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재(德川齋) 편액(扁額)과 주련(柱聯)의 교훈
경남 사천시 곤명면 본촌리 소재 덕천재(德川齋)는 시조(始祖) 21세손 강호파(江湖派) 애일당(愛日堂) 휘(諱) 성편(聲遍) 공의 제향(祭享)을 올리는 재실(齋室)이다. 애일당(愛日堂)께서는 가풍의 법도를 정림(正立)한 유자(儒者)로서 전란(戰亂) 중에서도 와병중(臥病中)인 부모님을 잘 봉양(奉養)하여 정려(旌閭)를 받으신 분이다. 호(號) 애일당(愛日堂)의 애일(愛日)의 의미는 효자를 뜻한다.
애일(愛日)의 근원은 논어(論語)의 이인편(里仁篇) 21장 ‘常知父母之年(상지부모지년) 則旣喜其壽(즉기희기수) 又懼其衰(우구기쇠) 而於愛日之誠(이어애일지성) 自有不能已者(자유불능기자)’ 즉 ‘항상 부모의 나이를 기억하여 알고 있으면 이미 장수하신 것이 기쁘고, 또 노쇠하신 것이 두려워서 날짜를 아끼는 정성에 있어 저절로 그만 둘 수 없게 될 것이다.’에서 애일(愛日)을 취하여 호(號)를 지으셨던 것이다.
선산김씨 집성촌 본촌에는 강호(江湖) 후손들이 300여 년간 세거(世居)하여 오면서 덕천재(德川齋)를 지어 이곳에서 조상께 제향(祭享)을 올리고 있다. 이곳이 때로는 종친의 휴식장소로, 때로는 후손들의 교육 및 주요 외빈접객장소(外賓接客場所)로 활용하였던 곳이다. 그런 덕천재(德川齋)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퇴락(頹落)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종친들이 중수(重修)할 것을 결의 하였다. 덕천재(德川齋) 중수(重修) 추진책무(推進責務)를 위임받은 종회장 김원석(金元奭) 종친의 헌신적(獻身的)인 노력과 숭조(崇祖)의 정신이 응결(凝結)된 종친들의 단합된 힘에 의해 덕천재(德川齋)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중수과정(重修過程)에서 평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편액(扁額)과 현판(懸板)과 주련(柱聯)의 의미를 고찰해 보니 선조들이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교훈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기에 여기에 소개하고 정신적 표상(表象)으로 삼고자 한다.
편액(扁額) ‘덕천재(德川齋)’의 의미를 고찰해 보면 덕(德)은 천도(天道)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근본 도리다. 그래서 예로부터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다. 덕천(德川)이라 함은 덕천(德川)의 흐름을 취한 것으로서 ‘도(道)의 원천(源泉)이 쉼 없이 살아 숨 쉰다’는 의미다. 천도(天道)를 마음에 얻는 것을 덕(德)이라 하고, 덕(德)이 덕(德)으로 나타남은 근원(根源)이 있어 덕(德)이 스스로 넘쳐흐름을 천(川)이라 하였다. 성리학(性理學)에서는 덕(德)을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람 됨됨이로 여겼던 것이다. 덕(德)은 또 도덕적, 윤리적 이상 실현을 위한 인간적인 성품인데 수양과 실천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성리학(性理學)의 창시자 주자(朱子)는 관란사(觀瀾詞)에서 강이 쉬지 않고 흐름을 보고 ‘오도체(五導體)의 무궁(無窮)함이 흐르도다.’라고 찬탄하였다. 여기에서 언급한 도체(道體)는 도(道)의 본체(本體)를 가리키는 말로 성리학(性理學)에서 우주(宇宙)의 이상(現想)과 인간의 심성을 논함에 있어서 본원적인 것을 도체(道體), 즉 도(道)의 본체(本體)로 보았던 것이다.
