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를 돌아볼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밝고 영광스러웠던 순간이 떠오르는가 하면, 부끄럽고 힘겨웠던 경험이 더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회고록 혹은 자서전의 형태로 자신의 삶을 남기기도 하지만, 결국 그조차도 남기고 싶은 기억만을 선택한 결과이기가 쉽다. 각자의 경험과 삶의 궤적이 다르기에, 사람의 일생을 보편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을 다룬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각기 다르지만 또한 보편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모든 색>이란 제목의 이 책은 그림을 통해서 사람의 일생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도록 하는 힘이 있다. 각기 반드시 겪어야 하는 ‘아이의 삶’과 ‘소년의 삶’, 그 이후 독립한 존재로서의 ‘자기의 삶’과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삶’, 그리고 ‘어른의 삶’과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삶’ 등의 제목으로 사람의 일생을 간단한 글과 상세한 그림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어떤 모습은 내가 겪은 것이 아닐지라도, 작가의 그림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아이의 삶’은 꽃을 안고 있는 아이와 이어서 개울에서 비를 맞으며 놀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게절의 변화에 따라 그에 관한 감성을 드러내고, 자라면서 느꼈던 호기심과 미래의 꿈을 상상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다양한 그림으로 채색되고 있다. 이 책에 다채롭게 형상화된 그림들을 보면서 때로는 ‘다치고 상처를 입었’던 기억과 어른들의 일방적인 관점에 재단되던 ‘불공평한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에 맞서 싸우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각자 다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당신이 그 시절에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덧붙이고 있다.
이어지는 ‘소년의 삶’은 학교라는 세계에 들어가면서, 때로는 사회가 마련한 질서에 길들여지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가슴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삐딱한 모습으로 비추는 소년들을 어른들이 걱정하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세계에 반항하고 싶은 욕구를 표출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틀에 맞춰지는 삶을 살아가지만, 작가는 ‘장신이 당신의 날개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자기의 삶’은 이제 사회에서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였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부모의 삶’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지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눈으로 온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와는 별도로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면서 또 다른 ‘어른의 삶’을 겪어내야만 할 것이며, ‘어느새 우리도 늙어’ 노년에 이르는 ‘기나긴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인생의 마지막에서 모든 사람들이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덧붙이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지나왔던 과거의 시간들을 떠올려보고 알으로 닥칠 미래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과거의 삶이 현재의 나의 모습을 만들었듯, 미래의 삶 역시 현재의 내가 결정할 것이라는 당연한 삶의 진리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