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언(寓言)’은 사람이 아닌 사물에 빗대어 인간 세계의 문제를 풍자하고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일컫는데, 문학에서 이러한 기법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동물들을 등장시켜 풍자와 교훈을 전하는 ‘이솝 우화’를 거론할 수 있으며, 한국문학에서도 꽃들을 등장시켜 권력자의 현명한 처신을 조언했던 설총의 ‘화왕계’도 우언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이와 개의 죽음을 보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이나, 인간의 심성을 논하는 임제의 ‘수성지(愁城誌)’ 등도 이러한 범주에 해당한다. 또한 조선 후기의 소설에서는 ‘장끼전’이나 ‘토끼전’ 등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거 존재하고 있어, 이들을 ‘우화소설’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문학에서 우언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연구하여 발표한 논문들을 엮은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홰당 작품들을 읽으면서 ‘우언에 대한 개념을 비로소 분명히 할 수 있었고, 한국 우언의 사적 흐름과 주변 국가 우언과의 상호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관점에서 1부에서는 ‘한국 우언의 역사적 전개’라는 제목으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부터 근대계몽기와 현대 우언의 일단까지를 살피고 있으며, 2부에서는 ‘중국 우언과의 비교’를 시도하고 있다. 모두 11편에 이르는 논문들이 수록되어, 저자가 그동안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먼저 ‘고려시대 우언의 한 양상’이라는 1부의 첫 번째 논문에서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다양한 사물을 통해서 인간 현실에 대해 빗대어 표현하는 작품들의 목록과 그 경향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간세계의 문제를 풍자하려는 목적을 지닌 ‘풍자우언’이 있는가 하면, 그 내용을 통해 중요한 깨우침을 주기 위해 창작한 ‘철리우언(哲理寓言)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조선시대의 문인인 성현의 <부휴자담론>과 이광정의 <망양록>을 집중 조명하면서, 지식인들이 우언이라는 양식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물인 ’화훼류(花卉類)‘를 다룬 우언들을 소개하면서, ’동물우언‘이 어떻게 조선 후기 우화소설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러한 우언의 전통은 근대계몽기가지 이어지고, 현대에서 불교계 단체인 ’풍경소리‘를 통해서 지하철 광고 등의 형태로 활용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한국의 고전문학에서 중국문학과의 비교는 때로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공통적으로 한문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지식인들은 주로 한문을 사용하여 글을 쓰고, 그들이 과거를 위해 공부하던 대상도 유교 경전들이었다. 자신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중국의 문헌을 접해야했기에, 문학작품에서도 중국 문헌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우언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는데, 2부에서는 모두4편의 글을 통해서 중국의 우언이 어떻게 수용되고 재창조되었는지를 살피고 있다. 그 영향관계를 확인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우언 자체의 전통과 흐름을 고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