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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문화 그리고 각종 제도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골형성부전증'으로 장애를 안고 살았으며, 성장한 이후에는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만 했던 장애인이다. 그러한 신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로스쿨을 거쳐,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 자신 장애를 겪은 적이 없으며, 가까운 이들도 역시 비장애인들이 대부분이기에 장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봤던 적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 의식이 보다 보편적인 의식으로 자리를 잡고 그것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저자는 장애인들은 여전히 현재의 상황이 '품격과 존엄'을 느끼며 살아가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것을 일컬어 '잘못된 삶'이라고 지칭하며, 그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기에는 이 사회의 제도와 문화가 여전히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인가를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일상의 태도와 관념 그리고 제도와 법규법 등에서 '잘된 삶'과 '잘못된 삶'을 가르고 있다고 규정한다.
여러 해 전에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설립된다고 발표되었을 때,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집단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해서 보도가 된 적이 있었다. 반대하는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학교와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들의 논리가 얼만큼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아파트 가격이라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장애인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반대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점에 대해 회의적으로 반응했던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만 있었던 장애들의 현실에 대해서 조금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저자는 스스로 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자신과 같은 처지를 '실격당한 자'로 명명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비장애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제도들이 이제는 다양한 소수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가야 하는 것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너를 만나서 참 잘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장애와 질병, 그리고 각종 소외의 이유들을 뚫고 나가 언젠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전망과 가능성"을 기대하는 저자의 희망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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