀 점인 거 같습니다. 내년에도 순례에 이유는 바뀌겠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찾아보는 것도 재밌는 거 같아요.
이번 순례도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