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사람들은 월급쟁이를 부러워합니다. 사업 한다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기도 하거든요. 장사를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건 하나 팔기 위하여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다 떨어야 하고 고객의 비위도 맞춰 줘야 하는데 어떤 때에는 하루에도 열 번씩 때려치우고 싶기도 합니다.
영세사업자들도 일감 하나 따 내려면 도급업체 찾아가 매일같이 수십 번씩 고개를 숙여야 하지요. 젊은 도급업체 직원들 콧대는 엄청 셉니다. 나이 든 영세업체 사장들은 자식같은 도급업체 직원들 앞에서 쩔쩔매기 일쑤이고 관공서에 관련된 일은 더구나 어럽습니다.
월급쟁이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월급쟁이는 쉬운 줄 아느냐, 고 하겠지요. 월급쟁이들도 늘 먼 산을 바라보면서 언제까지 남의 밑에서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신세타령을 하더군요.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서 위장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사업을 하건, 회사원이나 공무원 생활을 하건 자기의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그러나 막상 그런 일에 손을 떼고 나면 후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업은 함부로 바꿔서도 안 되지만 직업을 바꾸는 일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따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사례 1)
"갑"은 어느 회사 부장으로 근무해 오던 중 나이 50세가 넘고 보니 이사들의 괄시도 심하고 밑에 젊은 직원들의 눈초리도 달갑지 않음이 느껴져서 25년 정든 직장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래도 평소 착실한 성품은 인정을 받았는지 그 회사 사장은 60세까지 근무하라고 하면서 사직을 만류하기도 했었다는군요.
그러나 갑은 이제 그만 나가서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긴 체 사직을 고집하였고 사표는 수리되었습니다. 퇴직금을 받아 통장에 넣어두기는 했으나 막상 다음 날부터 오갈 데가 없고 보니 답답하기도 했겠지요. 그러던 중 평소 친구로 지내온 "을"이 찾아와 여러 가지 정담을 들려 주었습니다.
갑은 을의 권유로 부근에 새로 짓고 있는 빌딩건물의 지하를 1억 원에 전세로 얻고, 2억 원 상당의 인테리어를 하여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기한을 5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5년 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 나머지 인생을 잘 살아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1년도 못되어 빚은 늘어났고 나중에는 종업원까지도 모두 그만 두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갑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을이 소개하는 "병"에게 전대를 해 버렸습니다. 보증금은 그대로 돌려받고 인테리어 비용 중 1억 원만 권리금으로 받되 1억 원은 포기하는 조건으로,
갑이나 병은 사회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건물 주인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우리끼리 계약 합시다"라고 하자 "그럽시다"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군요. 병은 레스토랑 운영에 귀신같은 사람이어서 아주 장사를 잘하여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3개월 동안 병은 장사를 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가요. 건물주인은 병에게 가게를 명도하라, 는 통보를 보내왔습니다. 이런 경우 병의 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1.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자기들끼리의 전대계약은 무효다. 점포를 비워야 한다.
2. 병은 전세기한까지 걱정없이 장사를 할 수 있다.
3. 사회관행상 병의 권리는 보장되기 때문에 전세기한까지 영업할 수 있다.
해설
이 사건과 같은 경우가 우리 사회에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법은 임대인의 동의없이 양도. 양수 계약을 맺게 되면 갑(전대인)과 병(전차인)과의 계약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임대인에게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대인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임대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건물주인(임대인)의 동의없이 이루어진 계약을 갑의 입장에서는 "무단전대"라 하고, 을의 입장에서는 "무단양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집 주인은 전차인인 병에 대하여 명도를 구할 수 있고 병은 대항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은 가게를 비워 줘야 하는 것입니다.
사례 2)
병은 하는 수 없이 건물 주인을 찾아가 전세금을 올려 주겠으니 자신과 다시 계약을 해 달라고 사정했었으나 집 주인은 들어주지 아니하였고, 월세를 올려 주마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재판까지 가서 판결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병은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건물 주인에게 자신이 위 가게를 인수할 때 갑에게 지불한 권리금 1억 원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건물 주인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자기와는 해댱사항이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뿐이었습니다.
병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1. 받을 수 있다.
2. 건물 주인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므로 받을 수 없다.
해설
권리금은 건물 주인에게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권리금이란 건물이나 점포의 임차권의 양도에 부수해서 임차인과 전차인간에 주고받게 되는데, 그 본질은 "임차목적물이 갖는 특수한 장소의 이익의 대가"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청구할 수 없는 돈인 것입니다.
점포나 가게의 위치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든가, 사람의 왕래가 많다든가, 오랫동안 개점하여 유명세가 있다든가 하는 이유로 권리금이 형성되고 그 금액도 증가추세에 있으나 이 권리금은 대부분 건물 주인과는 상관이 없음을 유의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