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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사서’는 유학의 중심이 되는, <논어>‧<맹자>‧<대학>‧<중용> 등 4권을 아울러 일컫는 명칭이다. 이 4권의 책은 유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또한 동양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사서를 비롯해 한문으로 이뤄진 다양한 문헌들을 익혀야만 했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도, 한문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사서 중 하나였던 <맹자>를 처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후 사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서 한문 공부와 함께 동양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공부를 하는 지인들과 더불어 <논어> 원문을 강독하고 있는 중이다. 1주일에 1번씩 만나 최소한의 범위에서 읽어나가며, 또 각자의 일정에 의해 미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논어> 한 권을 독파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이미 한문 원전으로 여러 번 읽은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논어>에 나타난 공자와 그 제자들의 면면에 대해서 새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강독하는 와중에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그저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공자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물론 <맹자>를 비롯한 사서의 나머지 책들도 이미 한 번 이상은 원문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역자 스스로 ‘한글 사서 완결판’이라 명명한 이 책의 편제와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리뷰도서에 선정되어 비교적 빠르게 완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그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해 잇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역자는 번역의 원칙으로 ‘한자 원문에 맞추어 직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글세대가 읽기 쉽도록 현대 국어 문법을 고려하여 의역’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의 관점으로는 ‘직역보다는 의역’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일부 주석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해설이 없이 원문 번역에 치우쳐 있어 원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겠다고 여겨졌다.
사서를 비롯해 한문 원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해석만이 아닌 그 문헌이 생성된 시기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책에는 주석과 원문의 의역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설명적 내용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당 내용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책에서는 ‘성인(聖人)’을 ‘최고 지도자’로 번역했으며, ‘군자(君子)’는 필요에 따라 ‘지성인’이나 ‘인격자’ 등으로 의역을 하고 잇다. 이밖에도 ‘인(仁)’이나 ‘의(義)’처럼 유학에서 핵심적인 용어들에 대해서도 ‘현대적 관점’에 맞게 풀어 썼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번역자가 옮긴 용어들과 어느 정도 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동양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역’이 아닌 ‘원문’ 그대로의 의미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구분되어 있었던 계급사회를 기반으로 생성되었던 관념들이 단순히 용어를 현대적으로 풀어쓰는 것으로,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 번역에 있어서, 원문의 의미에 충실하게 변역하는 경우와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풀어낸 내용들이 병행되고 있었다. 때문에 사서에 대해 이미 충분히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번역이 ‘지나친 의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사서에 처음 다가서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렵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번역자는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동양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전제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번역자는 스스로 ‘한글 사서 완결판’이라고 자부하지만, 독자들로서는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갈증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어떤 책이든지 번역에 있어 과연 ‘완결판’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논어>를 비롯한 사서의 번역본만 해도 십여 종에 이른다. 책마다 번역자의 개성과 특징이 잘 드러나 있지만, 원문과 함께 번역서를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반드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사서’ 4권을 모두 번역하고, 그것을 체계적인 학습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역자는 <대학>으로부터 시작하여, <논어>와 <맹자>를 거쳐 <중용>으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을 받고 나서 속독을 통해 다 읽어보았지만, 사서 공부는 단 한번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차후에 다시 차분하게 원문을 공부할 때, 역자의 권하는 순서에 따라 읽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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