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곡이 어린이 마을 가서도 너에 일상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아침 일찍 달리기하고 식사 후 49 i am 발원문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린이 마을 신입생이 오는 날이다. 귀띔으로 듣긴 했지만 어떤 아이들 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제 막 탐색전이 끝난 나에겐 힘들기도 한 소식이었다. 가장 먼저 온 친구는 승유였다. 오자마자 뉴스 기자처럼 한 소식에 대해서 혼잣말로 막 떠들었다. 주의 깊게 들어보니 문장 구사력이 뛰어났다. 한 문단에 중복되는 언어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선 기억력이 뛰어난 거 같다. 그 뒤로 다른 친구들도 들어오니깐 슬슬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금 뒤 신입생 형제 두 명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엉덩이 냄새 맡으며 인사하듯 아이들도 무심하듯 툭툭 내던지는 말로 서로를 알아가는 듯했다. 새로 온 친구 이름은 형 가온이 동생다움이었던 거 같다. 동생은 많이 소심한 듯 엄마 주위를 맴돌았고 그에 비해 형은 엄청 활발했다. 이 형제는 아직 언어 구사력이 부족한 듯 보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듯 행동과 극히 적은 단어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요구했다. 그리고 낯가리는 게 없는 것 같다. 오늘 처음 본 친구임에도 서슴없이 다가가고 행동으로 놀자고 표현한다.
오전 10시 수업은 내가 맡았다. 준비한 게임은 종이컵 닭싸움이었다. 손등에 종이컵을 올리고 떨어 틀이 지 않고 상대방에 종이컵을 떨어 틀이면 이기는 게임이다. 공격에만 집중하면 손등에 올라간 종이컵이 쓸러지는 균형감각 게임이었다. 첫 수업이라 기대도 많이 하고 긴장도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은후는 제멋대로 살기 중이었고. 연후는 설명만 조금 듣고 다른 곳에 이목이 쏠린 듯 보였다. 승우는 주변에 보이는 신기한 구조물에 큰 관심을 보여서 그쪽으로 가버렸다. 다움이는 밖에 나가기 싫어해서 실내에 있기로 했다. 남은 친구들은 승유와 가온이었다. 내가 생각한 게임에 모습은 치열한 공방을 보여주며 집중하는 그림이었지만 너무 기대 가치가 높았던 걸까, 공격은커녕 손등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어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승유는 몇 번 해보더니 안돼서 실증이 나버려서 대충대충 했고, 가온이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종이컵이 자꾸 떨어졌다.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서 다른 고전 게임, 얼음 땡, 무궁화 꽃 놀이를 신나게 했다. 많이 아쉬웠지만 그만큼 득도 있었다. 가온이는 어떤 게임이든 승부에 집착한다. 한번 할 때는 굉장히 열심히 하지만 자신이 질것 같은 상황이 오면 반칙과 판을 엎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래도 어떤 수업이든 온 마음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승유도 할 땐 열심히 하지만 자기가 잘 못하는 게 나오면 조금 하다가 금방 자포자기해버린다. 그래도 내가 잡혀주고 타이르면 금방 스스로 재미 붙여서 잘 노는 거 같다.
실내로 들어가서 상화에 클레이 수업을 시작했다. 전 수업과 같은 이유로 남은 아이들은 승유와 가온 이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계속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가 승유도 조금 튕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참고 참여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나는 옆에서 굳은 점토들을 쭈물쭈물하면서 말랑하게 만들어주고 가온이에 요구를 많이 들어줬다. 정말 낯을 안 가리는 친구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와서 그런가 승우와 승유가 유독 예민한 모습들을 많이 보였다. 나도 어린이 마을은 처음이라서 내 눈에 아이들이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을 때 지적하고 싶었지만 여기만에 방식이 있는 거 같아, 기다렸다가 선생님들을 주의 깊게 관찰 후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면 나도 이행했다.
수업 참여는 대부분 승유와 가온이, 이 둘만 참여했다. 승우는 지루한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오면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웃고 감정 표현과 소통이 급격히 늘어난다. 보통 블록놀이와 상황극을 좋아하는듯하다. 연후와 다움이는 말을 많이 안 하고 구석에 있다 보니 아직은 파악이 힘들다. 그리고 가끔가끔 보이는 은후에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선을 넘는 장난에도 가뿐히 넘겨버리고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건 같다. 선이 확실하고 친구들에게 철칙을 말해주곤 한다. 은후에 가장 놀라운 점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은후만 일반인 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급나누기를 할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러지 않고 차별 없이 친구로 대한다는 점이었다. 멋있었다. 그 모습에 존경스러웠고 본받았다.
오늘은 나에겐 이틀 연속 탐색전이다 보니 많이 지쳤다. 특히 10번은 말해야 대답해 주는 아이들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감정이 들어갈 때마다 도저히 안되면 감정 빼고 멀리서 보는 짓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한 아이를 탐구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짜릿하고, 아이들에 솔직한 감정과 서슴없이 하는 사랑 표현은 정말 보고 배울게 많은 스승님들이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는 연습에는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오늘 하루 나를 가장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오늘 느낀 걸 잊지 말고 내일은 더욱 온 마음을 다해서 살아볼 것이다.
!오늘 저녁은 어릴 때 캠프 이후 만나보지 못한 일화랑 공주랑 바람길이랑 상화랑 같이 맛난 스시를 먹었다. 참 맛이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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