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점 속, 무엇이 떠나갔나
네 영혼
새우젓에 찍어서
허겁지겁 삼킨다
배고픈 우리를 사해주려무나
네 영혼이 남긴 수육 한 점이여
(허수경의 '수육 한 점' 전문)
순천 웃장의 국밥집들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 가서 국밥을 시키면, 먼저 머릿고기 수육이 한 접시 나온다.
그래서 수육이 먹고 싶을 때는 누군가와 짝을 맞춰, 국밥과 막걸리를 시켜놓고 수육을 함께 먹는다.
간혹 지인들이 와서 이곳에 모시면, 따로 돈을 받지 않고 수육이 제공되는 풍경을 신기해 하기도 한다.
매 5일과 10일에 5일장이 열리지만, 국밥골목은 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열려있다.
내 개인적인 입맛에는 부산의 돼지국밥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문득 허수경의 이 시를 읽으면서, 평소 자주 다니던 웃장 국밥집 풍경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따로 제공되는 수육을 그저 막걸리의 단짝으로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인은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 돼지의 영혼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화자는 접시에 올라 있는 수육 한 점을 '새우젓에 찍어서 / 허겁지겁 삼킨' 후에 문득 생각에 잠긴다.
'배고픈 우리를 사해'달라고 기도하며, '네 영혼이 남긴 수육 한 점'을 애도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인은 누군가와 수육을 함께 먹으면서, 공연스레 객적은 농담처럼 돼지의 영혼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이 시를 쓰는 순간 자신이 했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닌,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다가왔을 것이다.
앞으로 국밥과 함께 수육을 먹으면서, 이 시를 종종 떠올리게 될 것이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