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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쓴 '코로나 이후의 미래교육'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부제에는 '코로나 이후'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실상 주된 내용은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한 보고서들을 엮은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저자는 '산업혁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의 측면에서는 '산업혁명'이 아닌 '미래.공생교육'으로 명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제목에는 우리의 '미래교육'이 각자도생의 지식 경쟁이 아닌, 서로의 도움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는 '공생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한 우리 교육의 문제들과 함께, 저자가 답사하고 연구하면서 확인한 구체적인 성과들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명료하지만, 읽는 내내 나에게는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교육 현장과 현실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이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여겨졌다. 즉 현장에서의 문제는 보다 구체적인데, 저자의 관점에서는 이것을 이론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래서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보고서의 내용은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불신사회'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이른바 '능력주의'가 과연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최근 모든 문제를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시험으로 따지는 것이 '능력주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시험이라는 제도가 과연 객관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시험문제로 평가되는 것이 국가 표준의 지식을 대상으로 할 때, 그것조차 경제력에 의해 차등적으로 습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은 이미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지식 혹은 시험문제를 잘 푸는 능력으로 변화된 지 오래이다. 때문에 자신의 경제력으로 그에 합당한 '능력'을 집중적으로 배양하면, 어렵지 않게 고득점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대입제도에서는 이른바 'SKY'로 대표되는 일류대학에는 일찍부터 사교육에 저념했던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는 것이 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결국 혼자 잘사는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함께 잘 사는 공생교육'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며, 안전 강박에 따른 '불신사회'라는 틀을 깨야한다고 강조한다.
2부에서는 '미래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능력 이른바 '해커스페이스'와 '헥듀케이션'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즉 저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디지털 기기를 수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기존의 도구나 장치들을 자의적으로 조립하거나, 형태를 변경하거나, 제작 의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이른바 생활해킹을 시도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교육의 방향을 그렇게 설정하는 것이 ‘헥듀케이션’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분명 앞으로의 사회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고, 우리 교육에서도 그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과연 교육의 본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나아가 3부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공생교육'의 핵심으로 '역설계'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험적 교육 모델이 제시되어 있다. 그것들은 '마을교육공동체'와 '교육행정혁신'으로 제시되고, 코로나 이후 시대의 우리 교육의 모습을 저자 나름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델로서 부록으로 제시한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의 혁신적인 교육 모델에 대한 답사기가 수록되어 있다. 분명 '마을공동교육체'를 조직하고, 현재의 불합리한 '교육행정혁신'이 이뤄져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방안은 구체적이기보다, 그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 끝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몇몇 지자체와 교육청의 실험적 성과들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실험'이지 우리의 '교육제도'로 정착하기까지에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입시'라는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를 혁신하지 않는 한, 어떠한 실험도 결국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여겨진다. 현재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수많은 보고서가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그 방향을 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문제에 실질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한, 또 다른 하나의 '실험 모델'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보고서 형식도 의미가 있지만, '이론'에 대한 설명을 줄이면서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모델을 상세히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지극힌 당연한 제안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공교육에 흡수되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기도 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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