주련(柱聯) 첫머리에는 강호선조(江湖先祖)의 학문적 위상을 밝혔는데 내용은 성리학(性理學)의 법통(法統)을 이어 받아 전수(傳受)했는데, 위로는 포은, 야은을 계승하여 체계화하고 아래로는 점필제, 일두, 한원당, 정암에게 전함으로써 성리학의 기본정신인 불사이군(不事二君)을 몸소 실천(實踐)했다는 심오(深奧)한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주련(柱聯)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의 형태로 여섯 구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구절(句節)씩 대구(對句)를 이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구절은 강호선조(江湖先祖)와 애일당(愛日堂)의 업적을,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제향(祭享)때의 자세(姿勢)를,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의 구절은 후손들이 가져야할 가치관(價値觀)을 언급했는데 그 구체적 내용과 글의 근원은 아래와 같다.
祖述文康之大德(조술문강지대덕) 憲章愛日之嘉謨(헌장애일지가모)
‘문강공(강호의 시호)의 큰 덕은 멀리 그 도를 펼침에 있고, 애일당의 법도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함이다.’
글의 원류(原流)는 중용(中庸)의 공자님 말씀 중 ‘祖述堯舜 憲章文武 上律天時 下襲水土’(조술요순 헌장문무 상률천시 하습수토)에서 인용된 글로서 조술(祖述)은 멀리 그 도를 넓힘의 뜻이고, 헌장(憲章)은 가까이 법을 지킴을 나타내는 의미로서 가르침의 법도를 일컫는다. 문강공(文康公)의 큰 덕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성리학의 법통을 이어받아 전수함을 의미한다.
感時而履露履霜(감시이이로이상) 將事而如見如聞(장사이여견여문)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난 세월 베푼 은혜를 회상하면, 제향 때 신의의 모습이 나타난 듯 가르침이 들리는 듯하다.’ 감시(感時)는 추원감시(追遠感時)의 뜻으로서 먼 조상을 추모하는 마음이고, 이로(履露)는 베푼 은혜이며, 이상(履霜)은 지나간 세월을 말한다, 장사(將事)는 제사지내는 일을 주관함의 뜻이고. 여견여문(如見如聞)은 모습이 보이는 듯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는 의미로서 율곡의 제례장(祭禮章)에 ‘당제지시(當祭之時)하여 여견기형(如見其形)하고 여문기성(如聞其聲)하여 성지이신형야(誠至而神享也)’에서 연유된 말이다.
請看德川之不息(청간덕천지불식) 須知道體之無窮(수지도체지무궁)
‘청컨대, 덕천의 그치지 않음은 보시게나, 모름지기 도체의 시공 초월한 무궁함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천도(天道)를 마음에 얻는 것을 덕(德)이라 하고 덕(德)이 덕(德)으로 나타남은 근원(根源)이 있어 덕(德)이 스스로 넘쳐흐름을 천(川)이라 한다. 도체(道體)는 도의 근본이라는 의미다.
만물(萬物)의 근본은 하늘에 있고 종족의 근본은 조상에게 있다. 우리 선산김씨(善山金氏) 가문의 후손들은 선조의 얼이 배어있는 사적(事蹟)을 고찰해서 남기신 유덕(遺德)을 본받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깊은 골에서 발원한 냇물이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것처럼 먼 조상의 유덕이 은연중에 후손에게 가풍으로 이어졌기에 오늘 날 우리 선산김씨 후손이 타 문중에 비해 우월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라는 시점의 근원은 과거이다. 과거의 연장이 현재이고, 현재는 과거를 포함하고 미래를 배태(胚胎)하는 법이다. 같은 맥락(脈絡)에서 보면 조상의 행적에는 현재 우리들의 삶이 포함되어 있고,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도 유추할 수 있다.
덕천재(德川齋)의 편액(扁額)과 주련(柱聯)의 의미를 요약하면 천도(天道)를 지키며 열심히 학문을 닦아 나라를 위해 애국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바른 삶을 살아갈 것을 교훈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 후손들은 명심하고 조상의 숭고(崇高)한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겨 자신의 발전 근본으로 삼아야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