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국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난관을 겪는데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일행은 관음선원이라는 절에서 묵어 가게 되었는데 주지스님이 물었다. 당나라에서 오셨다니 무슨 보물을 가지고 있냐고.. 오공은 삼장법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금란가사를 꺼내 자랑을 하였다. 욕심이 발동한 주지스님은 하룻밤만 빌려달라 하고.. 주지스님이 워낙 가지고 싶어 하자 다른 스님들은 꾀를 내어 삼장법사 일행의 숙소에 불을 질러 죽이려고 하였는데 이 음모를 오공이 눈치채고 천상계에 올라가 불길을 막아주는 바구니를 빌려다가 삼장법사 숙소만 덮어주고 오히려 다른 건물들이 다 타버리게 하였다.
그런데 이때 오공은 불이 더 잘 타라고 용마루에 앉아 부채질을 하였는데 이게 또 화근이 되었으니.. 불길이 워낙 거세가 타오르다 보니까 그 불빛이 엄청 먼 곳까지 보이게 되고.. 평소에 주지스님하고 친분이 있던 못된 요괴가 이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도와주려고 와 보니 금란가사가 있는 게 아닌가.. 요괴는 얼른 그것만 챙겨 가지고 가 버렸다.
나중에 오공은 수소문 끝에 그 요괴를 찾아내어 금란가사를 뺏어오려고 했지만 워낙 쎈 놈이라 실패하였고, 요괴도 오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돌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꼼짝도 안했다.
난감해진 오공은 관세음보살님을 찾아갔다. "이런 곳에 절을 세우고 공양을 받으면서 그런 요괴를 근처에 살도록 묵인해서 이런 일을 당하도록 하셨으니, 이건 보살님 책임 아닙니까?" "이런 무례한 놈.. 일이 그리 된 건 네가 자랑했기 때문이지 왜 나한테 이러느냐? 게다가 부채질까지 해서 내가 가끔 묵는 절도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여기까지 와서 야료를 부리느냐?"
관세음보살님은 오공을 꾸짖었으나 어쩔 수 없이.. 도와주기로 하셨는데 보살님도 요괴의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침 어떤 요괴가 선단을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오공이 죽이고 오공은 선단으로 변하고 관세음보살은 요괴로 변해서 들어가는 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요괴 뱃속으로 들어간 오공이 난동을 부리자 요괴는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굴렀다. 관세음보살님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가사를 내놓아라!" 그렇게 금란가사를 되찾고 관세음보살은 그 요괴에게 긴고주 고리를 씌워 제압을 해서 낙가산 뒷산 산지기로 쓰겠다고 하시면서 데리고 가셨다.
그런데 그때.. 가사를 훔쳐 간 요괴가 숨어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관세음보살님이 요괴로 변신하였을 때 오공이 한 마디 이죽거렸다. "대단하군요, 대단해! 요괴가 보살이 된 겁니까? 아니면 보살이 요괴가 된 겁니까?" 그러자 보살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오공아, 보살이나 요괴나 결국 한 생각일 뿐이지. 근본을 말한다면 모두 본래 없음이니라!" 한 생각일 뿐, 본래 없음이라~~? 이 무슨 소식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